어딘가 이야기를 해야할 것 같았어요

육아를 하면서 어린 시절 생각을 자주 해요. 아이를 재우느라 같이 누워 멍하니 있는 시간이면 왠지 슬퍼져요.

 

제가 유치원에 다닐 쯤 부터 부모님과는 떨어져 살게 됐어요. 할머니가 저희 남매를 키우셨고요. 할머니는 책임감 있고 좋은 분이시지만 돌볼사람도 많았고 의지 할 곳 없는 마음에 항상 날이 서 있는 편이셨어요. 방학때만 부모님과 함께 지낼 수 있었는데 정말 행복했어요. 내내 저는 아빠 엄마가 돌아와서 같이 살 날만 손 꼽아 기다렸던 것 같아요.

 

초등학교 고학년 무렵 부모님이 하시던 일이 잘 안 되면서 소식이 뜸해지기 시작했어요. 살던 집에서 쫓겨나고 집안 형편도 더 안 좋아져서 늘 강해보이던 할머니가 우시는 걸 봤어요. 중학교에 다니던 어느 날 전화를 마친 할머니가 두 분이 이혼하셨다는 말을 툭 던지듯 하셨던 순간이 아직도 기억나요. 

 

중학교때부터는 제 방이 생겼는데 매일 틀어박혀 게임하고 채팅하고 인터넷만 하며 지내고 학교에서는 잠만 자곤 했어요. 어릴때부터 공부도 곧잘 하고 똑똑하다는 칭찬을 많이 받았는데 이때부터 손 놓고 미래에 대한 생각을 할 겨를 없이 보낸게 아직도 한심하고 아쉽게 느껴져요. 

 

그리고 초등학교때부터 학교가 어쩐지 정글처럼 느껴졌어요. 아주 못된 친구들이 있었던 것도 아닌데 그냥 친구들과 관계 맺는게 쉽지 않고 잘 보이고만 싶었던 것 같아요. 늘 제 기준 잘 보이고 싶은 친구와 만만한 친구만 있겄던 것 같고 저의 인간관계 맺는 법에 뭔가 잘못된게 있었던 것 같아요. 자라면서는 그런걸 티내지 않으려고 조심하지만 그런 마음이 늘 느껴져서 왜 이러는건지 답답하고 속상합니다. 점점 더 열등감 아니면 우월감을 느끼는 방식으로만 향하는 것 같아요. 좀 더 단순하게 인간관계를 맺고싶은데 잘 안 되니 이제는 사람 사귀기가 꺼려져요. 

 

결혼하면서 하던 일을 관두게 됐는데 그 이후로 왠지 모를 우울감이 더 짙어져요. 그 전에도 있었던 것 같은데 일하고 사람들 만나고 왁자지껄 지낼때는 잘 의식하지 못했던 것 같아요. 또 결혼 후 외국에서 살면서 만나서 수다 떨 친구들도 없고 거의 집에서만 지내니 더 그랬던 것 같아요. 일을 하려니 새로운 일을 시작해야하는데 뭘 할지도 모르겠고 자신도 없고, 남편과 갈등도 많았고요. 다행히 아이를 낳은 뒤로는 행복감이 자주 들어요. 

 

저는 아주 어릴때부터 육아에 대한 욕심 같은게 있었어요. 거창한건 아니고 내 아이가 생긴다면 항상 곁에서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줘야지. 이야기 할 곳이, 돌아갈 곳이 되어줘야지. 했던 것 같아요. 내가 받고 싶었던 방식으로 아이를 키우면서 치유받는 걸 느낍니다. 

 

고등락교 졸업하던 쯤 아빠가 돌아오셨고, 엄마와도 따로 교류하기 시작했어요. 대학 졸업하고서 엄마와 새아빠와 잠깐 같이 살았던 적이 있어요. 십여년만에 같이 살게된 모녀는 수도 없이 싸웠던 것 같습니다. 어느날 다같이 술 마시는 자리에서 엄마가 저를 가리키며 얘랑 나는 정이 없다는 말에 제가 펑펑 울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냥 너무 슬펐어요. 구직 중이던 저에게 새아빠 보기 부끄럽다고 하는 말을 듣고는 따로 나와서 살며 아예 연락을 끊었었습니다. 몇년 뒤 다시 연락하면서는 엄마도 조심했고 떨어져 살며 크게 싸울일 없이 지냈어요. 그러다 제가 사정이 생겨 엄마와 다시 같이 살기 시작하면서 저를 간섭하고 말실수에 선넘는 행동들을 하는 통에 스트레스 받다가 결혼하며 나오게 됐는데요. 

 

그런 시간들을 거쳐서인지 엄마가 너무 밉습니다. 어릴적부터 쌓인 보상심리인지 엄마가 분명 저에게 잘 해 준 것들도 있는데 자꾸 원망하는 마음이 들어요. 아이 키우면서 더 그래요. 엄마도 그러고싶어서 그런건 아니겠지만 왜 그리 무지했는지 어떻게 지금까지도 자기만 생각하는지. 혼자 생각하다가 화가 날 때가 많습니다. 외모 코멘트 한 것도 있어서 한동안은 거울볼때마다 생각나서 매일 울화가 치밀기도 했어요. 그나마 아이 보느라 바쁠때는 그런 생각들이 안 나서 아이에게 감사합니다. 엄마에게 이야기 꺼내고싶지도 않아요. 얘기 꺼내서 사과 받거나 제대로 된 응답을 들은적이 없어서요. 말 섞고 싶지도 않고.. 아빠에게도 솔직히 한심한 마음만 들고.. 할머니는 불쌍하고 그렇네요. 제가 가족들에게 느끼는 감정이 이렇다는것도 슬프고요. 

 

이런 마음들이 나중에 육아하다가 아이와의 관계에 걸림돌이 될까 걱정이 됩니다. 지금 이렇게 혼자 스트레스 받고 우울해지는것도 아이에게 안 좋은 영향을 미칠까 걱정돼요. 다 내려놓고 평온한 마음으로 육아하고 싶은데 마음이 너무 어지러워서 어딘가에 얘기하고 털어내고 싶었네요. 어릴때부터 오랫동안 꼬여있던 것들이 많은 마음인 것 같습니다.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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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12
  • 익명8
    유치원 시절부터 부모님과 떨어져 날이 선 할머니 밑에서 자라며 오직 부모님이 돌아와 함께 살 날만 손꼽아 기다렸던 어린 날의 간절함이 글 너머로도 참 아프게 전해집니다. 중학교 무렵 갑작스럽게 마주한 부모님의 이혼 소식 이후, 미래를 꿈꿀 겨를도 없이 방에 틀어박혀 인터넷과 게임 속으로 숨어들어야 했던 시간은 작성자님이 한심해서가 아니라 감당할 수 없는 슬픔으로부터 자신을 지켜내기 위한 유일한 방어 기제였을 것입니다. 학교를 정글처럼 느끼며 사람을 우월감이나 열등감으로만 대하게 되어 인간관계가 두려워진 것 역시, 안전한 울타리가 되어주지 못한 환경에서 자란 아이가 세상에 대항하기 위해 세운 슬픈 규칙이었겠지요.
    
    성인이 되어 어렵게 다시 만난 어머니로부터 "너와 나는 정이 없다"는 모진 말을 듣고 펑펑 울었던 기억, 구직 중에 새아빠 보기 부끄럽다는 외면을 당했던 순간들은 성인이 된 작성자님의 가슴에 또 한 번 대못을 박았을 줄 압니다. 결혼 후 타국 생활의 외로움 속에서 어머니를 향한 원망과 밉고 서운한 불꽃이 튀어 오르고, 외모에 대한 지적 때문에 거울을 볼 때마다 울화가 치밀었다는 고백은 너무나 자연스럽고 당연한 권리입니다. 사랑받고 싶었던 크기만큼 원망의 깊이도 깊어지는 법이니까요. 사과를 꺼내봤자 돌아오는 제대로 된 응답이 없어 아예 말을 섞고 싶지 않다는 다짐 역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현명한 차단입니다.
    
    내 안의 어두운 우울과 분노가 혹시나 아이와의 관계에 걸림돌이 되거나 나쁜 영향을 주지 않을까 발을 동동 구르며 불안해하시는 그 걱정 자체가, 이미 아이를 온 영혼을 다해 사랑하고 있다는 가장 확실한 증거입니다. 꼬여있는 감정들을 단번에 세탁하듯 지워내려 조급해하지 마세요. 상처를 품은 채로도 우리는 충분히 다정한 엄마가 될 수 있습니다. 화가 날 때는 억지로 참기보다 "그때의 내가 참 외롭고 아팠구나" 하고 내 안의 어린아이를 먼저 안아주셔야 합니다. 혼자서 이 깊은 감정의 실타래를 다 풀어내기 버거울 때는, 복용 중이신 약물의 라벨을 잘 확인하시며 전문가의 다정한 심리상담이라는 내비게이션의 도움을 받아 마음의 짐을 안전하게 나누어 덜어내시길 권해드립니다. 평온한 육아를 소망하는 작성자님의 그 숭고한 여정 위에 천천히, 하지만 분명하게 따스한 볕이 가득 들기를 온 마음을 다해 진심으로 응원하고 지지하겠습니다.
  • 익명7
    어린 시절 부모님과의 힘든 사정과 상황들이 있으셨군요
    그로인한 충격과 고통 슬픔은 이후 성인이 되서도 씻을 수 없는 상처가 되셨을 것 같아요
    마음을 위로받으시고 치유되어야하는데 그런 기회도 부족하셨을 것 같아요
    지금이라도 마음을 내려놓으시고 비우시면서 힘듬을 덜어내셨으면 좋겠습니다
  • 익명6
    어릴 때부터 쭉 짊어져온 무게가 얼마나 컸을지, 글을 읽으면서 마음이 참 아팠어요. 부모님과 떨어져 지낸 시간, 늘 날이 서 있던 할머니 밑에서의 생활, 학교에서 느낀 외로움, 그리고 엄마와의 오랜 갈등까지. 어느 것 하나 쉽지 않았을 텐데 그 모든 걸 혼자 견뎌오셨네요.
    엄마가 밉다는 마음, 전혀 이상한 게 아니에요. 사랑받고 싶었던 만큼 상처도 깊게 남는 거니까요. 그건 배은망덕한 게 아니라, 그만큼 사랑을 원했다는 뜻이기도 해요.
    그리고 아이를 낳고 나서 행복감을 느끼신다는 것, 내가 받고 싶었던 걸 아이에게 주면서 스스로도 치유받고 있다는 것. 이건 정말 대단한 일이에요. 아픔을 그대로 물려주지 않고, 오히려 자신을 돌보는 방식으로 바꿔가고 계신 거니까요.
    지금 느끼는 원망과 우울감이 아이에게 나쁜 영향을 줄까 걱정하시는 그 마음 자체가, 이미 좋은 엄마라는 증거예요. 다만 이렇게 오래 쌓인 감정들은 혼자 정리하기엔 너무 크고 깊어요. 상담을 통해 이 마음들을 하나씩 풀어보시면, 지금보다 훨씬 가벼운 마음으로 아이를 마주할 수 있을 거예요. 혼자 애쓰지 않으셔도 괜찮아요.
  • 익명5
    아이를 키우다보면 유년기의 내를 마주하게 되서 많은 생각이 투영되겠어요..
    사랑이 넘치고 누구보다 잘 성장하게 도와주었지만
    부모의 그늘에서 성장하는 것과는 다르죠.
    
    저도 친정엄마가 편찮으셔서 가족과 따로 지냈어요..
    외할머니는 생활력이 워낙 강하신 분이고, 저희 집보다도 풍요로웠죠..
    하지만 지금도 해질녁이 되면 누군가 올것같은 기다림이 이어지는거 보면
    기억이란 쉽게 없어지지 않은가 봐요..
    
    그때를 돌이켜 보면 가족과의 저녁시간과
    언니와 동생과 동네서 같이 동네놀이터에서 맘껏 노는게 제일 그리웠던거 같거든요
    
    지금은 일상을 나눌 사람조차 없는곳에서
    아이와 남겨진 일상이 아마도 더 우울감까지 주지 않았나 싶어요..
    
    아이를 키우다보면 힘듦도 있지만 작은 움직임에도 행복을 느끼기도 하거든요..
    나와 다르게 키워야 한다는 부담감은 스스로 지치게 할거예요..
    그저 시간을 같이 보내고, 
    충분한 사랑을 준다면 아이와 함께 회복되지 않을까요..
    
    지금도 충분히 잘하고 있어요..
    지금의 가족과 힘든 시간 잘 극복하셨으면 좋겠어요
    
    
  • 익명4
    우리는 생활을 하면서 그리고 사회생활을 하면서 그리고 인간관계를 통해서 많은 것을 배우고 살고 있습니다. 우리가 가장 중요하고 인지하기 못하는 것은 부모라는 것은 뭐든지 만능이 되어야 되고 무엇이든 잘할 수 있고 또 자식에게 모든 것을 양보해야 된다는 생각은 잘못된 생각입니다. 우리는 부분하는 것 즉 자식이라는 것도 첫 번째로 길러보고 또 부모가 되는 것도 처음입니다. 뭐든지 다 잘할 수는 없는 것이지요. 나도 경험을 통해서 차근차근 배워 나가는 것입니다. 처음 부모가 돼서 처음 자식을 키우게 됐을 때 뭐든지 잘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차근차근 처음 부모가 됐고 그리고 처음 엄마가 됐고 처음 아빠가 됐기 때문에 우리는 조금씩 배워 가면서 스스럼없이 깨닫고 그렇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내가 지난날에 부모님에 의한 사랑을 받지 못해서 육아의 어려움이 있었고 육아를 못 할 것이라는 생각 자체는 잘못된 생각입니다. 그렇다면 내가 지난날 어린 시절 잘못된 환경에서 그리고 잘못된 교육을 받았다고 하여 모든 사람들이 나쁜 방향으로 간다는 것 자체도 잘못 잘못된 생각이지요. 이렇다. 우리는 내가 어떻게 하기나름에 따라서 내가 어떻게 올바른 선택을 하냐에 따라서 좋은 부모가 될 수도 있고 나쁜 부모가 될 수도 있는 것입니다. 좋은 부모가 될 수 있는 요구는 그런가요? 무엇일까요? 그것은 그만큼 자식에 대한 사랑이 아닐까요? 자식에 대한 사랑과 믿음만 있당션 좋은 부모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익명3
    어린 시절 부모님과 떨어져 지내며 기다리고 가족의 어려움까지 감당해야 했던 기억들이 아이를 키우면서 다시 떠오르는 건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인 것 같아요. 
    엄마가 밉기도 하고 불쌍하기도 하고 고맙기도 한 복잡한 감정도 괜찮아요. 
    상처받은 기억과 고마운 기억은 동시에 존재할 수 있으니까요. 
    무엇보다 내 상처가 아이에게 이어지면 어떡하지라고 걱정하는 마음 자체가 아이를 소중히 생각하고 있다는 증거 같아요. 
    완벽한 엄마가 될 필요는 없어요. 
    힘든 날이 있더라도 다시 안아주고 관계를 회복해 가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해요. 
    그동안 너무 많은 걸 혼자 견뎌오신 것 같아요. 
    이제는 내가 왜 이러지?보다 그동안 내가 많이 힘들었구나 하고 자신을 조금 더 따뜻하게 바라봐 주셨으면 좋겠어요.
  • 익명2
    어릴 적 부모님과 떨어져 지내며 간절히 재회를 바랐지만 이혼 소식을 들어야 했고, 성인이 되어서도 어머니로부터 정이 없다거나 부끄럽다는 모진 말로 깊은 상처를 받으셨으니 엄마가 미운 건 너무나도 당연한 감정이라고 생각해요..
    
    내가 받고 싶었던 방식대로 아이에게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며 치유를 경험하고 계신다니 정말 다행이고 대단하셔요.
    
    부모에게 사랑받지 못했다는 결핍 때문에 내가 좋은 부모가 되지 못할까 봐 불안해하시는 분들이 많아요. 하지만 글쓴이님은 이미 내 상처를 인지하고 아이에게는 다른 환경을 주려고 노력하고 계시기 때문에, 부모의 무지했던 육아 방식이 그대로 대물림될 가능성은 낮아보이네요. 과거의 부모와 지금의 나를 분리하는 연습이 도움이 된답니다.
    
    오랫동안 꼬여있던 마음의 실타래를 한 번에 다 내려놓으려고 조급해하지 않으셔요 돼요. 이미 아이에게 돌아갈 곳이 되어주고 싶다고 다짐하신 것만으로도 글쓴이님은 세상에서 가장 따뜻하고 든든한 엄마이니까요!
  • 익명1
    아이를 키우면서 어린 시절의 외로움과 상처가 다시 떠오르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죠. 당시의 자신을 지금의 기준으로 한심하다고 평가하기보다, 그때의 내가 버티기 위해 할 수 있었던 방식이었다고 생각하세요. 사람을 열등감이나 우월감으로 판단하게 되는 것도 어린 시절의 관계 경험에서 생긴 방어적인 방식일 수 있고 지금부터는 모든 사람에게 잘 보이려 하기보다 편안하고 안전한 관계 한두 개부터 천천히 만들어가세요. 
  • 프로필 이미지
    로니엄마
    얼마나 오랜 시간 마음속에 많은 감정을 품고 살아오셨을지 글만으로도 느껴져 마음이 먹먹합니다. 부모에게 받은 상처가 아이를 키우며 다시 떠오르는 건 이상한 일이 아니에요. 오히려 아이에게 내가 받고 싶었던 사랑을 주고 싶다는 마음에서 이미 충분히 좋은 부모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계신 것 같아요. 모든 감정을 한꺼번에 내려놓으려 하지 마시고, 필요하다면 상담을 통해 천천히 마음을 돌보셨으면 좋겠습니다. 🌿
  • 익명10
    아이를 재우고 같이 누워 있는 시간에 어린 시절이 떠오른다는 말이 참 마음에 남았어요. 그 시간이 지금의 평화로운 순간인데도, 어릴 때 기다리고 외롭고 서운했던 마음이 같이 올라오는 것 같아서요. 부모님과 떨어져 지내고, 방학마다 함께할 날만 손꼽아 기다렸다가 이혼 소식까지 듣게 된 어린 날의 감정이 쉽게 지워지지 않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해요.
    
    중학교 때 방에 틀어박혀 게임하고 인터넷만 하며 지낸 시간도 한심한 게 아니라, 그때의 내가 감당하기 어려운 현실에서 버티기 위해 찾은 방법이었을 가능성이 커요. 학교에서 관계 맺기가 어렵고 잘 보이고 싶은 마음과 만만한 사람만 곁에 두고 싶었던 마음도, 안전하게 머물 곳이 부족했던 환경에서 생긴 방어일 수 있어요. 지금 그런 자신을 이상하다고 자책하기보다, 그때의 나도 많이 힘들었다고 먼저 인정해주면 좋겠어요.
    
    엄마가 밉고, 그러면서도 잘해준 기억이 있어서 더 복잡한 마음이 드는 것도 이상한 게 아니에요. 사랑받고 싶었던 만큼 상처도 깊게 남고, 상처가 있는데 고마운 기억이 없는 것도 아니니까요. 특히 정이 없다는 말이나 외모에 대한 코멘트는 오래 남을 수 있는 말이에요. 그 말을 들었던 내가 얼마나 서러웠을지 생각하면, 지금 울화가 치밀고 말을 섞고 싶지 않은 것도 자신을 지키는 방식일 수 있어요.
    
    저도 과거 일이 떠오를 때 억지로 이해하려 하거나 괜찮다고 덮으려 하면 오히려 더 화가 났던 적이 있어요. 그럴 때는 엄마를 용서해야 한다는 결론부터 내리기보다, 오늘은 그때의 내가 정말 외롭고 아팠구나 하고 한 문장만 써보는 게 도움이 됐어요. 감정을 기록하거나, 신뢰할 수 있는 상담 공간에서 꺼내보는 것도 오래 꼬여 있던 마음을 조금씩 푸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엄마에게 꼭 말해야 사과를 받아야 내 상처가 인정되는 건 아니에요.
    
    무엇보다 아이에게 나쁜 영향을 줄까 걱정하는 그 마음 자체가 이미 아이를 깊이 사랑하고 있다는 증거 같아요. 완벽하게 평온한 엄마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힘든 날이 있어도 다시 마음을 살피고, 미안하면 미안하다고 말하고, 함께 회복해가는 관계면 충분하다고 봐요. 글쓴이님은 이미 내가 받고 싶었던 방식으로 아이에게 돌아갈 곳이 되어주려 하고 있고, 그 마음이 참 따뜻해요. 이제는 작성자님 자신에게도 조금씩 그런 돌아갈 곳을 만들어주셨으면 좋겠어요.
  • 익명10
    글을 읽으면서 아이를 재우고 같이 누워 멍하니 있는 시간에 어린 시절이 떠오르고 슬퍼진다는 말이 오래 남았어요. 지금의 아이를 바라보는 마음이 너무 깊어서, 그만큼 그때의 내가 얼마나 외롭고 기다렸는지도 같이 떠오르는 것 같아요. 부모님과 함께 살 날을 손꼽아 기다렸는데 결국 이혼 소식을 듣게 되었고, 그 뒤로 혼자 방에 틀어박혀 게임과 인터넷으로 시간을 보냈던 건 한심해서가 아니라 어린 마음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현실에서 어떻게든 버티던 방식이었다고 생각해요.
    
    엄마가 밉고, 아빠에게도 한심한 마음이 들고, 할머니는 불쌍하게 느껴지는 감정이 한꺼번에 있다는 것도 너무 이해돼요. 가족을 미워하면 안 된다고 스스로를 다그치기 쉬운데, 잘해준 기억이 조금 있다고 해서 상처받은 기억까지 없어지는 건 아니잖아요. 특히 엄마에게 정이 없다는 말을 들었던 순간이나 외모에 대한 코멘트가 거울을 볼 때마다 떠오른다는 부분은 오래 남을 만한 상처예요. 그때의 나는 분명 사랑받고 싶었고, 인정받고 싶었고, 편이 되어줄 사람이 필요했을 텐데 그 마음이 충분히 받아들여지지 못했던 것 같아요.
    
    아이에게 내가 받고 싶었던 방식으로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고 싶다는 마음이 참 따뜻하게 느껴졌어요. 다만 나와 다르게 완벽하게 키워야 한다는 부담까지 혼자 짊어지지는 않았으면 해요. 아이에게 필요한 건 언제나 평온하고 흔들리지 않는 엄마라기보다, 힘든 날에도 다시 마음을 살피고 미안하면 미안하다고 말해주고, 함께 회복해가는 엄마일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지금처럼 내 마음이 어지러운 걸 알아차리고 아이에게 영향을 줄까 걱정하는 것 자체가 이미 관계를 소중히 여기고 있다는 뜻이에요.
    
    저도 마음속에서 과거 일이 반복될 때 억지로 이해하려 하거나 괜찮다고 덮으려 하면 오히려 더 화가 났던 적이 있어요. 그럴 때는 엄마를 용서해야 한다거나 다 내려놓아야 한다는 결론부터 내리기보다, 오늘은 그때의 내가 정말 서러웠구나 하고 한 문장만 인정해주는 게 조금 도움이 되더라고요. 엄마에게 꼭 말하지 않아도 괜찮고, 사과를 받아야만 내 상처가 인정되는 것도 아니에요. 내 감정을 안전하게 꺼내놓을 수 있는 상담이나 기록의 시간을 만들어서, 오랫동안 꼬여 있던 마음을 조금씩 내 편으로 돌려놓으면 좋겠어요.
    
    지금까지 너무 오래 혼자 견뎌오셨어요. 어딘가에 이야기하고 털어내고 싶었다는 마음을 이렇게 글로 꺼내신 것도 분명 중요한 시작이라고 생각해요. 이미 아이에게 돌아갈 곳이 되어주고 계시고, 이제는 작성자님 자신에게도 조금씩 그런 돌아갈 곳을 만들어주셨으면 좋겠어요.
  • 익명9
    유치원 시절부터 부모님과 떨어져 날이 선 할머니 밑에서 자라며 오직 부모님이 돌아와 함께 살 날만 손꼽아 기다렸던 어린 날의 간절함이 글 너머로도 참 아프게 전해집니다.
    
    중학교 때 부모님의 이혼으로 방에 숨어 지낸 시간은 슬픔으로부터 자신을 지키던 방어 기제였고, 인간관계가 두려워진 것 역시 안전한 울타리가 없던 환경이 만든 상처였습니다. 성인이 되어 어머니로부터 모진 말을 듣고 외면당한 기억은 큰 아픔이었으며, 결혼 후 원망과 울화가 치밀거나 대화를 차단한 것 역시 사랑받고 싶었던 만큼 당연하고 현명한 반응입니다.
    
    아이에게 나쁜 영향을 줄까 불안해하는 모습 자체가 아이를 깊이 사랑한다는 증거이므로 조급해하지 마세요. 화가 날 때는 내 안의 어린아이를 먼저 안아주고, 필요하다면 심리상담의 도움을 받으시길 권합니다. 평온한 육아를 소망하는 여정 위에 따스한 볕이 가득하기를 진심으로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