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황의 가장 대표적 증상이 심장이 빨리 뛰고 가슴이 두근거리는 것인데
저도 당연히 그런 증상이 있었고
저는 거기에 더불어 몸이 떨리는 증상도 있어어요.
추울 때 몸이 오들오들 떨리는 것처럼
손이나 발, 심할 때는 몸 전체가 가만히 있는데도 바들바들 떨렸어요.
제가 일부러 떠는 것도 아니고 멈추려고 해도 제 의지대로 멈출 수가 없었어요.
그럴 때는 정말 당황스러웠어요.
머리로는 괜찮아, 진정하자 진정하자 생각하는데
몸은 제 말을 전혀 듣지 않았어요.
이 공황증상이 나타나는 상황은
불안해질 때, 내가 생각하던 것과 정반대의 일이 벌어질 때나
그 일의 결과가 좋지 않을 때
그런 증상들이 일어나곤 했어요.
한 번은 공황증상과 스트레스가 극에 달했을 때였는데
치과에 간 적이 있습니다.
치과에서 대기실에서 대기하는데...
제 이름이 불리자 그 순간에 갑자기 너무 불안해지면서
심장이 미친듯이 뛰고 몸이 떨리더라고요.
그날 받으려던 치료는 정말 기본적인 치료였고 큰 시술도 아니었어요.
치료 자체가 무서워서가 아니라
그냥 제 이름이 불리던 그 순간에 증상이 확 올라온 거예요.
평범하게 치과에 가서 치료받는 것조차 힘이 들었어요.
그때 처음으로 내가 정상은 아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병원에 가서 공황 증상에 대해 상담을 받았고
담당 선생님께서는 약물치료를 권유하셨습니다.
저는 그자리에서 바로 네 약 먹겠습니다 하진 않고 좀 고민했어요.
왜냐하면 전 이미 우울증 약을 복용 중이었거든요.
우울증 치료에 사용하는 약 중에서
공황 증상에 도움이 되는 경우가 있지만
제가 당시 복용하고 있던 약은 공황장애를 치료하기 위한 약은 아니었어요.
게다가 우울증 약만 먹고 있던 것도 아니었고
건강 관련 복용하고 있던 다른 약도 따로 있었기 때문에
약을 하나 더 추가한다는 것 자체가 저에게는 부담이었거든요.
그래서 약을 늘린다는게 쉽지 않았어요.
그래서 고민의 시간을 가졌어요.
공황 자가테스트를 해보면 항상 심각 수준으로 나왔기 때문에
이 정도면 약을 먹는 게 맞는 것 같은데...
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한편으로는 약을 더 늘리는 게 겁났어요.
그러다 이런 생각도 하게 됐어요.
지금 약 하나를 더 추가한다고 해서 내가 너무 크게 걱정하는 것 아닌지
내 간이 더 나빠지는 것도 아닌데
내가 너무 사서 걱정하는 건 아닐까 싶더라고요.
담당 선생님도 많을 조언을 해줬고
우울증 약을 처음 복용할 때도 병원을 가기까지 망설임이 있었지만
결국 치료를 위해 복용을 결정하고
상태가 전보다 나아짐을 제 스스로 느끼고 있어서
공황장애 역시 약물치료가 필요한 상태라면
무조건 약을 피하는 것보다
한번 치료를 시작해 보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무엇보다 당시에는 자가테스트에서도 계속 심각 수준이 나오고
실제 생활에서도 공황 증상 때문에 불편함을 겪고 있었기 때문에
약을 먹는 것이 무서워서 치료를 미루는 것과
치료를 받아보고 내 상태가 나아지는지 확인하는 것 중에서는
후자를 선택해보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제가 처음 먹은 약은 데파스정이었고 용량은 0.5mg였어요.
약을 먹고 나서는 공황 증상이 어느 정도 나아지는 것 같기는 했어요.
그런데 자세히 생각해보면 심장 두근거림이나 숨이 가빠지는 증상,
몸이 떨리는 증상 자체가 확 줄었다기보다는
제 정신이나 평소 상태가 전체적으로 몽롱해지면서
증상을 덜 느끼게 되는 것 같은 느낌이었어요.
그리고 너무 졸렸어요.
밤에 졸린게 아니라 낮에 졸리고 밤에는 말똥해지는 이상한 각성 상태가 됐어요.
저는 한때 불면증이 상당히 심했던 적이 있고
당시에는 어느 정도 괜찮아졌다가
다시 심해졌다가 하는 식으로 오락가락하고 있었는데
약을 먹은 뒤 이런 이상한 각성 상태가 생기니까
혹시 불면증이 다시 심해질까봐 걱정했고
이런 부작용때문에 다시 그 불면증이 도지는 것 같은 느낌이었고
그것때문에 더 불안해졌어요.
그래서 의사에게 부작용을 얘기한 후 약을 바꾸게 되었습니다.
바꾼 약은 알프라졸람이고 용량은 2mg 입니다.
공황 약 용량은 보통 1.5부터 시작합니다.
현재 약 먹은지 5개월 됐어요.
다행히 이 약은 이전 약을 먹었을 때처럼 심한 졸림이나 몽롱함은 없네요.
확실히 저에게는 약을 바꾸고 나서부터
아, 약효가 이런 거구나! 싶을 정도로 차이가 느껴졌습니다.
공황증세가 아예 싹 사라진 건 아니지만
예전처럼 자주 나타나지는 않고
증상이 나타나는 횟수가 줄어듦에 따라 증상이 자연스럽게 완화되었어요.
예전에는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하면 몸까지 같이 떨렸는데
지금은 비슷한 상황에서도 증상이 예전만큼 크게 번지지는 않아요.
심장이 조금 두근거리는 정도에서 지나가는 경우도 많아졌고,
몸이 떨리는 증상도 예전보다 확실히 줄었어요.
그러면서 느낀게
공황이 없는 사람들은 원래 이런 기분으로 생활하는 건가? 싶더라고요.
별일 없이 하루를 보내고,
몸에서 이상한 신호가 조금 느껴져도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지나가는 게 당연한 사람들의 삶이 이런 걸까 싶어서 신기하기도 했어요.
그동안 저에게는 너무 당연했던 긴장과 불안이
조금씩 사라지는 걸 경험하니까 새삼 감개무량하기도 했고요.
현재까지는 특별히 불편한 부작용도 없어서
약을 다시 바꾸지 않고 계속 복용하고 있습니다.
현재는 약 복용외에도 병원상담을 꾸준히 다니고 있어요.
저는 상담할 때 제 상태를 꽤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편이에요.
그동안 어떤 상황에서 불안했는지, 어떤 증상이 있었는지,
약을 먹고 무엇이 달라졌는지 하나씩 이야기하고 나면 속이 좀 시원해집니다.
그리고 저는 공황 증상이 나타나면
그때마다 왜 또 이러지? 하고 증상 자체를 없애려고 하기보다는
그 순간 자체를 최대한 잊으려고 생각하는 편이에요.
예를 들어 평소보다 심하게 두근거리는 날이면
무작정 증상만 생각하지 않고
지금 이 일은 내가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다,
내가 결과를 너무 크게 받아들이고 있는거다 하면서 트레이닝을 합니다.
제가 어떤 상황에서 공황이 심해지는지 어느 정도 패턴을 알고 있기 때문에
몸의 반응만 보지 않고 그 직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같이 살펴보는 거예요.
이렇게 해보면 막연하게 내 몸에 또 문제가 생겼나? 라고 생각하는 것보다
제가 왜 이렇게 긴장했는지를 조금 객관적으로 볼 수 있었어요.
물론 이것만으로 공황장애가 없어지는 건 아니고
저처럼 치료를 받고 있는 사람이 증상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됐던 개인적인 방법이에요..
또 운동도 하고 햇빛도 최대한 많이 보려고 해요.
해가 짧고 일조량이 적은 북유럽에는 우울증 환자들이 많아요.
그만큼 햇빛 보는 건 정말 중요합니다.
또 되도록이면 낮에 활동하고
가능하다면 밤이나 새벽에 활동하는 올빼미 생활을 줄이는게 좋습니다.
그리고 트로스트에 있는 자가점검을 해봤는데
현재는 경미 수준으로 나오네요.
항상 심각 상태였던 공황이 지금은 경미 단계입니다.
이것만으로도 약 효과가 어떤지 설명이 되는 것 같아요.
경미단계가 준수한 단계가 아니라는 건 알지만
전 약을 먹고 경미 단계로 좋아진거라
약 복용에 대해 긍정적이고 만족하고 있어요.
처음에는 약 하나를 더 먹는 것조차 그렇게 고민했지만
지금은 치료를 시작했던 게 다행이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전 처음에 내가 정상이 아니구나 내 몸이 왜이러지
나는 멘탈이 너무 약하다고 혼자 자책하고 비하하는 시간이 많았는데
약을 먹고 안정이 조금 된 후에는
내가 정상이 아니었던 게 아니라
그동안 너무 불안한 상태에서 버티고 있었기 때문에 그랬던 것이라는 걸 깨닫게 되었어요.
자가점검은 병원에 직접 가지 않고도
현재 내 상태를 가볍게 확인해볼 수 있는 가장 간단한 방법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트로스트에 올라와있는 자가점검은
항목수도 많지 않고 전문적인 검사지와 달리 내용도 간단한 편이라
부담이 없으니 내가 혹시 공황장애인가 하는 분들은
한번 확인해보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