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럴만하네요. 내가 아니라서 다행이다라는 말에 마음이 완전히 식을 만해요. 조금씩 거리를 두는게 좋지않을까요?
저는 나르시시스트라는 것이
비정상적으로 과도한 자기애를 가진 사람을 의미하는 줄만 알았거든요.
굉장히 외향적이고, 나대기 좋아하는.. 뭐 그런 사람이요.
제 주변에는 이런 성향을 가진 사람이 떠오르지 않았는데
찾아보니 나르시시즘이란 것이 꼭 그런 특징만 가진 것이 아니더라고요.
제가 알고 있던 나르시시즘은
외현적 나르시시즘으로 자기 과대성이 두드러진 유형을 말하지만
그 외에도
겉으로는 내성적이지만 내면의 자기 과대성을 지키기 위해 문제를 외부로 돌리는 내현적 나르시시즘,
자기 과대성을 충족하기 위해 타인을 이용하고 규율을 무시하며 파괴적인 성향을 보이는 악성 나르시시즘,
도움, 봉사 등을 통해 공동체적 영역에서 자신의 과대성을 충족하는 공동체적 나르시시즘,
겉으로는 자신감이 없고 소심해 보이지만 내면에는 강한 자기애와 우월감을 가지고 있으며
다른 사람에게 의존하거나 피해자 행세를 하며 관심을 끌려고 하는 취약형 나르시시즘 등등.
이렇게 다양한 나르시시즘이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어요.
나르시시즘에 대한 글을 읽다 보니 문득 한동안 저의 머리를 복잡하게 만들었던 사람이 떠오르며
이 사람이 혹시 나르시시스트인걸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저희 회사에는 제가 한 때 여리고 섬세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분이 있어요.
우리는 오랜 시간을 같이 일했기 때문에 저는 그 분의 과거나 가정사에 대해서 잘 알고 있어요.
어려운 가정 환경에서 자랐고
경제력 없는 아버지 때문에 어머니가 고생 고생하며 일을 하시느라 아이들을 돌보지 못하셔서
첫째였던 자신이 어린 동생들을 챙길 수 밖에 없었다는 그런 이야기들이요.
처음 그런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저도 마음이 참 안 좋았어요. 뭐 하나라도 더 챙겨드리고 싶었죠.
그 분은 뭐든 좀 욕심이 많아요.
사탕 한 알이라도 자신이 더 먹어야 직성이 풀리고
남들보다 볼펜 한 자루라도 더 갖고 싶어 하시죠.
업무에서도 누가 자기보다 더 잘한다는 생각이 들면 견디지 못하시는 것 같았어요.
저도 그런 행동을 하는 그 분이 이상해 보였지만
그 분이 늘 말씀하셨거든요.
자신은 어린 시절에 어렵게 자랐기 때문에 가져보지 못하고 해보지 못한 것이 많다고요.
돈이 없어서 반장을 못해봤다며 자기도 반장을 너무 하고 싶었는데
반장을 하면 엄마가 학교에 자주 오셔야 하니까 그것도 내 맘대로 하지 못했다며 슬퍼하세요.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 마음이 참 짠해서 뭐 하나라도 더 챙겨드리려고 했고
어린 아이처럼 행동하는 것도 못 본 척 할 때가 많았죠.
말 한 마디를 할 때도 신경을 많이 쓰고요.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그 분과 있으면 기가 빨리고 기분이 상하는 일들이 생기기 시작했어요.
회의 시간에 여러 가지 의견이 나오다 보면
어떤 의견은 채택되기도 하고 어떤 의견은 보류가 되기도 하잖아요.
그런데 그 분은 자신의 의견이 보류되면 필요 이상으로 분개하더라고요.
그리고 저희 회사 사람들은 몇 사람을 제외하고는 제 기준에서는 평범하고 좋은 사람들인데
그 분을 통해 들으면 회사 사람들이 전부 자신을 무시하고 따돌린다고 해요. 울기도 얼마나 자주 우는지 몰라요...
그리고 이야기의 끝은 항상 자기 이야기고 늘 안 좋은 이야기에요.
제가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말을 꺼내면 제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래도 너는 나보다 낫지.." 하면서 자기 이야기로 넘어가요.
굉장히 능숙하게 자기 이야기로 화제를 돌려서 처음에는 저도 눈치 채지 못할 정도였는데
몇 년 동안 이런 상황이 반복되니 저도 짜증이 나더라고요.
제가 가장 힘들고 짜증 나는 것은
그 사람이 하는 말에는 늘 뭔가 가시가 있다는 느낌을 받을 때에요.
좀 강하게 이야기를 하면
기본적으로 그 분은 말을 할 때
[곱게 자란 너는 운이 좋아서 잘 된거고 나는 이렇게 노력하는데도 운이 따라 주질 않는다.]라는 프레임을 깔고 말을 해요.
누가 누가 더 불행한지를 따지는 것 같아서 웃기긴 한데 저도 딱히 곱게 자란 건 아니거든요.
집이 망해서 고생도 많이 했고 학비 마련하느라 휴학도 하고 아르바이트도 많이 했어요.
그 분도 이런 저의 사정을 다 알면서도 '너는 나처럼 절박하게 살아본 적이 없잖아.'라는 식으로
저의 노력을 폄하할 때가 많아요.
그리고 제가 회사에서 좋은 성과를 내면
겉으로는 축하한다고 하면서도 은근히
"너는 속 편하게 일만 할 수 있으니까 그렇지. 나는 아니거든."
이런 식으로 이야기를 해요.
이런 이야기를 들을 때면 진짜진짜진짜 짜증이 납니다.
몇 달 전에 제가 회사에서 안 좋은 일이 있어서 마음 고생을 한 적이 있어요.
제가 많이 힘들어하니까 다들 위로를 해주거나 은근히 뒤에서 챙겨주셨거든요.
그런데 그 분은 저에게 위로를 한다고 와서는
"내가 그랬을 수도 있는 거잖아. 너무 무섭네..."라고 하는 거에요.
지금 다시 떠올려도 뒷골 땡기네요.
이런 식으로 뭔가 묘하게
나는 대단한 사람인데 상황이 뒷받침되지 않는다고 하거나
내가 너보다 우위에 있다는 듯한 말을 자주 해요.
저 같이 둔한 사람은 즉각적으로 깨닫지는 못하지만 곱씹어 보면 굉장히 기분 나쁜 말들이요.
꽤 오랜 시간 동안 잘해주려고 노력했는데
사실 저는 "내가 아니어서 너무 다행이다."라는 말을 듣는 순간 마음이 완전히 식었거든요.
하지만 회사에서 누구 하나 그만두지 않는 한, 계속 봐야 하잖아요.
원래의 저라면 마음 식은 대상은 상대도 안하는데
회사 사람이니 수시로 대화를 나누어야 하고 억지로 웃으면서 대해야지요.
겉과 속이 다른 태도를 보이려니 제 마음이 너무 불편해요.
제가 너무 예민하게 받아들인 걸까요?
어쩐지 뒷담화 하는 느낌이 들어서 아직 그 분이 저에게 그렇게 말했던 것은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어요. 그래서 더 답답한가 싶기도 해요.
앞으로 제가 어떻게 행동하면 좋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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