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가장 친한 친구를 만나는 것조차 너무 힘들었어요
예전에는 만나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야기했던 친구인데 어느 순간부터 약속 날짜가 다가오는 것만으로도 피곤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친구가 싫어진 것도 아니었고 특별히 싸운 일도 없었어요
그런데 만나고 집에 돌아오면 이상하게 기운이 다 빠진 것처럼 지쳤어요
처음에는 제가 요즘 피곤해서 그런가 보다 하고 넘겼어요
회사 일도 바빴고 개인적으로 신경 쓸 일도 많았기 때문에 그냥 체력이 떨어진 줄 알았어요
그런데 이상했던 건 혼자 있을 때는 괜찮았다는 거예요
누구를 만나거나 연락을 주고받는 순간부터 피로감이 확 올라왔어요
친구가 힘든 일이 있다고 하면 예전처럼 진심으로 들어주고 싶었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이야기를 듣는 것 자체가 버겁게 느껴졌어요
저도 힘든 일이 있었지만 상대방에게 부담을 주기 싫어서 제 이야기는 거의 하지 않았어요
그러다 보니 계속 상대방의 감정만 받아주는 관계가 되어 있었던 것 같아요
어느 날 약속이 있었는데 정말 나가기 싫어서 취소하고 집에 있었어요
그런데 이상하게 미안한 마음보다 편안하다는 느낌이 먼저 들었어요
그때 처음으로 제가 사람을 싫어하는 게 아니라 너무 지쳐 있었던 건 아닐까 생각하게 됐어요
돌이켜보니 친구 관계뿐만 아니라 회사에서도 비슷했어요
누군가에게 연락이 오면 바로 답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다른 사람의 부탁도 거절하지 못했어요
쉬는 시간에도 계속 누군가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챙기려고 했던 것 같아요
결국 제 에너지를 다른 사람에게 계속 나눠주다 보니 정작 제 마음을 돌볼 여유가 없었던 거예요
그 뒤로는 일부러 혼자 있는 시간을 만들었어요
답장을 바로 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했고 약속도 제 컨디션을 먼저 보고 잡았어요
친구에게도 요즘 제가 많이 지쳐 있어서 연락이나 약속을 조금 줄이고 싶다고 솔직하게 이야기했어요
다행히 친구도 제 상황을 이해해줬고 오히려 그 뒤로는 관계가 더 편해졌어요
예전에는 친한 사이일수록 모든 걸 함께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적당한 거리가 있어야 서로 편할 때도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사람을 만나는 게 싫어진 줄 알았는데 충분히 쉬고 나니 다시 친구를 만나는 것도 즐거워졌어요
그때서야 제가 사람에게 질린 게 아니라 그동안 너무 많이 참고 맞춰오면서 지쳐 있었다는 걸 알게 됐어요
혹시 저처럼 친구나 가족을 만나는 것조차 부담스럽고 연락 하나에도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면 스스로를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으셨으면 해요
관계가 싫어진 게 아니라 내가 쉴 시간이 부족했던 것일 수도 있어요
저는 관계를 끊는 것보다 먼저 제 마음이 쉴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것부터 시작했고 그게 생각보다 큰 도움이 됐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