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일 때문에 힘든 건 알고 있었어요.
그런데 제가 번아웃 상태라는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처음에는 단순히 요즘 컨디션이 안 좋은가 보다 했어요.
아침에 일어나는 게 너무 힘들고 출근해서 컴퓨터를 켜는 순간부터 피곤했지만 그래도 다들 이렇게 사는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문제는 퇴근하고 나서였어요.
예전에는 퇴근하면 친구한테 먼저 연락해서 저녁을 먹기도 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사람을 만나는 게 귀찮아졌습니다.
연락이 와도 답장을 미루게 되고 약속이 생기면 취소하고 싶은 마음부터 들었어요.
친구가 싫어진 것도 아니었는데 그냥 누군가와 대화할 힘이 없었습니다.
주말에는 푹 쉬면 괜찮아질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토요일에는 늦게까지 자고 일어나서 하루 종일 쉬었는데 이상하게 일요일 밤이 되어도 피곤함이 그대로였습니다.
월요일 출근 생각만 하면 답답했고 작은 업무에도 예민하게 반응했어요.
어느 날은 별것 아닌 부탁을 받았는데 순간적으로 너무 짜증이 나서 저도 놀랐습니다.
그날 집에 와서 가만히 생각해봤어요.
내가 왜 이렇게 변했을까 싶더라고요.
돌아보니 몇 달 동안 제대로 쉬었던 적이 없었습니다.
퇴근 후에도 회사에서 있었던 일을 계속 생각했고 쉬는 날에도 다음 주 업무를 미리 걱정했어요.
그때 처음으로 번아웃이라는 단어가 제 이야기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생활부터 조금씩 바꿔봤어요.
퇴근하면 업무 관련 연락을 바로 확인하지 않았고 주말에는 회사 생각을 하지 않으려고 했습니다.
무조건 약속을 잡기보다 혼자 조용히 쉬는 시간도 일부러 만들었어요.
처음에는 이렇게 아무것도 안 해도 괜찮은 건가 싶었는데 오히려 시간이 지나면서 마음이 조금씩 가벼워졌습니다.
특히 예전에는 재미없게 느껴졌던 일들이 다시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어요.
친구 연락도 부담스럽지 않게 느껴졌고 먼저 연락하고 싶은 마음도 생겼습니다.
그제야 제가 사람을 싫어했던 것도 아니고 일을 못하게 된 것도 아니었다는 걸 알았어요.
그동안 너무 오래 달려와서 제 에너지가 바닥나 있었던 것 같아요.
지금은 조금만 무리해도 예전과 비슷한 신호가 나타나는지 살펴보면서 쉬려고 합니다.
혹시 저처럼 아무것도 하기 싫고 사람 만나는 것도 귀찮아졌는데 그냥 내가 게을러진 거라고 생각하고 있다면 잠깐 멈춰서 내 상태를 살펴보셨으면 좋겠어요.
저는 번아웃을 겪고 나서야 잘 쉬는 것도 생활에서 꼭 필요한 일이라는 걸 알게 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