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지금 어떤 상황이 반복되고 있나요?
저는 어릴 때부터 정말 소심한 성격이었습니다.
지금도 좀.. 그런 것 같아요.
일단 저는 대문자 I에, E의 특징이 단 1도 없어요.
활발하고 먼저 나서는 성격과는 거리가 멀거든요.
그런 부분 때문인지 저도 제가 스스로 거절을 잘 못한다는 걸 알고 있어요.
제가 '소심하다'라는 단어를 처음 알게 된 게 초등학교 저학년 때였는데요.
생활기록부에 차분하고 소심한 학생이라고 적혀 있었는데, 당시에는 소심하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몰라 피아노 선생님께 물어봤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그때 선생님께서 피아노를 예로 들어 설명해주셨어요.
선생님이 '이 곡은 충분히 연습했으니까 다음 곡으로 넘어갈까? 라고 물어보면 너는 자신이 없어서 쉽게 결정하지 못하잖아. 그런 모습도 소심한 성향 중 하나야.' 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리고 이런 일이 있었어요.
피아노 경연대회에 나가기로 했는데, 저는 A곡을 연습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한 수강생 친구가 자기도 A곡을 치고 싶은데 B곡으로 양보해줄 수 있냐고 부탁하더라고요.
같은 곡을 칠 수는 없는 상황이었는데...
사실 저는 A곡이 더 자신 있었고, B곡은 예전에 잠깐만 연습했던 곡이라 부담스러웠어요.
속으로는 정싫었지만.... 결국 거절을 못 했고, 제가 B곡으로 바꿨습니다.
나중에 피아노 선생님께서는 "네가 A곡을 훨씬 잘 쳤는데 왜 양보했니?"라며 많이 아쉬워하셨고요.
그때 처음으로 아... 내가 소심한 사람이구나 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저는 그 이후로도 친구 부탁을 잘 거절하지 못했어요.
친구들에게 이것저것 준비물을 잘 빌려줬지만, 다시 돌려받지 못했던 적도 있고요.
중학생, 고등학생이 되면서는 저도 조금씩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나도 계속 당하기만 하면 안 되겠다! 가끔은 거절도 할 줄 알아야겠다!
이런 생각을 많이 했어요.
그런데 막상 거절하려고 하면
혹시 나를 매정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어떡하지?
나를 싫어하게 되면 어떡하지? 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어요.
정말 머릿속에서 천사와 악마가 싸우는 느낌이었어요.
그냥 한 번 도와주자
아니야 이번엔 거절해야 해
학창시절에는 솔직히 교우관계가 전부이던 시절이니깐 그 두려움이 더 컸던 것 같아요.
그렇게 대학생이 되었고..
한번은 수업에서 정말 어려운 과제가 나왔고 저도 정말 어렵게 과제를 끝냈습니다.
그런데 절친a가 그 과제를 도저히 못하겠다고 그걸 보여달라고 하더라고요.
이번만큼은 나도 너무 힘들게 한 과제라 안 되겠다 싶어서 부탁을 거절했어요.
저도 그렇게 누군가의 부탁을 거절한게 그게 거의 인생 처음이었죠,
친구는 그냥 알겠다며 넘어갔어요.
그런데 과제를 제출한 뒤에 다른 절친 b가 a에게 과제를 보여줬다고 하더라고요.
순간 머리가 복잡해졌어요.
그래서 저는 엥? 너도 그거 엄청 힘들게 했잖아 - 하니
b는 아, 근데 뭐 어때~ 친구끼리 - 라고 하더라고요.
여기서 전 벙쪘어요. 나만 나쁜 사람 된 것 같은 기분이 들더라고요.
나만 너무 매정했던 건지..
혹시 속으로 나 욕한 거 아니겠지
나를 빼고 이 친구들이 혹시 나에 대해 안 좋은 생각을 하는 건 아닐까? 등등...
그 뒤로 너무 신경이 쓰이고 괜히 혼자 죄책감이 들어서 그 친구 부탁을 몇 번이나 거절하지 못하고 들어줬습니다ㅠㅠ
이런 저의 거절 못하는 성격은 직장인이 되어서도 계속되었어요.
하루는 a장소로 외근 준비를 하는데 다른 팀원이 자기도 a에 할 일이 있는데 마침 잘 됐다며 저에게 일을 부탁하더라고요.
제가 그곳에 가는 걸 이미 아니깐 거절하기 어려워서 부탁을 들어줬어요.
그러나 나중에 후회했어요. 어쨌든 제 일이 늘어났으니까요.
한번은 집 가는 방향에 거래처가 있어서 조금 일찍 퇴근해서 거래처에 들러서 일을 본 후, 거기서 바로 퇴근하곤 했는데, 하루는 동료가 집가는 길에 거래처에 들러서 물건을 대신 갖다주라고 부탁하더라고요.
거래처가 집 근처가 아니고 방향일 뿐인데...?? 점점 부탁이 과해지더라고요.
처음에는 약속이 있어서 어렵다고 했는데
며칠 뒤에는 아예 동료가 상사에게 먼저 허락까지 받아온 거 있죠.
조금 일찍 퇴근해도 된다고 하니 다녀와 달라고 하더라고요.
동료가 상사 허락까지 받아온 상황이라 거절하지 못했습니다ㅠㅠ
하지만 일찍 퇴근을 해봤자 퇴근 시간 안에 내 업무를 마쳐야 하고, 거래처에 들러서 나오고 나면 어차피 퇴근시간이 되기 때문에 평소 퇴근 시간과 크게 다르지도 않았습니다.
오히려 제 일만 하나 더 늘어난 셈이었죠.
한 번 들어주니까 그 이후로는 다른 사람들도 저에게 부탁하는 일이 점점 많아졌습니다.
저 스스로도 피해를 보면서까지 거절을 못 하는 제 모습이 답답했어요.
2. 혼자 어떻게 해보려고 했나요?
저도 이 성격을 고쳐보려고 노력은 많이 했어요.
예전에는 부탁을 받으면 거의 무조건 들어줬다면, 지금은 정말 어려우면 한 번쯤은 거절해 보자라는 마음을 먹고 있어요.
거절을 해야겠다고 미리 마음도 먹어보고, 심지어는 부탁을 받으면 이렇게 말해야지 하고 연습도 해봤고요.
실제로 몇 번은 용기 내서 거절한 적도 있었어요.
그런데 이상하게도 거절을 하고 나면 일이 끝난 뒤에도 계속 신경이 쓰입니다.
내가 너무 차갑게 말했나?
혹시 기분 상한 건 아닐까?
만약 다음에 내 부탁을 안 들어주면 어떡하지?
이런 생각이 며칠씩 머릿속을 떠나질 않더라고요....
결국 그 불편한 마음을 견디지 못해서 다음에는 부탁을 들어주게 되는 경우가 생기기도 하고.. 그러네요.
3. 코치님께 가장 물어보고 싶은 것은?
제가 가장 궁금한 건 어디까지가 배려이고, 어디부터는 거절해야 하는 상황인 것 같아요.
특히 직장에서는 상사가 이미 허락을 했거나, 상대방이 거절하기 어렵게 분위기를 만들어 놓은 경우가 많잖아요.
그런 상황에서도 제 의사를 표현하는 것이 맞는 걸까요?
그리고 저는 거절을 하는 것도 어렵지만
그리고 혹시 내가 거절했을 때 날 매정하게 볼까봐, 상대방이 서운해하거나, 그걸 아니꼽게 봐서 나중에 나의 부탁을 안들어주면 어떡하지 하는 걱정도 너무 큽니다.
거절을 어려워하는 분들은 이런 생각 한번쯤 해보셨을 것 같은데요.
혹시 이런 생각을 줄이고 상대방이 기분나빠하지 않게, 부드럽게 거절하는 방법도 있을까요?
좋은 사람으로 남고 싶은 마음과 제 자신을 지키고 싶은 마음 사이에서 계속 흔들립니다...
거절도 하나의 인간관계 기술이라고 하던데,
저처럼 어릴 때부터 거절을 어려워했던 사람은 어른이 되어서도 여전히 어려워요.
이미 오래된 저의 이 성향을 바꿀 수 있을까요?
도와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