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원래 좀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부지런한 성격입니다.
어떤 일이든 미루는 법도 없고 계획했던 것은 무슨 일이 있어도 실천에 옮기죠.
주변은 늘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고요.
이런 제 자신이 자랑스럽다거나, 다른 사람에게 이런 삶을 강요할 생각도 전혀 없어요.
오히려 이렇게 까지 살아야 하나, 나 스스로를 좀 그냥 냅뒀으면 좋겠다 하는 생각이 더 큰 편이었죠.
그래도 죽을 것 같이 힘들고 괴롭지는 않아서 이게 내 팔자인가보다 생각하며 그냥저냥 살았거든요.
그런데 요즘은 제 자신이 갑자기 너무 게을러져서 당황하는 중입니다.
요즘 제 상태를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만사가 다 귀찮다'는 말 밖에 생각이 안나네요.
요즘 몇 달 동안은 뭘 하든 시작하기 전부터 귀찮아요.
사람을 만나는 것도 귀찮고
누군가에게 연락이 오는 것도 싫어요.
집 치우는 것도 귀찮아서 집은 엉망진창이고
이제는 밥 먹는 것도 귀찮아요.
생각해보니 금요일 저녁에 회사에서 얻어온 샌드위치로 저녁을 대충 때운 뒤로 이틀 동안 커피 말고는 먹은 것도 없네요.
위고비나 마운자로를 하는 것도 아닌데 입맛도 없고 배도 고프지 않으니 내가 왜 이러나 싶어요.
그렇다고 요즘 특별히 힘든 일이 있는 것도 아니에요.
회사일이야 늘 힘들었지만 거기서 거기이고
스트레스를 주는 누군가가 있는 것도 아닙니다.
마음은 그냥 잔잔한 상태인데 이상하게 아무 것도 하고 싶지가 않아요.
예전에는 귀찮아도 할 일은 했었거든요.
하기 싫어도 억지로 움직이다 보면 그 안에서 재미를 찾기도 했고
보람을 느끼기도 했어요.
평생을 부지런히 움직이던 제 자신이 뭐라도 할 생각을 하면 구역감부터 느껴지니 참 당황스럽습니다.
사실 이 글을 쓰기 위해서 컴퓨터를 켜는 것도 이틀이 걸렸어요.
동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누구는 요즘 새로운 취미생활을 하고 있고
여행도 부지런히 다니고 외국어나 재태크 공부를 하면서 자기계발도 열심히 사는 것 같은데
저는 그저 하루하루를 흘려보내고 있는 느낌입니다.
저도 무언가를 부지런히 하고 약속을 기다리고 친구들을 만나 웃고 떠들던 시간으로 돌아가고 싶어요.
그런데 지금은 몸을 일으키는 것조차 그냥 다 귀찮습니다.
혹시 저처럼 만사가 다 귀찮았던 분이 계신가요?
저는 그냥 잠깐 지친 것 뿐일까요
아니면 제가 알아채지 못한 마음의 신호인건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