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며느리인 제가 처음으로 시어머니께 화를 냈던 날

몇 년 전 추석에 있었던 일입니다.

 

명절 전날부터 시댁에 내려가

음식 준비를 시작했습니다.

 

전 부치고 나물 만들고

잡채까지 준비하다 보니 허리가 많이 아팠습니다.

 

그런데 당일 아침부터 손님들이 오기 시작하니

쉴 틈이 없더군요.

 

점심을 먹고 설거지를 하고 있는데

시어머니께서 또 음식을 준비해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그 순간 저도 모르게

“어머니, 저도 조금만 쉬었다 하면 안 될까요?”라고 말했습니다.

 

말하고 나서 저 스스로도 놀랐습니다.

 

그동안 한 번도 그렇게 말한 적이 없었거든요.

 

순간 주방이 조용해졌고

저도 괜히 얼굴이 화끈거렸습니다.

 

그런데 시어머니께서는 화를 내지 않으시고

잠시 저를 바라보시더니 앞치마를 벗으셨습니다.

 

그리고는

“그러자. 내가 너무 당연하게 생각했네.”

 

라고 하셨습니다.

 

그 뒤로 남편과 시동생이 주방에 들어와

설거지와 음식 정리를 나눠서 했습니다.

 

저는 방에 들어가 30분 정도 쉬었습니다.

 

사실 쉬면서도 마음이 불편했습니다.

 

괜히 분위기를 망친 것 같고

다음부터는 저를 이상하게 생각하실까 걱정도 됐습니다.

 

그런데 저녁에 시어머니께서 제 옆에 앉으시더니

“아까 네가 말해줘서 나도 알았다”고 하시더군요.

 

저도 그 말을 듣고 죄송했다고 말씀드렸습니다.

 

돌이켜보면 그날 제가 화를 낸 게 잘했다기보다

참는 것만이 좋은 며느리가 아니라는 걸 배운 것 같습니다.

 

서로 힘든 걸 말해야

서로 도와줄 기회도 생기는 거니까요.

 

그 뒤로 저희 집 명절은 조금 달라졌습니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음식 준비와 설거지를 나눠서 하게 됐어요.

 

가끔은 어렵더라도

한 번쯤 솔직하게 말해보는 것도 필요한 것 같습니다.

댓글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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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니엄마
    사회복지사2급
    답변수 3,307채택률 4%
    몇 년 전 추석, 며느리로서 시어머니께 처음으로 화를 내신 그 날의 이야기를 들으니 마음이 참 복잡하셨겠어요. 분명 허리도 많이 아프고 쉴 틈 없이 고생하셨는데 참아온 마음이 터져 나온 순간이셨겠죠. 참는 게 항상 최선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고, 용기 내어 솔직한 마음을 표현하신 게 아주 의미 있는 변화였다고 생각해요.
    
    시어머니께서도 화내지 않으시고 마음을 이해해 주시고, 가족들도 함께 손을 보태 주신 점이 참 다행이고 고마운 일이에요. 이렇게 솔직한 대화가 가족 간 역할 분담과 부담을 줄이는 데 큰 힘이 되는 것을 보니, 가정에도 보다 건강한 소통의 밑거름이 되었겠지요.
    
    때로는 자신을 지키기 위해 마음속 이야기를 꺼내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그 용기를 냈을 때 예상보다 훨씬 좋은 변화를 경험하는 일이 많아요. 말씀하신 것처럼, ‘참는 것만이 좋은 며느리’가 아니라 서로의 어려움을 알아차리고 함께 나누는 가족이 더욱 든든하니까요.
    
    앞으로도 힘들 때는 적절한 선에서 솔직한 마음을 전하시면서 가족과 서로 손을 맞잡고 도우며 행복한 추석 보내시길 응원합니다. 이렇게 따뜻한 경험을 나눠 주셔서 고맙습니다.  
    
    힘내세요!
  • 프로필 이미지
    해피푸강아지똥
    상담교사
    답변수 1,107채택률 7%마음·정신건강, 스트레스·감정조절 전문
    몇 년 전 추석날, 용기를 내어 내뱉은 그 한마디가 시댁 전체의 명절 문화를 바꾸는 훌륭한 터닝포인트가 되었던 소중한 경험을 나누어 주셨네요.
    
    그동안 참아온 시간이 길었기에 덜컥 입 밖으로 나온 짧은 한마디에 가슴이 두근거리고, 쉬는 시간 동안에도 '내가 괜한 소리를 해서 분위기를 망친 것은 아닐까' 하며 마음 졸이셨을 그 서늘하고 붉어지던 감정이 참 생생하게 느껴집니다.
    
    하지만 그날 사연자님이 내어주신 용기는 결코 분위기를 망친 것이 아니라, 누군가는 반드시 깨트렸어야 할 '당연하게 여겨지던 가혹한 참음의 고리'를 건강하게 끊어낸 순간이었습니다.
    
    이 경험을 통해 사연자님께서 깨달으신 몇 가지 깊은 가치는 앞으로의 삶과 관계에서도 커다란 자산이 되어줄 것입니다.
    
    상대방도 '말하지 않으면 모른다'는 사실의 확인
    우리는 흔히 '남이 알아서 배려해주겠지' 기대하며 참지만, 사람들은 타인의 고통을 의외로 무심하게 지나치곤 합니다. 시어머니께서도 악의가 있어서라기보다 늘 해오던 일이기에 무감각해지셨던 것이고, 사연자님의 솔직한 의사표현이 시어머니에게도 당황스러운 깨달음의 계기가 되었습니다.
    
    화내지 않고 솔직하게 '내 한계'를 알리는 표현의 힘
    비난이나 분노가 아닌 "어머니, 저도 조금만 쉬었다 하면 안 될까요?"라는 단백하고 솔직한 상태 전달은 상대방이 방어 태세를 갖추지 않고 상황을 자각하게 만드는 가장 세련된 경계 세우기 방식이었습니다.
    
    참음이 아닌 '소통'이 만들어낸 진짜 가족의 화목
    무조건 혼자 짊어지고 참아내는 것은 겉보기엔 평화로워 보여도 속으로는 억울함과 병이 쌓이게 만듭니다. 솔직하게 힘듦을 나누었을 때 남편과 시동생도 도울 기회를 얻게 되었고, 결과적으로 모두가 한 걸음씩 나누어 지는 건강한 가족 공동체의 기틀이 마련되었습니다.
    
    무엇보다 사연자님의 용기를 기꺼이 받아들이고 "네가 말해줘서 알았다"며 사과해주신 시어머니의 성숙한 태도와, 즉시 주방으로 들어와 일을 나눈 남편 및 시동생의 행동 또한 사연자님의 진심이 선하게 통했음을 보여줍니다.
    
    "참는 것만이 답이 아니며, 솔직하게 말해야 서로 도울 기회가 생긴다"는 그날의 소중한 배움은 명절뿐만 아니라 앞으로 사연자님이 마주할 수많은 대인관계에서도 나 자신을 보호하고 타인과 건강하게 동행하는 강력한 이정표가 될 것입니다.
    
    스스로의 경계를 지키고 가정 내 따뜻한 변화를 이끌어내신 사연자님의 지혜와 용기에 깊은 박수를 보냅니다.
  • 익명2
    우리가 명절에 이혼율이 급격히 늘어난다고 하죠. 그만큼 우리는 많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습니다. 사실 예전에 우리 남자들은 어땠습니까? 제사상에서 그저 절만하고 끝냈죠. 그죠? 제사 음식 조금 도와주는 거라고 한다면은 밤까 주는 거 정도 뭐 이 정도 외에는 별로 해 주지도 않았잖아요. 그런데 지금은 시대가 많이 변했습니다. 남자들도 주방 일을 해야 되고 여자들을 많이 도와줘야 되는 시기가 된 것이죠. 그리고 어쩌면 당연한 것일 수 있습니다 네. 점점 우리가 이렇게 시간이 점점 변해. 세대가 점점 변해 가고 있는데. 모든 것은 예전 기준에 맞출 수는 없는 것입니다. 내가 심도일 수도 있고 또 내 팔이 아플 수도 있고 내 다리가 아플 수도 있는 겁니다. 그럴 때 잠시 휴식을 취할 수도 있는 것은 당연한 권리인 것이지요. 그러면 며느리는 시집에 가면은 매일 일만 해야 되는 건가요? 아니면은 쉬지도 못하고 일만 해야 되는 건가요? 예전에 우리 어머니 때는 그랬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잖아요. 지금 그리고 시어머니들도 많이 생각이 바뀌시고 예전만은 그런 시어머니도 없습니다. 시대도 더 많이 변했고 세상도 많이 변했고 모든 것들이 다 변해 가고 있는데 예전 것들을 그대로 따를 필요는 없는 것이지요. 제가 예전에 어릴 적만 해도 제사 음식을 하시러 우리 어머니가 일주일 전인서부터 시골에 내려가셔 가지고 제사. 음식을 하셨던 걸로 기억이 납니다. 그리고 진짜 만두만 3일 동안 빚었던 걸로 기억이 나요. 정말 힘들고. 그리고 정말 일이 많았었죠. 그런데 이런 것들을 다 이겨내시면 우리 어머니도 참 대단하시다고 생각을 합니다. 그렇게 지금은 제사도 지내지도 않고 그리고 지금은 기도로 끝내거나 아니면은 명절날 또는 추석기나 서희날 당일 날에 성묘하는 걸로 그냥 끝내는 경우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우리가 시대가 지나고 세상이 많이 변한 만큼 그 시대의 상황을 잘 따라줘야 될 것입니다. 지금은 너무나 힘든 시기가 되었어요. 예전에 한번 보십시오. 조선 시대 때 3년상이라는 게 있지 않았습니까? 근데 지금은 그런 게 없지 않습니까? 다시 내가 조금씩 변하고 사회가 변하면서 조금씩 조금씩 모든 것들도 변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 변화에 우리도 따라가야 하는 것이겠죠. 그것만을 고집할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세상의 모든 자식들은 기이합니다. 며느리도 귀한 자식이나 마찬가지지요. 힘든 이유도 있고 어려운 이유도 있고 특히나 명절 날에는 가족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것이 저는 중요하다고 생각을 합니다. 가족들끼리 함께 모일 수 있는 시간은 명절밖에 없잖아요. 그런데 그런 시간에 며느리는 또는 여자들은 부엌에서 계속 일만 한다면 그것도 문제가 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리고 주방일이라는 게 모두 다 다 며느리만 할 수 있는 법이라는 게 없잖아요. 세상은 많은 것이 달라졌고 또 점차 달라지고 있습니다. 이번 명절에는 말이죠. 저희는 그냥 음식 하나 하지 않고 밖에서 그냥 사 먹기로 했습니다. 그냥 서로 속편하죠. 달리 생각해 보세요. 밖에 나가서 그냥 사 먹는 것도 나쁘지 않아요. 모두 다 다 편하고 또 힘들지도 않고 또 그렇게 경제 활성화가 되지 않겠습니까?
  • 익명1
    참 현명 하시네요. 며느리라고 해서 너무 참지 않는 것도 좋은 방법이에요. 할말은 하면서 살아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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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찌니
    상담교사
    답변수 3,942채택률 3%
    용기 있게 건넨 솔직한 한마디가 집안의 명절 풍경을 건강하게 바꾼 뜻깊은 경험입니다.
    ​그동안 묵묵히 참아오셨기에 그 순간 마음을 표현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망설임과 부담감이 있으셨을지 깊이 공감됩니다. 말씀하신 직후에는 혹여 분위기를 망친 건 아닐까 마음을 조리셨겠지만, 그 용기 덕분에 시어머니께서도 무심코 지나쳤던 노고를 깨닫고 짐을 나누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참기만 했다면 쌓였을 서운함 대신, 솔직한 대화로 서로를 배려하는 건강한 가족 문화가 시작되었습니다.
    마음을 열어 보여주었기에 남편과 시동생도 함께 참여하며 모두가 편안한 명절을 만드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스스로를 자책하기보다, 가족 모두에게 배려의 기회를 선물한 긍정적인 전환점으로 기억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앞으로도 소중한 마음을 지키며 솔직하게 소통하는 따뜻한 관계가 이어지기를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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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소년상담사
    답변수 1,542채택률 4%마음·정신건강, 스트레스·감정조절 전문
    같은 며느리의 입장에서 그날의 숨 막히던 공기와 쿵쾅거리던 심장이 고스란히 전해져서 글을 읽는 내내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좋은 며느리'라는 이름표를 달고 묵묵히 견디는 게 당연하다고 배우며 살아온 우리에게, 그날 그 한마디는 정말 목숨을 건 용기였을 겁니다.
    
    "어머니, 저도 조금만 쉬었다 하면 안 될까요?"
    그 떨리던 목소리 뒤로 얼마나 많은 인내와 서러움이 쌓여 있었을지 알기에 더 깊이 공감하게 됩니다. 화를 낸 게 아니라, 내 몸과 마음이 더 이상 버티지 못해 터져 나온 아주 정직하고 소중한 SOS였어요.
    
    어머니께서 그 뜻을 헤아려 앞치마를 벗어주신 것도 참 다행이지만, 무엇보다 스스로의 한계를 인정하고 입 밖에 내어준 그날의 본인에게 가장 큰 박수를 보내드리고 싶습니다. 
    
    참는 게 미덕이 아니라, 내 아픔을 솔직하게 말해야 서로가 서로를 사람으로 대할 기회가 생긴다는 걸 몸소 증명해 주셨으니까요.
    
    다가오는 명절을 앞두고 그날의 기억을 꺼내어 보며 또다시 마음을 다잡고 계실 텐데, 이번 명절에도 그날 세워둔 단단한 기준을 품고 나를 가장 먼저 아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정말 수고 많으셨고, 현명한 이야기 나눠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