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추석에 있었던 일입니다.
명절 전날부터 시댁에 내려가
음식 준비를 시작했습니다.
전 부치고 나물 만들고
잡채까지 준비하다 보니 허리가 많이 아팠습니다.
그런데 당일 아침부터 손님들이 오기 시작하니
쉴 틈이 없더군요.
점심을 먹고 설거지를 하고 있는데
시어머니께서 또 음식을 준비해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그 순간 저도 모르게
“어머니, 저도 조금만 쉬었다 하면 안 될까요?”라고 말했습니다.
말하고 나서 저 스스로도 놀랐습니다.
그동안 한 번도 그렇게 말한 적이 없었거든요.
순간 주방이 조용해졌고
저도 괜히 얼굴이 화끈거렸습니다.
그런데 시어머니께서는 화를 내지 않으시고
잠시 저를 바라보시더니 앞치마를 벗으셨습니다.
그리고는
“그러자. 내가 너무 당연하게 생각했네.”
라고 하셨습니다.
그 뒤로 남편과 시동생이 주방에 들어와
설거지와 음식 정리를 나눠서 했습니다.
저는 방에 들어가 30분 정도 쉬었습니다.
사실 쉬면서도 마음이 불편했습니다.
괜히 분위기를 망친 것 같고
다음부터는 저를 이상하게 생각하실까 걱정도 됐습니다.
그런데 저녁에 시어머니께서 제 옆에 앉으시더니
“아까 네가 말해줘서 나도 알았다”고 하시더군요.
저도 그 말을 듣고 죄송했다고 말씀드렸습니다.
돌이켜보면 그날 제가 화를 낸 게 잘했다기보다
참는 것만이 좋은 며느리가 아니라는 걸 배운 것 같습니다.
서로 힘든 걸 말해야
서로 도와줄 기회도 생기는 거니까요.
그 뒤로 저희 집 명절은 조금 달라졌습니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음식 준비와 설거지를 나눠서 하게 됐어요.
가끔은 어렵더라도
한 번쯤 솔직하게 말해보는 것도 필요한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