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아직 결혼을 하지 않았어요.
이제는 우리나라에서 흔히 말하는 결혼 적령기는 한참 지난 나이고요.
평소에는 사실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지내요.
주변 친구들이 결혼하고 아이를 낳는 모습을 봐도 각자 살아가는 방식이 다른 거라고 생각하고, 저도 제 나름대로 잘 지내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이상하게 명절만 다가오면 마음이 조금 무거워집니다. 가족들이 오랜만에 한자리에 모이면 처음에는 맛있는 음식 먹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웃고 떠들어요. 그러다가 어느 순간 꼭 제 결혼 이야기가 나와요.
“너는 결혼 안 하니?”
“좋은 사람은 없어?”
“이제는 좀 서둘러야 하는 거 아니야?”
“눈을 조금 낮춰보는 건 어때?”
예전에는 그냥 웃으면서 넘겼어요.
“그러게요. 아직 인연이 없네요.”
“좋은 사람 생기면 할게요.”
이렇게 대답하고 다른 이야기로 넘어가려고 했는데, 해마다 같은 이야기를 듣다 보니 이제는 명절이 오기 전부터 괜히 긴장이 됩니다.
이번에도 또 물어보겠지.
뭐라고 대답해야 하지.
괜히 분위기 이상해지면 어떡하지.
이런 생각을 미리 하게 되는 거예요.
가족들이 저를 걱정해서 하는 말이라는 것도 알아요.
좋은 사람 만나서 행복하게 살았으면 하는 마음에서 하는 말이라는 것도 알고요.
그래서 더 뭐라고 하기도 어렵습니다.
그런데 걱정해서 하는 말이라고 해서 듣는 사람에게 상처가 되지 않는 건 아닌 것 같아요.
저도 결혼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던 건 아니에요.
좋은 사람을 만나서 서로 의지하면서 살 수 있다면 결혼하고 싶다는 생각도 합니다.
다만 아직 그런 인연을 만나지 못했을 뿐이고, 그렇다고 제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도 아니거든요.
그런데 명절에 가족들 사이에 앉아 있다 보면 어느 순간 제가 결혼하지 못한 사람처럼 설명을 해야 하는 기분이 들 때가 있어요.
다른 사람들은 직장 이야기, 여행 이야기, 맛있는 음식 이야기하면서 편하게 웃는데 저에게는 어느 순간 또 결혼 이야기가 돌아오니까요.
가족들에게 바라는 건 사실 거창한 것도 아니에요.
그냥 이번 명절에는
“요즘 잘 지내?”
“일은 힘들지 않아?”
“요즘 재미있는 건 뭐야?”
이런 이야기를 해줬으면 좋겠어요.
결혼을 하지 않았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제 삶 전체가 평가받는 것 같은 느낌은 이제 조금 그만 느끼고 싶습니다.
혹시 저처럼 명절만 되면 결혼이나 출산 이야기가 부담스러운 분들 계신가요?
가족에게 서운한 마음을 상처 주지 않게 전달해보신 분이 있다면, 어떻게 이야기하셨는지도 궁금해요.
말씀해주신 것처럼 가족들의 걱정하는 마음은 감사하게 받아들이면서도, 제가 힘든 부분은 차분하게 이야기해보려고요. 좋은 답변 남겨주셔서 감사하고, 이번 명절에는 저도 조금 더 편안한 마음으로 가족들과 웃으며 보낼 수 있을 것 같아요. 좋은 말씀 정말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