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키우면서 제가 이렇게까지 비교하는 사람인지 몰랐습니다.
처음에는 그냥 아이가 잘했으면 하는 평범한 부모 마음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공부를 잘하면 좋겠고, 운동도 잘하면 좋겠고, 친구들과 놀 때도 너무 밀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제가 아이를 볼 때마다 다른 아이와 비교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학교에서 시험을 봤다고 하면 몇 점을 받았는지보다 친구들은 몇 점을 받았는지가 궁금하고, 운동을 하고 오면 아이가 재미있었는지보다 다른 아이보다 잘했는지를 먼저 물어보게 됩니다.
농구를 좋아해서 같이 운동하는 날이 있는데, 아이가 다른 아이에게 공을 뺏기거나 몸싸움에서 밀리는 모습을 보면 이상하게 마음이 불편합니다. 아이는 아무렇지도 않게 웃으면서 나오는데 저는 집에 오는 길에 계속 그 장면이 생각납니다.
‘우리 애가 운동을 너무 못하나?’
‘다른 애들은 저 정도는 하는데 우리 애만 뒤처지는 건 아닐까?’
별것 아닌 장면인데도 혼자 계속 생각하게 됩니다.
공부도 비슷합니다.
아이 친구가 영어 학원에서 어디까지 나갔다거나 수학 문제집을 몇 권 풀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갑자기 마음이 조급해집니다. 우리 아이도 지금 당장 뭔가 더 시켜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막상 아이에게 공부하라고 하면 싫다고 합니다.
예전 같으면 ‘그럴 수도 있지’ 하고 넘어갔을 텐데 요즘은 그 말이 왜 그렇게 불안하게 들리는지 모르겠습니다.
친구들은 다 하는데 우리 아이만 안 하는 것 같고, 지금 조금 뒤처지면 나중에는 더 따라가기 어려워지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제가 가장 싫은 건 아이가 다른 아이에게 조금 손해 보는 상황을 제가 못 견딘다는 것입니다.
친구들과 놀다가 우리 아이가 하고 싶은 놀이를 양보했다고 하면 ‘왜 네가 양보해?’라는 생각부터 들고, 다른 아이가 먼저 좋은 자리를 차지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다음에는 네가 먼저 하면 되잖아’라고 말하게 됩니다.
아이들끼리 놀다 보면 그럴 수도 있는 일인데도 저는 자꾸 우리 아이가 손해를 보고 있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얼마 전에는 아이가 친구들과 놀고 와서 별일 아니라는 듯 이야기를 했는데, 제가 괜히 자세히 캐물었습니다.
“그래서 누가 이겼어?”
“너는 몇 골 넣었어?”
“누구누구는 잘하지?”
아이 표정이 조금 굳는 게 보였습니다.
그때는 그냥 궁금해서 물어본 거라고 생각했는데, 나중에 혼자 생각해보니 저는 아이에게 즐거웠는지를 물어본 게 아니라 또 경쟁을 시키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더 이상한 건 아이가 잘했을 때는 제가 너무 기분이 좋다는 겁니다.
시험을 잘 봤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제가 칭찬받은 것처럼 기분이 좋고, 운동을 잘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괜히 주변에 이야기하고 싶어집니다.
반대로 아이가 친구보다 못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제가 실패한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누가 저를 비교한 것도 아닌데 제가 스스로 비교하고 있습니다.
‘다른 부모들은 자기 아이를 잘 키우고 있는데 나는 뭘 하고 있지?’
이런 생각까지 들면서 아이의 성적이나 운동 실력이 마치 제 양육 능력을 보여주는 것처럼 느껴질 때도 있습니다.
그래서 아이에게 더 해주려고 합니다.
학원도 알아보고, 운동도 시켜보고, 책도 사주고, 다른 아이들이 무엇을 하는지도 찾아봅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그렇게 할수록 마음이 편해지는 게 아니라 더 불안해집니다.
하나를 따라잡으면 또 다른 게 보입니다.
친구가 수학을 잘하면 수학이 걱정되고, 다른 친구가 운동을 잘하면 운동이 걱정되고, 또 누군가 영어를 잘하면 영어가 걱정됩니다.
아이에게 부족한 게 특별히 많은 것도 아닌데 제가 계속 부족한 부분을 찾아내고 있는 느낌입니다.
최근에는 아이가 친구와 놀다가 집에 와서 “오늘 진짜 재밌었어”라고 말했는데, 저는 순간 ‘그래도 너는 그 친구보다 공부를 잘해야 하는데’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 순간 제가 너무 이상한 부모 같아서 마음이 좋지 않았습니다.
아이에게 행복하게 놀았다는 건 좋은 일인데, 저는 그 안에서도 경쟁을 찾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사실 저는 아이가 꼭 1등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닙니다.
아이에게 공부를 못하면 큰일 난다고 말하지도 않고, 운동을 못한다고 혼내지도 않습니다.
그런데 제 머릿속에서는 계속 비교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겉으로는 “괜찮아. 너는 너대로 하면 돼”라고 말하면서도 속으로는 다른 아이보다 뒤처지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이런 마음이 결국 아이에게 전달될까 봐 걱정됩니다.
아이도 언젠가는 친구가 나보다 공부를 잘하는지, 운동을 잘하는지, 무엇을 더 많이 가지고 있는지를 신경 쓰게 될까 봐 무섭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제가 아이를 있는 그대로 보고 있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아이의 성격이나 재미있어하는 것, 친구들과 잘 지내는 모습보다 성적이나 운동 실력 같은 눈에 보이는 결과를 더 중요하게 보고 있는 건 아닌지 걱정됩니다.
저도 제가 왜 이렇게까지 불안한지 잘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아이가 뒤처지는 것이 싫은 게 아니라, 아이가 뒤처지면 부모인 제가 뭔가 잘못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아이가 다른 아이보다 조금 못하는 모습을 보면 아이를 걱정하는 마음과 제 불안이 섞이는 것 같습니다.
아이가 다른 아이보다 공부를 못하거나 운동을 못하거나 놀이에서 밀리는 상황을 부모가 너무 힘들어하는 건 어떤 마음에서 오는 걸까요?
아이에게 더 많은 기회를 주고 싶다는 마음과 아이를 다른 아이들과 비교하는 마음은 어떻게 구분해야 할까요?
그리고 아이가 모든 면에서 다른 아이에게 뒤처지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을 조금 내려놓으면서도, 부모로서 아이가 필요한 부분은 제대로 챙겨줄 수 있는 방법이 궁금합니다.
저도 이제는 아이가 이겼는지 졌는지보다 오늘 재미있었는지, 무엇을 좋아했는지, 어제보다 조금 달라진 게 있는지를 봐주고 싶습니다.
그런데 머리로는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막상 다른 아이와 비교되는 상황이 오면 또 마음이 흔들립니다.
이런 마음을 어떻게 다뤄야 할지 상담받고 싶습니다.
다른 아이와 내 아이를 비교하며 불안해하는 모습 속에서, 부모님께서 얼마나 치열하게 아이를 사랑하고 또 책임지려 애써오셨는지가 깊이 느껴집니다. 질문해주신 내용들을 따라가며, 이 마음이 어디에서 비롯되었고 어떻게 다루어야 할지 함께 짚어보겠습니다. 1.부모의 불안이 아이와의 경계선을 흐릴 때 ♧불안의 근원 아이가 뒤처질 때 부모가 유독 힘든 이유는 '아이의 성취'와 '부모의 존재 가치'가 무의식적으로 하나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아이가 잘하면 내가 좋은 부모라는 증거처럼 느껴지고, 아이가 뒤처지면 부모로서 낙제점을 받은 것 같은 수치심과 두려움이 올라오게 됩니다. ♧ 두 마음의 구분 아이에게 더 많은 기회를 주고 싶어 하는 마음은 '아이의 가능성을 확장하는 선물'이지만, 비교에서 오는 마음은 '부모의 불안을 잠재우기 위한 방어기제'에 가깝습니다. 전자는 아이의 눈을 보지만, 후자는 타인의 시선을 보게 만듭니다. ♧ 불안을 다루는 태도 비교하는 마음은 부모의 결핍이나 두려움에서 오는 자연스러운 신호일 뿐, 나쁜 부모라는 뜻이 아닙니다. 다만 그 불안이 아이의 몫까지 침범하지 않도록 경계를 세워주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2. 비교와 불안을 다스리는 실천 가이드 머리로는 알면서도 마음이 흔들릴 때, 일상에서 중심을 잡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들입니다. ♧ 불안의 주체 분리하기 아이가 뒤처진 것처럼 보일 때, "우리 아이가 문제야"가 아니라 "지금 내 안에서 불안이 올라오고 있구나" 하고 나의 감정을 먼저 알아차려 주세요. 아이의 속도와 나의 불안을 분리하는 첫걸음입니다. ♧ '비교의 총량' 알아차리기 다른 아이의 성취(학원 진도, 성적 등)가 눈에 들어올 때마다, 그것이 내 아이에게 진짜 필요한 것인지 아니면 내 불안을 잠재우기 위한 것인지 스스로에게 질문해보세요. ♧과정 중심의 언어 연습하기 결과("몇 개 맞았어?", "누가 이겼어?") 대신 과정에 초점을 맞춘 질문을 입에 붙여보세요. "오늘 가장 재미있었던 순간은 언제야?", "어려운 부분은 없었어?"라는 질문은 아이와의 관계를 지키는 안전벨트가 됩니다. ♧ 부모 자신의 삶 채우기 아이의 성취에서 오는 대리 만족이나 안정감 대신, 부모님 스스로의 성취감과 즐거움을 채울 수 있는 영역(취미, 운동, 배움 등)을 돌보는 것이 아이와의 건강한 분리에 큰 도움이 됩니다. "아이가 이겼는지 졌는지보다 오늘 재미있었는지, 어제보다 조금 달라진 게 있는지를 봐주고 싶다"는 부모님의 진심 어린 고백이야말로, 아이를 진정으로 존중하고 사랑하는 훌륭한 부모의 증거입니다. 흔들릴 때마다 이 마음을 다시 꺼내어 보시기를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