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원래 누가 뭘 부탁하면 웬만하면 들어주는 편입니다. 제가 조금 귀찮거나 시간이 들어가더라도 할 수 있는 일이면 그냥 해주는 게 낫다고 생각하면서 살아왔습니다. 부탁하는 사람도 사정이 있으니까 저한테 이야기했겠지 싶기도 하고요.
그런데 요즘은 이것도 계속 이렇게 살아야 하나 싶습니다. 제가 하기 싫은 일도 있고, 사정상 해주기 어려운 때도 있는데 막상 거절하려고 하면 입이 잘 안 떨어집니다. 처음에는 안 된다고 생각하고 있다가도 상대가 한 번만 부탁한다고 하면 결국 알았다고 해버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얼마 전에는 저도 개인적으로 해야 할 일이 있어서 다른 사람 부탁을 거절한 적이 있습니다. 아주 무리한 부탁은 아니었지만 그걸 들어주면 제가 하려던 일을 미뤄야 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어렵겠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상대도 알겠다고 했고 별다른 말은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제가 그 뒤부터 마음이 불편했습니다. 괜히 들어줄 걸 그랬나 싶고, 그 사람이 나를 너무 자기 생각만 하는 사람이라고 여기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나중에는 제가 먼저 연락해서 다른 방법이라도 알아봐 줄까 하는 생각까지 했습니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상대가 화를 냈던 것도 아닙니다. 싫은 소리를 한 것도 아니고 그냥 부탁했고 저는 거절했을 뿐인데 혼자서 계속 신경을 쓰는 겁니다. 그러다 보니 거절을 해놓고도 마음은 하나도 편하지가 않습니다.
이런 일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부탁을 들어주고 나면 내가 좀 힘들고, 거절하고 나면 마음이 힘듭니다. 어느 쪽을 선택해도 편하지 않으니 차라리 부탁을 받는 상황 자체가 부담스러울 때도 있습니다.
특히 오래 알고 지낸 사람일수록 더 그렇습니다. 평소 도움을 주고받던 사이인데 이번에 내가 안 된다고 하면 너무 매정한가 싶습니다. 예전에 도움받았던 일이 떠오르면 더 거절하기 어렵고요. 그렇다고 모든 부탁을 계속 받아주면서 살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사실 저도 사람들에게 좋은 사람으로 보이고 싶은 마음이 있는 것 같습니다. 부탁을 잘 들어주는 사람, 인정 있는 사람으로 생각해 줬으면 하는 마음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거절하는 것 자체를 상대를 실망시키는 일처럼 받아들이는 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한편으로는 이제 와서 제 성격을 바꾸는 게 가능할까 싶습니다. 평생 이런 식으로 살아왔는데 갑자기 싫으면 싫다고 말하고 안 되는 건 안 된다고 하면 주변에서도 사람이 변했다고 생각하지 않을까 걱정됩니다. 이런 생각을 하다 보면 결국 또 예전처럼 부탁을 받아들이게 됩니다.
남에게 피해를 주면서 제 마음대로 살고 싶은 건 아닙니다. 서로 도울 수 있을 때 돕는 건 좋은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제 형편이나 마음은 생각하지 않고 무조건 들어줘야 마음이 편한 지금의 방식은 저한테도 좋은 건 아닌 것 같습니다.
문제는 어디까지가 배려이고 어디서부터 제가 지나치게 맞춰주는 것인지 그 기준을 잘 모르겠다는 겁니다. 정말 어려워서 거절했는데도 며칠씩 마음에 걸린다면 제 생각을 조금 바꿀 필요가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코치님, 남의 부탁을 거절했을 때 생기는 죄책감을 어떻게 받아들이면 좋을까요? 상대와의 관계를 상하게 하지 않으면서도 제가 할 수 없는 부탁은 편하게 거절하는 방법이 있는지, 그리고 거절한 뒤에 계속 상대의 반응을 신경 쓰는 습관은 어떻게 고쳐나가야 할지 조언을 듣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