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한테 먼저 연락하는 것도 이제는 눈치가 보여요

며칠 전 저녁에 휴대폰을 들었다 놨다 몇 번을 했네요. 별일이 있는 건 아니고 그냥 자식 목소리가 한번 듣고 싶어서 전화할까 했거든요. 그런데 시간을 보니 한창 바쁠 것 같기도 하고, 괜히 전화했다가 귀찮게 하는 건 아닌가 싶어서 결국 연락을 안 했어요.

 

예전에는 이런 걸 고민해본 적도 없었던 것 같아요. 집에 늦게 들어오면 어디냐고 전화하고 밥은 먹었는지 물어보는 게 당연했는데, 이제는 다 커서 자기 생활이 있으니 전화 한 통 하는 것도 먼저 생각하게 되네요.

 

특히 전화를 걸었는데 목소리가 바빠 보일 때가 있어요. 제가 무슨 일이 있어서 전화한 것도 아닌데 지금 좀 바쁘다는 말을 들으면 알았다고 얼른 끊습니다. 자식은 정말 바빠서 그런 것뿐일 텐데 전화를 끊고 나면 괜히 내가 눈치 없이 연락했나 싶어요.

 

그렇다고 연락이 올 때까지 가만히 기다리는 것도 쉽지는 않더라고요. 하루 이틀이야 아무 생각 없는데 며칠이 지나고 일주일 가까이 소식이 없으면 별일 없나 궁금해집니다. 먼저 연락하면 되는데 또 손이 쉽게 안 가요. 나만 자꾸 연락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고요.

 

메시지를 보낼 때도 예전과 달라졌어요. 밥 먹었냐는 말 한마디 쓰고도 바쁜데 이런 것까지 답장해야 하나 싶어 지웠다가, 별일 없지 하고 다시 썼다가 또 지울 때가 있어요. 보내놓고 답장이 바로 없으면 바쁜가 보다 하면서도 자꾸 휴대폰을 확인하게 되고요.

 

저도 자식들이 부모 싫어서 연락을 안 하는 건 아니란 걸 알아요. 자기 일하고 사람들 만나고 하루하루 살다 보면 정신없이 시간이 지나가겠죠. 저도 젊었을 때 생각해보면 부모님께 그렇게 자주 연락하는 자식은 아니었던 것 같아요. 그때는 왜 부모님이 별일도 없으면서 전화를 하셨는지 잘 몰랐는데 이제 조금 알 것 같네요.

 

그냥 목소리 한번 듣고 싶은 거였겠죠. 밥은 먹었는지, 아픈 데는 없는지 궁금했던 거고요.

 

그래서 더 뭐라고 하기도 어렵습니다. 연락 좀 자주 하라고 하면 괜히 부담 주는 것 같고, 서운하다고 하면 자식한테 관심을 요구하는 부모가 되는 것 같아서 싫어요. 다 큰 자식한테까지 엄마 마음 알아달라고 할 수도 없는 일이니까요.

 

그런데 마음이라는 게 그렇게 딱 잘라지지는 않네요. 연락이 오면 별것 아닌 이야기 몇 마디만 해도 하루 종일 기분이 괜찮은데, 한동안 아무 연락이 없으면 나도 모르게 서운해집니다. 그러다가도 이런 걸로 서운해하는 제 자신이 싫어서 마음을 또 눌러요.

 

주변에서는 자식은 키워놓으면 자기 인생 사는 거라고, 부모도 이제 자기 생활하면서 살아야 한다고 하잖아요. 그 말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자식한테 매달리고 싶은 마음도 없고 매일 연락하라는 것도 아니에요. 저도 제 생활이 있고요.

 

그런데 부모 자식 사이가 너무 조심스러워지는 것도 조금 서글픈 것 같아요. 예전에는 아무 때나 전화해서 뭐 하냐고 물어봤는데 이제는 전화할 시간까지 생각하고, 무슨 말을 할지도 한번 생각하게 되니까요. 가까운 사이인데 오히려 나이가 들수록 조심해야 하는 게 많아지는 기분입니다.

 

가끔은 내가 먼저 연락하지 말고 한번 기다려볼까 하는 생각도 해요. 그런데 그렇게 마음먹으면 오히려 더 연락을 기다리게 되더라고요. 휴대폰 소리만 나도 혹시 자식인가 싶어 쳐다보게 되고요. 그러고 있는 제 모습을 보면 참 별것도 아닌 일에 마음을 쓰고 있구나 싶습니다.

 

자식에게 부담은 주고 싶지 않은데 그렇다고 보고 싶고 궁금한 마음까지 없어지는 건 아니잖아요. 그냥 생각날 때 편하게 연락하면 되는 건지, 이제는 먼저 찾을 때까지 기다려주는 게 맞는 건지 저도 잘 모르겠네요.

 

다들 장성한 자녀에게 얼마나 자주 연락하시나요? 먼저 전화하고 싶다가도 괜히 방해될까 봐 망설여질 때 없으신가요? 저처럼 자식한테 연락하는 것까지 조금씩 눈치를 보게 되는 분들이 계신지 궁금해요.

댓글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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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피푸강아지똥
    상담교사
    답변수 1,286채택률 7%마음·정신건강, 스트레스·감정조절 전문
    부모와 자식 사이도 아이가 커가며 형태가 달라지기에, 이 과정에서 느끼는 쓸쓸함과 조심스러움은 너무나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감정입니다.
    
    자식에게 짐이나 부담이 되고 싶지 않은 따뜻한 배려와 사랑이 있기에 전화기 앞에서 손을 멈칫하게 되는 것입니다. 장성한 자녀를 둔 대부분의 부모님이 비슷한 마음의 단계를 거치며 조심스럽게 길을 찾아가곤 합니다.
    
    너무 눈치 보거나 자책하지 않으면서도 편안하게 소통할 수 있는 마음의 기준입니다.
    
    상대방이 바쁜 것은 내 연락 때문이 아닙니다
    전화를 걸었을 때 자식이 바쁜 태도를 보이는 건 부모의 연락이 원인이 아니라, 단지 그 순간 자식이 처한 상황이 바쁜 것뿐입니다. "바쁠 때 걸었나 보네, 다음에 또 걸지 뭐" 하고 가볍게 넘기시면 됩니다.
    
    용건 없는 '가벼운 안부 메시지' 활용하기
    답장을 꼭 하지 않아도 되는 가벼운 메시지나 예쁜 사진 한 장을 보내보세요. "오늘 날씨 좋다. 바쁠 텐데 답장은 안 해도 된다~" 같은 짧은 인사는 자식 입장에서도 부담 없이 부모의 마음을 느끼고 감사함을 가질 수 있습니다.
    
    기다림보다 '나의 일정'을 우선으로 두기
    연락이 오기만을 기다리다 보면 마음이 쉽게 서운해집니다. 내 생활과 일상에 집중하며 주체적인 시간을 보낼 때, 자식에게서 오는 연락도 서운함이 아닌 반가운 선물처럼 다가옵니다.
    
    부담 없는 규칙 만들어두기
    "주말에 편할 때 들러라"라거나 "일주일에 한 번 편할 때 목소리 들려다오"처럼 너무 타이트하지 않은 선에서 소통의 틀을 가볍게 잡아주는 것도 서로의 마음을 편하게 해줍니다.
    
    자식을 향한 아낌없는 마음은 그 자체로 소중합니다. 너무 서운해하거나 마음을 억누르기보다, 사연자님의 일상을 따뜻하게 채워가시면서 편안한 마음으로 마음을 건네시길 바랍니다. 응원합니다.
  • 익명2
    저도 똑같은 고민을 하다가 요즘은 마음을 조금 바꿔 먹었어요. 내가 젊었을 때를 돌아보면 부모님을 사랑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그저 눈앞의 삶이 바빠 먼저 연락을 못 드렸던 것처럼, 우리 아이들도 똑같은 시기를 지나고 있는 것뿐이더라고요.
    
    먼저 전화했을 때 아이가 바빠 보이면 "엄마가 그냥 목소리 듣고 싶어서 했어, 바쁘면 이따 여유로울 때 전화해~" 하고 쿨하게 끊어주는 것도 부모가 줄 수 있는 또 하나의 큰 배려인 것 같아요. 기다리는 마음에 매달려 휴대폰만 보며 마음 졸이기보다는, 오늘 하루 작성자님 자신을 위한 즐거운 일과 일상에 에너지를 더 써보시는 건 어떨까요? 
    
    부모가 행복하게 잘 지내는 모습을 보는 게 자식들에게도 가장 큰 안도감을 주니까요.
  • 익명1
    글을 읽으면서 제 이야기 같아서 눈시울이 시큰해졌어요. 저도 저녁마다 휴대폰을 들었다 놨다 하며 눈치 보는 일이 다반사거든요. 바쁠까 봐 걱정되고 귀찮게 하는 것 같아 썼다 지우는 그 문자 한 통의 무게가 얼마나 무거운지 정말 잘 압니다. 
    
    자식이 싫어서가 아니라 자기 삶을 사느라 바쁜 걸 머리로는 알면서도, 한동안 연락이 없으면 가슴 한구석이 헛헛하고 서운해지는 건 부모로서 어쩔 수 없는 본능인가 봐요.
    
    작성자님이 유별난 게 아니라 장성한 자녀를 둔 부모라면 누구나 겪는 성장통 같은 감정이니 너무 자책하지 마셨으면 좋겠습니다. 자식을 향한 그 애틋하고 조심스러운 사랑이 글 너머로 참 깊게 느껴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