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 그래도 마음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동료가 한 명 있었습니다. 같은 직장에서 매일 얼굴을 보는 사이니까 처음부터 속얘기를 다 한 건 아니지만, 몇 년 같이 지내다 보니 자연스럽게 가까워졌거든요. 점심도 자주 같이 먹고 퇴근하면서 회사에서 있었던 일이나 상사 때문에 답답했던 이야기도 종종 나눴습니다.
저는 적어도 이 사람한테는 회사에서 어느 정도 솔직해도 되겠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힘든 일이 있으면 서로 이야기하면서 풀기도 했고, 그 동료가 힘들다고 할 때는 제 일처럼 들어주기도 했습니다. 회사에서 사람을 너무 믿으면 안 된다는 말을 많이 들었지만 그래도 모든 사람을 경계하면서 직장생활을 해야 하나 싶었거든요.
그런데 얼마 전에 다른 동료를 통해 조금 당황스러운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제가 업무 때문에 힘들다고 털어놨던 이야기를 그 사람이 다른 사람들에게 했다는 겁니다. 그것도 그냥 걱정된다는 식이 아니라 제가 요즘 회사에 불만이 많다거나 일을 버거워한다는 식으로 이야기했다고 하더라고요.
처음에는 잘못 전달된 거 아닐까 싶었습니다. 그 사람이 굳이 왜 그런 이야기를 하지 싶었거든요. 그런데 들으면 들을수록 제가 그 사람한테만 했던 이야기가 맞았습니다. 다른 사람에게는 말한 적이 없는 내용까지 알고 있더군요.
순간 머리가 멍했습니다.
엄청난 비밀을 이야기한 건 아니지만 그래서 더 기분이 이상했어요. 저는 편한 사람이라고 생각해서 한 이야기였는데 그 사람에게는 다른 동료와 나눌 수 있는 회사 이야깃거리 정도였던 건가 싶더라고요..
그 뒤부터 예전에 나눴던 대화까지 하나씩 생각나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상사 때문에 힘들다고 했던 이야기, 업무가 너무 몰려서 지친다고 했던 이야기, 다른 동료와 있었던 불편한 일까지요. 혹시 그것들도 다른 사람에게 이야기했을까 싶으니까 갑자기 얼굴이 화끈거렸습니다.
더 기분 나쁜 건 그 동료가 저한테는 여전히 평소와 똑같다는 겁니다. 아무렇지 않게 점심 먹으러 가자고 하고 회사 이야기도 합니다. 예전에는 그런 모습이 편했는데 지금은 저 사람이 지금 듣고 있는 이야기도 나중에 누군가에게 말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부터 들어요.
그렇다고 제가 들었다는 걸 바로 이야기하기도 애매합니다.
누구한테 들었는지 밝히게 되면 이야기를 전해준 동료까지 난처해질 것 같고, 괜히 회사에서 사람들끼리 편이 갈리는 상황을 만들고 싶지도 않습니다. 그렇다고 아무것도 모르는 척 예전처럼 지내려니 제가 바보가 된 기분이고요.
솔직히 배신감이 꽤 큽니다.
회사 동료에게 무슨 우정을 기대했냐고 하면 할 말은 없습니다. 회사는 결국 일하러 만난 사람들이고 퇴사하면 대부분 멀어질 관계라는 것도 알고 있어요. 그런데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몇 년을 같이 보내고 서로 힘든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사람 마음이 꼭 그렇게 계산적으로만 움직이지는 않잖아요.
저는 그래도 이 사람과는 회사 밖에서도 편하게 볼 수 있는 관계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제가 혼자 그렇게 생각했던 건가 싶습니다.
그러다 보니 다른 동료들까지 의심하게 되더라고요. 회사에서는 정말 아무에게도 속얘기를 하면 안 되는 건가 싶고, 앞으로 누가 친근하게 다가와도 어느 정도 선을 그어야 하나 싶습니다.
한편으로는 제가 너무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건가 싶기도 합니다. 직장생활하다 보면 누가 무슨 말을 했다는 이야기가 돌 수도 있고, 그 사람이 저를 일부러 곤란하게 만들려고 한 게 아니라 별생각 없이 이야기했을 수도 있으니까요.
그런데 별생각 없이 했다는 게 오히려 더 씁쓸합니다. 저는 그 사람이라서 말한 건데 그 사람에게는 별생각 없이 다른 사람에게 옮겨도 되는 이야기였다는 뜻 같아서요.
요즘은 그 동료가 말을 걸어오면 저도 모르게 대답을 짧게 하게 됩니다. 예전처럼 개인적인 이야기는 거의 하지 않고 업무 이야기만 하려고 하고요. 그러면서도 제가 갑자기 태도를 바꾸면 상대방도 눈치채지 않을까 신경 쓰입니다.
회사에서 사람 하나 때문에 이렇게까지 신경 쓰고 있는 제 모습도 피곤하네요..
코치님이라면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하실지 궁금합니다. 직접적으로 이야기해서 왜 제 이야기를 다른 사람에게 했는지 물어보는 게 맞을까요? 아니면 회사라는 곳에서는 이런 일을 한 번 겪었으면 굳이 따지지 않고 조용히 거리를 두는 게 더 현명한 걸까요?
무엇보다 이번 일 때문에 모든 직장 사람을 의심하는 사람은 되고 싶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또 아무렇지 않게 사람을 믿었다가 비슷한 일을 겪고 싶지도 않고요.
회사 인간관계에서는 도대체 어디까지 마음을 열어도 되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사람을 믿는 것과 적당히 경계하는 것 사이에서 어느 정도 선을 잡아야 하는지, 그리고 이미 신뢰가 깨진 사람과는 어떤 태도로 지내는 게 현실적인지 코치님의 조언을 듣고 싶습니다.
코치님 덕분에 고민이 해결되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