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오래 알고 지냈다고 해서 그 사람 속까지 다 아는 건 아닌가 봅니다. 얼마 전부터 마음이 영 불편한 일이 생겼는데, 나이를 이만큼 먹고도 사람 때문에 이런 기분을 느껴야 하나 싶어 답답한 마음에 글을 올려봅니다.
제가 평소 친하게 지내던 지인이 한 명 있습니다. 알고 지낸 지도 십수 년이 넘었고, 가끔 만나 식사도 하고 이런저런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나누던 사이입니다. 서로 집안 사정도 어느 정도 알고 있고, 어려운 일이 있을 때는 먼저 연락해서 안부를 물을 만큼 가까웠습니다. 적어도 저는 그렇게 생각하고 지냈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 다른 지인과 차를 마시다가 우연히 제 이야기를 듣게 됐습니다. 그 사람이 다른 사람들 앞에서 저를 두고 고집이 세고 자기 말만 옳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며, 나이가 들어도 남의 이야기를 들을 줄 모른다는 식으로 말했다더군요. 심지어 저와 만나고 나면 피곤하다는 말까지 했다고 합니다.
처음에는 잘못 전달된 이야기겠거니 했습니다. 사람 말이라는 게 한두 사람 건너가면 달라지기도 하니까요. 그런데 그 자리에 있었던 다른 사람에게도 비슷한 이야기를 듣고 나니 마음이 참 씁쓸하더군요.
정작 제 앞에서는 아무렇지도 않게 웃고 지내던 사람이 뒤에서는 저를 그렇게 평가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가장 기분 나빴습니다. 제가 잘못한 부분이 있다면 직접 이야기해 줄 수도 있었을 텐데, 굳이 다른 사람들 앞에서 그런 말을 했다는 게 이해되지 않았습니다.
물론 저도 제 성격에 문제가 전혀 없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살아오면서 고집을 부린 적도 있고, 제 생각을 강하게 이야기한 적도 있었겠지요. 그렇다고 상대방의 의견을 일부러 무시하거나 깔보려고 했던 적은 없습니다. 오히려 그 사람과는 편한 사이라고 생각해서 속에 있는 이야기도 거리낌 없이 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지금 와서 생각해 보니 제가 편하다고 느꼈던 만큼 상대방도 편했던 건 아닐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혹시 제가 무심코 한 말에 기분이 상했는데도 표현하지 못했던 걸까요? 그렇다면 그동안 저를 대하면서 속으로 얼마나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을지 모르겠습니다.
더 속상한 건 그 이후에도 그 사람이 평소처럼 연락을 해온다는 겁니다. 며칠 전에도 다른 지인들과 함께 식사하자고 연락이 왔는데,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처럼 반갑게 이야기하더군요. 저는 이미 그 이야기를 들은 상태라 예전처럼 편하게 대답하기가 어려웠습니다. 그렇다고 갑자기 화를 내거나 따지자니 이야기를 전해준 사람까지 난처하게 만들 것 같아 적당히 둘러대고 전화를 끊었습니다.
그날 이후로 자꾸 지난 일들이 떠오릅니다. 함께 식사하면서 제가 했던 말이나 모임에서 나눴던 대화까지 하나하나 생각하게 되네요. 그때 웃으면서 맞장구치던 것도 진심이 아니었나 싶고, 제가 없는 자리에서는 또 무슨 이야기를 했을까 하는 의심까지 생깁니다.
한번 신뢰가 깨지고 나니 평범했던 행동마저 의심스럽게 보이는 제 모습도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다시 어울릴 자신도 없습니다.
솔직히 당장 연락을 끊어버리고 싶은 마음도 있습니다. 하지만 오랫동안 함께 알고 지낸 사람들이 겹치다 보니 그 사람만 피한다고 끝날 문제도 아닙니다. 괜히 제가 먼저 거리를 뒀다가 모임 분위기만 이상해질까 걱정스럽습니다. 그렇다고 계속 참으면 상대방은 아무 문제도 없다고 생각할 것 같아 그것도 억울합니다.
나이가 들면 사람을 대하는 마음도 조금은 너그러워질 줄 알았는데, 오히려 오래 믿었던 사람에게 느끼는 실망은 더 크게 다가오는 것 같습니다. 다른 사람의 평가에 이렇게까지 마음을 쓰는 제가 속 좁은 건가 싶다가도, 아무리 생각해도 서운한 마음이 쉽게 가라앉지 않습니다.
코치님, 이런 경우에는 상대방에게 직접 들은 이야기를 꺼내고 서운했던 마음을 전하는 것이 좋을까요? 아니면 굳이 따지지 말고 예전보다 거리를 두면서 관계를 정리하는 편이 나을까요? 앞으로도 같은 모임에서 마주쳐야 하는 사람이라 감정적으로 행동하고 싶지는 않은데, 제 자존심도 지키면서 불필요한 갈등을 만들지 않는 방법이 무엇인지 조언을 듣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