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 보면 남에게 좋은 마음으로 해준 일이 오히려 화근이 되는 경우도 있나 봅니다. 요즘 가까이 지내던 사람 때문에 속이 많이 상해 있습니다. 제가 무슨 큰 잘못이라도 한 사람처럼 취급받는 상황이 도무지 이해되지 않네요.
몇 년 전부터 알고 지내던 지인이 한 명 있습니다. 평소에도 자주 만나고 서로 안부를 주고받던 사이인데, 그 사람이 개인적인 사정으로 어려움을 겪으면서 저에게 이런저런 부탁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저도 안타까운 마음이 컸습니다. 사람이 살다 보면 누구나 힘든 시기가 있는 법이고, 저 역시 젊었을 때 주변 사람들의 도움을 받은 적이 있으니까요.
처음에는 급하게 처리해야 할 일이 있다며 차를 좀 태워달라고 했습니다. 시간이 맞아서 흔쾌히 도와줬고, 이후에도 병원에 가야 한다거나 무거운 물건을 옮겨야 한다는 부탁이 있으면 가능한 한 시간을 내줬습니다. 제가 아는 사람을 소개해 달라고 할 때도 여기저기 연락해서 알아봐 준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부탁하는 태도가 조금씩 달라지더군요. 처음에는 미안하다거나 고맙다는 말을 하던 사람이 어느 순간부터는 제가 당연히 도와줄 거라고 생각하는 듯했습니다. 미리 제 일정을 물어보지도 않고 특정 날짜에 시간이 되느냐며 연락하고, 제가 다른 약속이 있다고 하면 잠깐이면 되는 일인데 어렵겠느냐는 식으로 이야기했습니다.
그래도 그때까지는 크게 문제 삼지 않았습니다. 서로 알고 지낸 세월도 있고, 어려운 형편을 아니까 웬만하면 맞춰주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에는 저도 도저히 들어줄 수 없는 부탁을 하더군요.
평일 오전에 멀리 볼일을 보러 가야 하는데 차로 데려다 달라는 것이었습니다. 하필 그날은 저도 미리 잡아놓은 중요한 일정이 있어서 어렵다고 했습니다. 다른 날이라면 시간을 맞춰보겠지만 그날만큼은 힘들겠다고 설명했지요.
그랬더니 갑자기 말투가 달라졌습니다. 평소에는 그렇게 친한 척하더니 정작 필요할 때는 모른 척한다는 식으로 이야기하더군요. 그러면서 사람이 어려울 때 도와주는 게 진짜 친구 아니냐고 하는데, 순간 기가 막혀서 말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동안 제가 도와줬던 일들은 전부 잊어버리고 한 번 거절한 것만 가지고 사람을 평가한다는 게 너무 억울했습니다. 저도 제 생활이 있고 사정이 있는 사람인데, 마치 제가 무조건 시간을 내줘야 하는 사람처럼 대하는 태도에 화가 났습니다.
결국 저도 참지 못하고 그동안 부탁을 들어준 게 몇 번인데 그런 식으로 말하느냐고 따졌습니다. 그랬더니 생색낼 거면 처음부터 도와주지 말지 그랬느냐고 하더군요. 그 말을 듣는 순간 정말 정이 떨어졌습니다. 제가 언제 대가를 바라고 도와준 것도 아니고, 고맙다는 말을 듣자고 한 일도 아닌데 그런 소리까지 들어야 하나 싶었습니다.
그날은 서로 언성이 높아진 채로 전화를 끊었습니다. 이후 며칠 동안 연락이 없었는데, 다른 지인을 통해 그 사람이 저에 대해 서운하다는 이야기를 하고 다닌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제가 어려운 사람 사정을 뻔히 알면서도 매정하게 거절했다는 식이었다고 합니다.
참 답답한 건 그 이야기를 듣고도 제가 먼저 연락해서 풀어야 하나 고민하고 있다는 겁니다. 오랫동안 알고 지낸 사이를 이런 일로 끝내는 것도 마음에 걸리고, 그렇다고 먼저 연락하면 앞으로도 비슷한 일이 반복될 것 같습니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저에게도 잘못이 있는 것 같습니다. 처음부터 제가 할 수 있는 일과 없는 일을 분명하게 구분했어야 했는데, 괜히 좋은 게 좋은 거라고 부탁을 계속 들어준 것이 문제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상대방이 제 호의를 당연하게 여기도록 만든 데에는 제 태도도 어느 정도 영향을 줬겠지요.
하지만 남을 배려하는 것과 상대방의 요구를 무조건 받아주는 것은 분명히 다른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이제 와서 선을 긋자니 야박한 사람이 된 것 같고, 예전처럼 지내자니 또 이용당할 것 같은 마음이 듭니다.
이런 사람에게는 제가 먼저 연락해서 서운했던 부분을 이야기하는 것이 좋을까요?
코치님 덕분에 고민이 해결되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