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한테 속상한 일이 있어서 털어놓은 적이 있는데 그 이야기가 다른 사람들 입에서 나오니 참 기분이 이상하네요. 그것도 제가 겪은 일을 마치 자기가 상담해 준 사례처럼 이야기하고 다녔다고 하니 황당하기까지 했어요.
얼마 전 친하게 지내는 친구에게 집안일로 조금 속상했던 이야기를 한 적이 있었어요. 누구에게나 있을 법한 일이지만 당시에는 마음이 답답해서 오래 알고 지낸 친구에게 하소연을 좀 했거든요. 특별히 해결책을 바랐던 것도 아니고 그냥 제 이야기를 들어줬으면 하는 마음이었죠.
그런데 며칠 뒤 다른 지인들과 함께 있는 자리에서 그 친구가 비슷한 이야기를 꺼내더라고요? 처음에는 우연히 비슷한 일을 겪은 사람이 있나 싶었는데 듣다 보니 제가 했던 이야기와 너무 똑같은 거예요. 그러면서 그런 사람에게는 이렇게 해야 한다느니, 자기 생각에는 이게 문제라느니 아주 열심히 설명을 하더라고요.
더 기가 막힌 건 다른 사람들이 그 이야기를 듣고 맞장구를 치면서 이런저런 평가까지 하는 거였어요. 저는 바로 옆에서 듣고 있는데 얼굴이 화끈거리고 뭐라고 해야 할지도 모르겠더라고요. 제 이름을 직접 말한 건 아니었지만 상황을 조금만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 이야기인지 짐작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친구끼리 속상한 이야기 하나 털어놓는 것도 이렇게 조심해야 하나요? 제가 무슨 대단한 비밀을 이야기한 것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남들에게 들려주라고 한 이야기도 아니잖아요. 더구나 제 사정을 다 아는 것도 아니면서 본인이 조언을 잘해 준 사람처럼 이야기하는 모습이 참 서운했어요.
그날 집에 돌아와서도 계속 생각이 나더라고요. 그 자리에서 제 이야기 아니냐고 물어볼까 하다가 괜히 분위기만 이상해질 것 같아서 참았거든요. 그런데 아무 말도 안 하고 있으니 제가 그 이야기를 다른 사람들에게 해도 괜찮다고 생각할까 봐 그것도 신경 쓰이네요.
그 친구가 일부러 저를 곤란하게 만들려고 그랬다고 생각하고 싶지는 않아요. 평소에도 남의 고민을 들으면 자기 경험을 섞어서 이야기하는 편이긴 했거든요. 하지만 아무리 좋은 뜻이었다고 해도 남에게 들은 사적인 이야기를 그렇게 쉽게 꺼내는 건 좀 아니지 않나요?
예전에는 그 친구와 만나면 이런저런 이야기를 편하게 했는데 이제는 무슨 말을 어디까지 해야 하나 싶어요. 그렇다고 오랫동안 친하게 지낸 사이에 갑자기 입을 닫고 지내는 것도 어색하고요.
다음에 만나면 그때 제 이야기를 왜 다른 사람들에게 했느냐고 물어보고 싶은 마음도 있어요. 그런데 그 친구 성격에 별것도 아닌 일로 예민하게 군다고 할 것 같아서 벌써부터 망설여지네요. 친구 사이에 이런 기본적인 것까지 일일이 설명해야 한다는 사실이 더 답답해요.
앞으로 그 친구에게는 속 깊은 이야기를 하지 않는 게 맞겠죠? 그런데 그렇게 하나둘 말을 가리다 보면 오래된 친구라는 관계가 무슨 의미가 있나 싶기도 하네요.
코치님 덕분에 고민이 해결되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