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가 저도 모르는 사이에 제 이름을 내세워 다른 사람에게 부탁을 했다는 걸 알게 됐어요. 그것도 제가 먼저 부탁한 것처럼 이야기를 했다는데 듣는 순간 너무 황당해서 말이 안 나오더라고요. 아무리 오래 알고 지낸 친구라도 이런 행동은 좀 아니지 않나요?
얼마 전 동네에서 알고 지내는 분을 우연히 만났는데 저를 보자마자 지난번 일은 잘 해결됐느냐고 물으시는 거예요. 무슨 말씀인지 몰라서 되물었더니 제 친구가 저 때문에 부탁할 일이 있다면서 그분에게 연락을 했다는 거예요. 저는 그런 부탁을 한 적도 없고 무슨 일인지 전혀 모르고 있었거든요.
자세히 들어보니 친구가 아는 사람을 통해 물건을 좀 저렴하게 구하고 싶었던 모양이에요. 그런데 본인이 직접 부탁하기는 어려웠는지 제가 필요해서 알아보는 거라면서 제 이름을 이야기했다는 거예요. 심지어 제가 꼭 부탁드린다고 했다는 말까지 전했다네요?
아니,,, 본인이 필요한 물건이면 본인이 부탁하면 되는 거잖아요? 왜 아무 상관도 없는 제 이름을 끌어다 쓴 건지 도무지 이해가 안 됐어요. 그분은 저와도 평소 인사를 나누는 사이인데 괜히 제가 남에게 무리한 부탁을 하는 사람처럼 보였을까 봐 얼굴이 화끈거리더라고요.
집에 돌아와서 친구에게 전화를 했어요. 혹시 무슨 사정이 있었나 싶어서 조심스럽게 물어봤는데 친구 반응이 더 기가 막혔습니다. 별일도 아닌데 뭘 그렇게 심각하게 받아들이느냐면서 어차피 서로 아는 사이니까 제 이름을 좀 빌렸다는 거예요.
그 말을 듣는데 순간 화가 확 올라오더라고요! 이름을 빌렸으면 적어도 저한테 먼저 물어봤어야 하는 것 아닌가요? 저는 그런 부탁을 할 생각도 없었고, 남에게 신세 지는 걸 별로 좋아하지도 않거든요. 그런데 친구는 제가 너무 까다롭게 군다는 식으로 이야기하니 더 서운했어요.
그렇다고 친구가 평소 나쁜 사람은 아니에요. 오래 알고 지내면서 서로 도움을 주고받은 적도 많고 어려운 일이 있을 때 챙겨준 적도 있었거든요. 그래서 이번에도 별생각 없이 제 이름을 이야기했을 수는 있겠죠. 하지만 아무리 친해도 지켜야 할 선이라는 게 있잖아요.
더 신경 쓰이는 건 부탁을 받았던 그분이에요. 그분 입장에서는 제가 직접 부탁하기 어려우니까 친구를 통해 말을 전한 것으로 생각하셨을 수도 있잖아요. 혹시 부담스러웠는데 저와의 관계 때문에 거절하지 못하신 건 아닐까 싶어서 괜히 죄송한 마음까지 들었어요.
남편에게 이야기했더니 그런 건 처음부터 확실하게 말해둬야 한다고 하네요. 저도 그렇게 생각은 하는데 막상 친구에게 따지고 나니 오히려 제가 일을 크게 만든 사람처럼 되어버렸어요. 친구는 그 정도 일로 이렇게까지 할 줄 몰랐다면서 섭섭하다고 하더라고요.
참 이상하죠? 제 허락 없이 제 이름을 사용한 건 친구인데 왜 제가 친구 기분까지 살펴야 하는 건지 모르겠어요. 그렇다고 오래된 친구 사이를 이 일 하나로 멀리하기도 그렇고요.
며칠 전에도 그 친구에게 연락이 왔는데 평소처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넘어가더라고요. 저는 아직 그 일이 마음에 남아 있는데 친구는 정말 별것 아니라고 생각하는 모양이에요.
앞으로 또 이런 일이 생길까 봐 걱정도 되고, 그렇다고 만날 때마다 지난 일을 꺼낼 수도 없잖아요?
친구 사이에 믿음이 중요하다고들 하는데 이번 일을 겪고 나니 제가 모르는 곳에서 또 제 이름이 어떻게 쓰일지 신경이 쓰이네요. 그냥 한번 있었던 일로 넘겨야 하는 건지, 아니면 다시 한번 분명하게 이야기해야 하는 건지 아직도 고민입니다.
코치님 덕분에 고민이 해결되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