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사이에도 지켜야 할 최소한의 예의라는 게 있지 않을까요?
요즘 오랫동안 알고 지낸 친구를 만날 때마다 이런 생각이 자꾸 듭니다. 학창 시절부터 알고 지냈으니 서로의 성격이나 과거 모습까지 웬만큼 알고 있고, 특별히 신경 쓰지 않아도 편하게 만날 수 있다는 게 오래된 친구의 장점이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그 편안함이 서로를 존중하지 않아도 되는 이유처럼 느껴져서 마음이 복잡합니다.
문제는 친구의 말투와 행동입니다.
예전부터 장난이 많고 말이 거친 편이긴 했는데, 아직도 대화하다 보면 욕이 자연스럽게 나오고 제가 무슨 이야기를 하면 비꼬거나 놀리는 식으로 받아칠 때가 많습니다. 물론 친한 친구끼리 가볍게 욕을 섞어가며 농담할 수도 있다는 건 이해합니다.
저도 어릴 때는 그런 분위기에 익숙했고 크게 신경 쓰지 않았으니까요. 하지만 이제 서로 30대가 됐고 사회생활도 어느 정도 해왔는데, 여전히 학창 시절처럼 상대방을 깎아내리는 말로 웃음을 만드는 게 맞는 건가 싶더라고요.
얼마 전에는 오랜만에 만나서 이런저런 근황을 이야기하다가 제가 최근 고민하고 있던 일을 꺼낸 적이 있습니다. 나름 진지하게 이야기하고 있었는데 친구는 끝까지 듣지도 않고 욕부터 섞어가며 장난스럽게 반응하더군요.
제가 표정이 굳으니까 뭘 그런 걸 가지고 정색하느냐는 식으로 넘어갔고요. 그 자리에서 크게 화를 낸 건 아니지만 순간적으로 참 허탈했습니다. 다른 사람에게는 그렇게 말하지 않을 친구가 저한테는 편하다는 이유로 아무렇지 않게 행동한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더 이상했던 건 집에 돌아오는 길이었습니다. 오랜만에 친구를 만났으면 반갑고 즐거웠다는 생각이 들어야 할 텐데, 그날은 괜히 시간을 낭비한 것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서로 살아가는 이야기를 나누고 가끔은 진지한 고민도 털어놓을 수 있는 관계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만나보니 몇 년 전과 달라진 게 없는 것 같아 씁쓸하더라고요. 나이를 먹었다고 무조건 점잖아져야 한다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상대방이 불편해하는 말과 행동 정도는 구분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그렇다고 친구를 무조건 나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건 아닙니다. 오랫동안 알고 지내면서 서로 힘들 때 도와준 적도 있고, 좋은 추억도 많습니다. 친구 입장에서는 예전처럼 편하게 장난치는 것뿐인데 제가 나이가 들면서 그런 분위기를 불편하게 느끼기 시작한 것일 수도 있겠죠. 사실 저 역시 과거에는 친구의 장난을 받아주거나 비슷하게 농담했던 적이 있으니 갑자기 태도가 달라진 저를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다만 한 가지 마음에 걸리는 건 친구가 다른 사람들과 있을 때는 말과 행동을 어느 정도 조심한다는 점입니다. 처음 만난 사람이나 그다지 친하지 않은 지인에게는 예의를 지키면서 저와 단둘이 있을 때는 굳이 그럴 필요가 없다는 듯 행동하는 모습을 보면, 친하다는 게 정말 이런 의미인가 싶습니다. 편한 관계와 함부로 대해도 되는 관계는 분명 다르다고 생각하는데 친구는 그 차이를 크게 느끼지 못하는 것 같아요.
요즘은 먼저 만나자는 연락이 와도 예전처럼 반갑지가 않습니다. 만나면 또 비슷한 농담을 듣고 불편한 기분으로 돌아올 것 같아 약속을 미루게 되더라고요. 그렇다고 오랜 세월 이어온 관계를 이런 이유로 멀리하는 게 맞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한편으로는 이제 나이도 먹을 만큼 먹었는데 언제까지 이런 식으로 지내야 하나 싶다가도, 다른 한편으로는 제가 너무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건 아닌지 스스로 의심하게 됩니다.
솔직히 친구에게 이제 그런 식으로 말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하고 싶은 마음도 있습니다. 그런데 오랫동안 굳어진 관계라 그런지 갑자기 진지하게 말을 꺼내는 것 자체가 어색하고, 친구가 예전과 달라졌다며 저를 유난스럽게 볼까 봐 망설여집니다. 그렇다고 아무 말 없이 거리를 두자니 그동안 쌓아온 시간이 아깝기도 하고요.
오랫동안 이어온 인간관계라도 서로 존중받지 못한다고 느낀다면 관계를 다시 생각해 보는 게 맞을까요?
친하다는 이유로 반복되는 욕설이나 무례한 농담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대응해야 할지 궁금합니다. 오래된 친구라는 이유로 계속 이해해야 하는 건지, 아니면 이제라도 분명하게 선을 긋는 연습이 필요한 건지 조언을 듣고 싶습니다.
코치님 덕분에 고민이 해결되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