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이가 멀어지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제가 그런 상황을 겪으니까 이유를 모른다는 게 생각보다 답답하더라고요. 차라리 서로 다투거나 기분 상할 일이 있었다면 이해라도 하겠는데, 별다른 일도 없었는데 갑자기 태도가 달라지니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평소에 자주 연락하고 가끔 만나서 밥도 먹던 지인이 한 명 있습니다. 알고 지낸 지도 몇 년 됐고 서로 개인적인 이야기도 나눌 만큼 가까운 사이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한두 달 전부터 조금씩 연락이 뜸해지더니 요즘은 제가 먼저 연락하지 않으면 아예 소식이 없습니다. 처음에는 바쁜 일이 있나 보다 했는데 시간이 지나도 달라지는 게 없더라고요.
예전에는 별일 없어도 먼저 연락해서 뭐 하고 지내냐고 물어보던 사람이었는데 이제는 제가 연락해도 답장이 한참 뒤에 옵니다. 대화도 예전처럼 이어지지 않고 제가 이것저것 물어보면 짧게 대답하고 끝내는 경우가 많아졌어요. 그렇다고 대놓고 연락하지 말라는 것도 아니고, 가끔은 평소처럼 친근하게 이야기할 때도 있어서 더 헷갈립니다.
얼마 전에는 오랜만에 얼굴이나 보자고 연락했는데 요즘 좀 바쁘다면서 다음에 보자고 하더라고요. 당연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해서 별말 없이 넘어갔는데 며칠 뒤 다른 지인들과 만난 사진을 보게 됐습니다. 그걸 보는 순간 기분이 좀 묘했습니다. 다른 사람을 만날 시간은 있으면서 저를 만나는 건 부담스러운 건가 싶기도 하고, 괜히 혼자 서운해하는 제 모습도 좀 그렇더라고요.
물론 바쁘다고 해서 모든 사람을 만나지 말아야 하는 건 아니잖아요? 누구를 만날지는 본인 마음이고 저와의 약속이 우선일 이유도 없다는 건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예전에는 그렇게 가까웠던 사람이 어느 순간부터 저만 피하는 것처럼 느껴지니까 자꾸 이유를 찾게 됩니다.
혹시 제가 무심코 한 말 때문에 기분이 상했던 건 아닐까 싶어서 예전에 나눴던 대화까지 떠올려봤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특별히 문제가 될 만한 일은 없었거든요. 그렇다고 제가 기억하지 못하는 부분에서 상대방이 서운함을 느꼈을 수도 있으니 무조건 그 사람 탓이라고 생각하기도 어렵습니다.
한 번은 그냥 솔직하게 요즘 무슨 일 있냐고 물어볼까 생각했어요. 그런데 괜히 그런 질문을 했다가 상대방이 부담스러워하면 어쩌나 싶더라고요. 이미 저와 거리를 두고 싶은 마음이 있는 거라면 제가 자꾸 이유를 묻는 것도 불편할 테니까요. 반대로 정말 별다른 이유가 없는 거라면 혼자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사람이 될 것 같기도 하고요.
솔직히 제일 서운한 건 연락이 줄어든 것보다 그동안 가까운 사이라고 생각했던 게 저 혼자만의 생각이었나 싶은 부분입니다. 저는 오래 알고 지낸 만큼 서로 편한 관계라고 생각했는데 상대방에게는 그냥 그때그때 어울리는 사람 중 하나였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이런 생각까지 하다 보면 괜히 자존심도 상하고 마음이 복잡해집니다.
그래서 요즘은 저도 일부러 먼저 연락하지 않고 있습니다. 계속 저만 연락하는 것도 싫고 상대방이 원하지 않는 관계를 억지로 붙잡고 싶지도 않거든요. 그런데 막상 연락을 끊고 지내니까 가끔 그 사람이 생각나기도 하고, 이렇게 아무 말 없이 멀어지는 게 맞나 싶기도 합니다.
나이가 들수록 인간관계가 자연스럽게 변한다는 이야기는 많이 들었지만 막상 가까웠던 사람이 이유도 없이 멀어지는 것처럼 느껴지니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네요. 예전처럼 다시 편하게 지내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이미 마음이 떠난 사람에게 혼자 노력하는 것도 의미가 없을 것 같고요.
이런 상황에서는 상대방에게 직접 이유를 물어보는 게 좋을까요? 아니면 굳이 확인하려고 하지 말고 자연스럽게 멀어지는 관계로 받아들이는 게 맞을까요?
무엇보다 가까웠던 사람이 갑자기 거리를 두기 시작하면 자꾸 제 잘못부터 찾게 되는데, 이런 생각을 어떻게 줄일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인간관계라는 게 서로 노력해야 유지되는 거라고 생각하면서도 어디까지 노력하고 언제쯤 놓아줘야 하는 건지 참 어렵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