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님이 재잘 이야기를 잘 해서 너무 좋을거같네요 조금만 더 공감만 잘 해 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안녕하세요.
딸내미들 키우고 있는 40대 아저씨입니다. 최근 퇴근 후 집에서 큰딸내미와 대화를 나누다 보면, 본의 아니게 분위기를 싸하게 만드는 일이 잦아져서 글을 써봅니다.
저는 전형적인 ISTP 성향입니다.
직장에서도 결론부터, 핵심만 말하는 게 편하고, 문제가 생기면 감성적인 위로보다는 실용성 있는 해결책을 찾는 게 더 합리적이라고 믿으며 살아온 인간입니다.
말보다는 행동으로 보여주는게 편하고,
추측 예상 같은 것 보다는 명확한 팩트를 선호하죠.
반면 제 딸아이 MBTI는 전형적인 ENFP입니다.
학교나 학원갔다가 돌아오면 가방을 던져 놓기가 무섭게 많은 이야기를 쏟아냅니다.
오늘 학교에서 친구랑 무슨 이야기를 주고받았는지, 선생님의 대구 사투리가 웃겨서 애들이
"그카믄~이캄~캣나"
하며 따라하면서 키득거렸다는 이야기,
(경남경북 사람들은 서로 사투리가 완전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ㅋㅋㅋ)
복도에서 마주친 극혐이 자기를 어떻게
쳐다봤는지...그래서 얼마나 빡쳤는지 등등
제 기준에서는 딱히 정보값이라 할 게 없는, 아주 길고 사소한 쫌쫌따리 에피소드들이죠.
그래도 사춘기인데 아빠한테 이것 저것 말해주는게 고마운 일이라고 하더라구요~
어떤 날은 피곤하기도 하고, 듣다 보니 이야기가 서론에만 너무 머무는 것 같아서 저도 모르게 말을 끊었습니다.
"그래서, 결론은 어찌됐다는거야? 빨리감기로 말해봐"
라고 물어봤습니다.
저는 그저 빨리 이야기를 듣고자 던진 말이었는데, 아이 표정이 순식간에 굳더라구요.
"아빠는 왜 맨날 그런식으로 말해?
그냥 오늘 그런 일이 있었다는걸 설명해주는건데...차근차근히 들어봐야지!"
하더니 흥칫뿡 표정으로 자기 방으로 들어가 문을 쾅 닫아버렸습니다.
그 뒷모습을 보는데 아차 싶었네요.
이제 사춘기에 접어든 ENFP 딸에게 필요한 건 그저 자기 마음을 온전히 들어주는 '공감'이었다는 걸 놓치고 있었던 거죠.
ISTP인 저에게는 '비효율적인 대화'처럼 느껴지는 그 시간들이, 아이에게는 아빠와 정서적으로 연결되는 가장 중요한 순간이었을 텐데 말입니다.
요즘은 아이가 말을 걸어오면 제 안의 'T버튼'을 잠시 끄는 연습을 하고 있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지금도 길고 지루한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그럴 땐 이렇게 해야지!!"
라는 T의 언어가 목구멍까지 차오릅니다.
하지만 꾹 참고
“아, 그랬어?”,
“진짜 황당했겠다”,
“그 친구는 왜 그랬을까?”
같은 리액션을 골라 뱉어봅니다 ㅋㅋ
신기한 건, 제가 리액션을 과하게 주지 않아도 아이는 자기 이야기를 다 쏟아내고 나면 금방 기분이 풀려서 다시 조잘거린다는 겁니다.
효율을 중시하는 저에게는 여전히 낯설고 어려운 소통 방식이지만, 딸내미와의 거리를 좁히려면 제가 먼저 바뀌어야 한다는 걸 명심하고 있습니다.
비슷한 성향의 자녀를 둔 ISTP 아빠분들, 다들 어떻게 대화하시나요? 딸아이의 길어지는 감정 위주의 대화에 지치지 않고 '공감 모드'를 유지하는 노하우가 있다면 공유 부탁드립니다.
앞으로 더 늙어가도 그냥T가 아닌 스윗T아빠가 되어서 애들과 친구처럼 지내고 싶어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