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헤어지고 나서 알게 된 거 하나

오늘 헤어지고 나서 알게 된 거 하나

3년 만난 남자 있었음. 완전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했고
내가 이상한 건 다 내 잘못인 줄 알았음. 진짜.

근데 어제 그 남자랑 헤어지고 나서
집에 혼자 있으니까 갑자기 멍해지더라. 아무것도 안 함. 그냥 허공만 쳐다봄.
그러다가 폰으로 아무 생각 없이 유튜브 보다가
갑자기 뇌리에 꽂히는 게 있음

우리 만나는 동안 내가 항상 불안했었구나.

그 사람이 연락 늦게 오면
"바빴지? 일 많았지?" 하고 내가 먼저 이해해줬고
그 사람이 다른 여자 인스타 좋아요 누르면
"아 그냥 친한 사이겠지" 하고 넘겼고
그 사람이 내가 제일 힘들 때 축하한다는 말 대신에
"그래서 내 일은 언제 도와줄 건데" 라고 했을 때도
내가 너무 예민한 거라고 생각했음.

근데 아니더라. 내가 이상한 게 아니었음.
그냥 그 사람이 나한테 그만큼이었던 거임.

헤어지고 나서 드는 생각이
내가 그 사람한테 3년 동안 제일 많이 한 말이
"괜찮아" 였다는 거.

근데 나는 누가 나한테 괜찮냐고 물어봤을 때
딱 한 번도 "아니" 라고 말한 적이 없음.

그냥 궁금해서 써봄.

댓글4
  • 프로필 이미지
    찌니
    3년이라는 시간 동안 상대방을 이해하고 배려하느라 정작 본인의 마음이 상처받고 있었다는 사실조차 뒤늦게 깨달으신 것 같아요. 나보다 상대방을 항상 먼저 우선순위에 두며 스스로 "괜찮아"라고 다독였던 순간들이 얼마나 외롭고 불안했을지 마음이 무거워집니다.
    ​내가 이상했던 게 아니라, 상대방이 내 진심과 배려를 온전히 담아줄 수 없는 사람이었을 뿐입니다. 힘든 순간에 정작 따뜻한 위로 대신 자기 기준을 요구하고, 내 불안을 모른 척하게 만든 관계는 결코 건강한 사랑이 아니었습니다.
    ​"아니"라고 말하지 못한 채 혼자 감당해 온 그 오랜 시간에 깊은 위로를 보냅니다. 이제는 그 누구도 아닌 자기 자신에게 먼저 "그동안 정말 애썼다, 많이 힘들었지"라고 말해줄 때입니다. 그동안 애써 감춰둔 마음을 다독이며 스스로를 위한 시간을 편안히 가져보시길 바랍니다.
  • 프로필 이미지
    워니
    헤어지고 나서야 비로소 자신의 마음을 제대로 들여다보게 된 것 같아 마음이 짠하네요. 늘 상대를 이해하고 괜찮다고 말하는 동안 정작 본인의 서운함과 불안은 참고 있었던 거겠죠. 
    이제는 누군가를 이해해주는 것만큼 내가 어떤 마음인지 솔직하게 들여다보는 것도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된 것 같아요.
  • 프로필 이미지
    로니엄마
    글을 읽는데 마음이 참 먹먹하네요. 3년 동안 “괜찮아”라는 말을 하면서 정작 내 마음은 한 번도 제대로 들여다보지 못했던 것 같아요. 사랑하면 이해해주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다 보면 어느 순간 내가 불편하고 서운한 것까지도 내가 예민한 탓으로 돌리게 되더라고요. 
    
    헤어지고 나서야 보이는 것들이 있다는 게 참 씁쓸하지만, 이제라도 알게 된 건 정말 다행인 것 같아요. 앞으로는 누군가에게 괜찮다고 말하기 전에 내 마음부터 한 번 꼭 물어봐 주세요. “나는 정말 괜찮은가?” 그 질문에 솔직하게 답할 수 있는 관계를 만나셨으면 좋겠습니다. 🌿
  • 프로필 이미지
    해피푸강아지똥
    3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내 곁을 지키던 사람과 헤어지고 난 뒤, 집에 홀로 앉아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며 깨달은 그 한 문장이 얼마나 마음을 묵직하게 때렸을지 감히 다 헤아리기도 어렵습니다.
    
    "내가 항상 불안했었구나."
    "내가 이상한 게 아니었음."
    
    이 두 가지를 스스로 알아차린 것은 정말 크고 소중한 깨달음입니다. 그동안 "내가 너무 예민한가?", "다 내 잘못인가?" 하며 스스로를 의심하고 감정을 눌러 담아왔기에, 그 깨달음 뒤에 찾아온 허탈함과 씁쓸함이 훨씬 더 짙게 다가왔을 것입니다.
    
    '괜찮아'라는 말 뒤에 숨겨두었던 불안
    
    연락을 기다리며, 다른 여자의 SNS 반응을 보며, 정작 내 마음이 가장 깨지고 지쳤을 때조차 상대의 상황을 먼저 이해해 주려 애썼던 것은 질문자님이 마음이 넓고 다정한 사람이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 다정함이 상대를 향할 때, 정작 나 자신에게는 "너 진짜 괜찮니?"라고 물어봐 주지 못했던 것이지요. "괜찮아"라는 말은 상대를 위한 배려이기도 했지만, 어쩌면 갈등이 생기거나 관계가 틀어질까 봐 스스로를 달래던 불안의 방어막이었을지도 모릅니다.
    
    나를 향한 소홀함을 '나의 예민함'으로 돌리지 않기
    
    내가 가장 힘든 순간에 위로나 축하 대신 본인의 일부터 챙기던 그 순간에도 스스로를 '예민한 사람'으로 탓했던 마음을 생각하면 참 마음이 아픕니다.
    
    질문자님이 이상했던 것이 결코 아닙니다. 그저 그 사람은 질문자님이 바쳤던 진심과 배려의 깊이만큼 정성을 다하지 않았던 것뿐이에요. 나를 늘 불안하게 만들고, 내 감정을 무시하게 만드는 관계는 아무리 좋은 사람처럼 보여도 결코 나에게 좋은 관계가 될 수 없습니다.
    
    이제는 나 자신에게 "아니, 안 괜찮아"라고 말해줄 때
    
    누군가 괜찮냐고 물었을 때 단 한 번도 "아니"라고 말하지 못했던 것은, 그동안 남의 기분을 챙기느라 정작 내 마음이 울고 있는 줄 몰랐기 때문일 것입니다.
    
    3년 동안 타인에게 수없이 건넸던 그 "괜찮아"를, 이제는 온전히 나 자신에게 돌려주어야 합니다. "그동안 참 애썼다", "사실은 하나도 안 괜찮았고 많이 외롭고 불안했었다" 하고 내 안의 진짜 감정들을 마음껏 꺼내어 다독여주세요.
    
    그 사람과 함께했던 3년의 시간 동안 질문자님은 최선을 다해 사랑했고 배려했습니다. 그렇기에 이 이별은 결코 실패가 아니라, 나를 갉아먹던 불안의 고리를 끊어내고 진짜 나를 찾아가는 소중한 시작점이 될 것입니다.
    
    오늘 밤만큼은 아무에게도 "괜찮아"라고 거짓말하지 마시고, 그동안 애써 누르고 참아왔던 불안과 서운함을 스스로 마음껏 안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