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 추석은 유난히 길게 기억에 남아요.
친정에서 며칠을 보내고 집으로 돌아왔는데
차에서 내리고 나서도 이상하게 마음이 편하지가 않더라고요.
명절 동안 특별히 무슨 일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어요.
가족들끼리 밥 먹고
오랜만에 만난 친척들하고 이야기하고
아이들은 사촌들이랑 놀고
평소 명절과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집에 돌아와서 냉장고를 열어보니
친정에서 싸준 음식들이 한가득 들어 있더라고요.
나물이며 전이며
제가 좋아하는 것들만 골라서 담아주신 게 보였어요.
그걸 하나씩 꺼내다가 문득
엄마가 음식을 싸주시던 모습이 생각났습니다.
저는 늘 명절 마지막이면
“이것만 조금 싸줘” 하고 쉽게 말했는데
엄마는 제가 집에 가서 먹을 것까지 생각하면서
하나하나 나눠 담고 계셨던 거죠.
그때는 그냥 가져오면 되는 음식이라고 생각했는데
집에 와서 혼자 정리하다 보니
그게 전혀 그렇게 느껴지지 않았어요.
특히 제가 좋아하는 전은
다른 것보다 조금 더 많이 들어 있었습니다.
별것 아닌 것 같은데
그걸 보고 있으니까 갑자기 마음이 먹먹해졌어요.
사실 저는 엄마한테 고맙다는 말을 참 못하는 편이에요.
전화해도 밥 먹었냐는 이야기로 끝나고
명절에 만나도 음식 맛있다는 말 정도가 전부였거든요.
그날도 결국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고 돌아왔습니다.
그래서 집에 도착한 뒤
사진을 찍어서 엄마에게 보냈어요.
잘 먹겠다고, 고맙다고요.
엄마는 또 별것 아니라는 듯이 답장을 보내셨는데
저는 그 짧은 답장을 보고 한참 웃었습니다.
생각해보면 부모님이 해주시는 것들은
받을 때보다 집에 돌아와서야 더 크게 느껴질 때가 있는 것 같아요.
지난 추석에 가져온 음식은 며칠 만에 다 먹었지만
그날 느꼈던 마음은 아직도 남아 있습니다.
다음부터는 고맙다는 말을
나중으로 미루지 않으려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