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추석에 고향에 다녀오던 길이었습니다.
아침 일찍 출발했는데도 차가 꽤 막혔습니다.
평소라면 두 시간 남짓이면 갈 길을
그날은 네 시간이 넘게 걸렸습니다.
처음에는 그러려니 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차 안에 있던 사람들도 하나둘 지치기 시작하더군요.
아이들은 지루하다고 하고
아내는 허리가 아프다고 하고
저도 운전대를 오래 잡고 있으니 어깨가 뻐근했습니다.
휴게소에 들어가려고 했지만
들어가는 길부터 차가 꽉 막혀 있었습니다.
결국 한참을 더 가다가
졸음이 오는 것 같아 갓길이 아닌 안전한 곳에 차를 세우고 잠시 쉬었습니다.
그때 아버지께 전화가 왔습니다.
아직 출발도 못 했느냐고 물으시길래
차가 많이 막힌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러자 아버지가 오히려
천천히 오라고 하시더군요.
저녁 먹는 시간이 늦어져도 괜찮고
도착하면 그냥 밥 먹고 쉬면 된다고 하셨습니다.
예전 같았으면
왜 이렇게 늦었느냐는 말을 먼저 들을 거라고 생각했을 텐데
그날은 그 말이 참 고맙게 들렸습니다.
조금 뒤 다시 출발해서
결국 평소보다 훨씬 늦은 시간에 도착했습니다.
집에 들어가니 가족들은 이미 저녁을 먹고 있었고
아버지는 남은 음식을 데워서 다시 상을 차려주셨습니다.
별것 아닌 저녁이었습니다.
식은 전을 다시 데우고
국을 끓이고
밥을 퍼주는 정도였지요.
그런데 저는 그날 그 밥이 참 좋았습니다.
명절이면 꼭 정해진 시간에 도착해야 하고
가족들이 모두 모여야 제대로 된 명절이라는 생각을 했는데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걸 느꼈습니다.
조금 늦어도 되고
계획대로 되지 않아도 괜찮고
무사히 도착해서 얼굴을 보는 것만으로 충분할 때도 있더군요.
지난 추석에 기억에 남은 것은
고향에서 먹었던 음식보다
아버지가 전화로 했던 그 한마디였습니다.
“천천히 와라. 조심해서.”
나이가 들어도 부모님에게는
여전히 걱정되는 자식인가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