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혜정-부산
지난 추석에 친정에 갔다가
생각보다 늦게 도착했어요.
차가 너무 막혀서
예정보다 두 시간 가까이 늦어진 거예요.
도착하니 가족들은 이미 저녁을 먹고 있었고
저는 미안한 마음에 밥도 대충 먹으려고 했어요.
그런데 엄마가 밥솥을 다시 열더니
제일 좋아하는 반찬부터 하나씩 꺼내주시더라고요.
"너 오면 먹으려고 안 치웠지."
그 말이 별거 아닌 것 같은데
그날은 이상하게 마음에 오래 남았어요.
사실 저는 명절마다
엄마가 음식 준비하는 걸 당연하게 생각했던 것 같아요.
이번에도 제가 늦게 오는 것만 미안해했지
엄마가 하루 종일 음식을 준비하고
제 몫까지 따로 챙겨놓았다는 생각은 못 했거든요.
밥을 먹고 설거지를 하려고 일어났더니
이번에는 동생이 먼저 앞치마를 두르더라고요.
"누나는 오랜만에 왔으니까 앉아 있어."
엄마도 웃으면서
"그래, 오늘은 너희가 해."
그 모습을 보고 있으니
괜히 마음이 따뜻해졌어요.
예전 같았으면
명절 음식이나 선물 같은 것만 기억에 남았을 텐데
지난 추석에는
늦게 온 딸 먹이려고 밥을 남겨둔 엄마와
자연스럽게 설거지를 맡아준 동생이 더 오래 기억에 남았습니다.
거창한 일이 있었던 건 아닌데
가족이라는 게 이런 건가 싶었어요.
말하지 않아도 서로 챙겨주는 것.
저는 그날 집에 돌아오기 전에
엄마한테 밥 잘 먹었다는 말을 한 번 더 하고 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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