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이 지나고 며칠 됐는데 아들이 찍어준 사진을 보다가 괜히 예전 명절 생각이 많이나서 이렇게 글을 작성하게 되네요 ^^
예전에는 명절이라고 하면 친정 식구들이 모여서 같이 음식을 준비하곤 했잖아요?
한 사람은 재료를 썰고 한 사람은 전을 부치고, 옆에서는 이것 좀 가져다 달라 저것 좀 뒤집어 달라 하면서 참 북적북적 하고 음식 만드는 것보다 떠들고 이야기하는 시간이 더 길었던 것 같기도 하고 여하튼간에 그때는 사람이 많으니 정신없다고 생각했는데 지나고 보니 그런 것도 다 한때였네요...
지금은 예전처럼 다 같이 모여 음식을 준비하지는 않고 올해는 자식들이랑 며느리도 온다고 해서 같이 조금씩 하면 되겠다 싶었어요.
많이 하지 말고 먹을 만큼만 하자고 생각해서 재료를 준비했는데 막상 꺼내놓으니 이것도 해야 할 것 같고, 저것도 있어야 할 것 같고 정신이 없더라고요.
꼬치에 넣을 재료도 자르고, 고기도 준비하고, 생선도 꺼내놓고 하나씩 하다 보니 어느새 일이 제법 커지더군요?
자식들이랑 며느리가 오면 같이 하려고 했는데 하필 이날 길이 많이 막혔는지 생각했던 것보다 늦어진다고 해서 처음에는 조금 기다릴까 하다가 언제 올지도 모르는데 가만히 있을 수가 없어서 천천히 미리 준비할겸 저 혼자 먼저 시작했어요.
몇 가지만 해놓으려고 했는데 전이라는 게 시작하면 또 그렇게 안 되잖아요? 하나 부치고 나면 이것도 마저 해야 하고, 꺼내놓은 재료를 보면 또 그냥 둘 수도 없고요.
이제와서 돌이켜 생각해보니, 솔직히 그때는 조금 서운하기도 했던 거 같아요.
같이 하면 금방 끝날 거라고 생각했는데 시간은 자꾸 가고, 펼쳐놓은 재료는 많고, 결국 제가 하나씩 하다보니까 혼자 다 한것 같기도 하고... 길이 막히는 걸 며느리 탓할 수도 없는 일인데 사람 마음이라는 게 또 그렇더라고요.
괜히 시계를 한 번 보고 전을 뒤집다가 또 시계를 보고 그랬던 거 같아요. 그러다가도 애들 오면 배고플 텐데 싶어서 손은 또 멈추질 않더군요 ^^;
그렇게 정신없이 하다 보니 전도 어느새 한가득 담겨있었고 다 해놓고 보니까 "내가 이걸 언제 다 했나 싶더라?"라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래도 자식들이랑 며느리가 도착하니 집안이 시끌시끌해져서 기분은 좋았어요.
늦었다고 미안해하면서 남은 것도 거들고 상 차리는 것도 같이 해주니 내심 조금 서운했던 마음은 금방 없어지더라고요 😁
이것저것 상에 올리고 다 같이 둘러앉으니 그제야 추석 같았습니다.
갈비도 놓고, 잡채도 놓고, 제가 부친 전도 올렸는데 아들이 상을 보더니 사진을 근사하게 찍어줬어요. 저는 음식 차리느라 정신이 없어서 사진 찍을 생각도 못 했는데 지금 생각하면 찍어두길 잘한 것 같습니다 😙
다들 잘 먹는 걸 보고 있으니 힘들게 준비한 것도 그때는 잊어버리게 되더라고요 😊
이거 맛있다고 하나 더 가져가고, 저것도 먹어보라고 서로 권하는 모습을 보니 많이 준비하기를 잘했나 싶기도 하더군요. 명절 음식이라는 게 만드는 사람은 몇 시간을 보내는데 먹는 건 참 금방이네요 ㅎㅎ..
며칠 지나서 이 사진을 다시 보니까 음식보다 다른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예전에는 제가 가족들과 둘러앉아 같이 전을 부치던 사람이었는데, 이제는 제가 먼저 음식을 준비해놓고 자식들과 며느리가 오기를 기다리는 사람이 되었네요.
생각해보면 저도 젊었을 때는 명절에 가면 음식이 차려져 있는 게 너무 당연했던 것 같았어요.
어르신분들께서 언제부터 준비했는지, 몇 시간을 서 있었는지 깊게 생각해본 적도 없었던 것 같아요.
저도 같이 전을 부치기는 했지만 그때는 누군가를 기다리면서 상을 준비하는 사람의 마음까지는 잘 몰랐습니다.
그런데 올해 혼자 먼저 전을 부치면서 이상하게 그때 어르신분들 생각이 많이 나더라고요.
우리가 언제 오나 기다리면서도 음식 식을까 걱정하고, 늦는다고 하면 서운하면서도 오기만 하면 반갑고, 배부르다고 해도 이것 하나만 더 먹어보라고 했던 마음이 이제야 조금 이해되는 것 같았습니다.
예전 명절 풍경이 없어지는 것이 조금 서운하면서도, 그 자리에 또 다른 명절 풍경이 생기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제는 예전처럼 모두 모여 음식을 만들지는 않지만 자식들과 며느리가 와서 같이 먹고 이야기하는 지금의 모습도 나중에는 그리운 추억이 되겠지요?
내년에는 정말 조금만 해야겠습니다... 사실 이 말은 지켜질지 자신은 없네요 ^^; 애들이 온다고 하면 또 이것저것 꺼내놓을 것 같아서요 ㅎㅎ
그래도 내년에는 조금 덜 만들고 조금 일찍 앉아서 같이 먹어보려고 합니다.
음식 하나 더 해주는 것도 좋지만, 이제는 저도 같이 앉아 떠들던 그 옛날 명절처럼 가족들 옆에 오래 앉아 있고 싶네요.
두서 없는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