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알고 지낸 친구라도 가끔은 말이 안 통할 때가 있잖아요. 사람마다 살아온 환경도 다르고 생각하는 방식도 다르니까 모든 의견이 같을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친구가 저와 다른 생각을 한다고 해서 기분 나빠하거나 굳이 제 말이 맞다고 우기는 편은 아닙니다.
그런데 요즘 한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이상하게 기분이 좋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제 의견을 말하면 제대로 들어보지도 않고 틀렸다는 식으로 이야기하는 경우가 자꾸 있기 때문입니다.
무슨 대단한 문제를 놓고 다투는 것도 아닙니다. 평범한 일상 이야기나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하다가 서로 생각이 다를 때가 있는데, 그럴 때마다 친구는 자기 생각이 맞다는 식으로 말을 합니다. 제가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설명하려고 해도 중간에 말을 끊거나 그건 네가 잘 몰라서 그렇다는 식으로 넘어갈 때가 있습니다.
처음에는 원래 자기주장이 강한 사람이니까 그러려니 했습니다. 친구 사이에 이런저런 의견 차이야 있을 수 있고, 매번 서로 맞춰가면서 이야기할 필요도 없으니까요. 그런데 이런 일이 반복되니까 이제는 그 친구와 이야기할 때 제 생각을 말하는 것부터 망설여집니다.
어차피 이야기해 봐야 또 반박할 텐데 굳이 말을 꺼내야 하나 싶어지는 겁니다.
가끔은 제가 하는 말이 끝나기도 전에 친구가 자기 생각을 길게 이야기합니다. 그러면 저는 그냥 듣고 있다가 적당히 맞장구치고 넘어갑니다. 괜히 반박했다가 이야기가 길어지는 것도 싫고, 별것 아닌 문제로 친구와 언성을 높이고 싶지도 않아서요.
그런데 그렇게 몇 번 넘어가고 나면 집에 돌아와서도 마음이 좀 불편합니다. 서로 생각이 다른 건 괜찮은데 제 말을 처음부터 별것 아닌 것처럼 취급하는 느낌이 싫은 것 같습니다.
저도 제 의견이 항상 옳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친구가 저보다 잘 아는 분야도 있을 테고 제가 잘못 알고 있는 부분도 분명히 있겠지요. 그런 건 충분히 인정할 수 있습니다. 다만 서로 다른 생각을 이야기할 때 상대방 말도 한번 들어보고 판단했으면 좋겠다는 겁니다.
그 친구가 저를 일부러 무시하려는 건 아닐 수도 있습니다. 원래 말투가 조금 강하고 자기 생각을 확실하게 이야기하는 성격일 수도 있겠지요.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할 때도 비슷한 모습을 보이니 꼭 저한테만 그러는 건 아닌 것 같기도 합니다.
그래서 더 애매합니다. 정말 저를 깔보는 건지, 아니면 제가 그 친구 말투를 너무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건지 판단하기가 어렵습니다.
한편으로는 제가 너무 쉽게 양보하고 넘어가니까 친구도 제 의견을 가볍게 생각하는 건 아닌가 싶습니다. 그동안은 친구 사이에 누가 맞고 틀리고 따지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싶어서 웬만하면 넘어갔는데, 그러다 보니 제 생각은 제대로 이야기하지 못하고 듣기만 하는 일이 많아졌습니다.
오래된 친구라고 해서 항상 한쪽만 맞춰주고 한쪽만 자기주장을 하는 게 편한 관계는 아니지 않습니까.
그렇다고 이제 와서 친구의 말투를 지적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오랫동안 그렇게 이야기해 온 사람인데 갑자기 제 말을 무시하지 말라고 하면 괜히 자존심 싸움으로 번질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상대는 평소처럼 이야기했을 뿐인데 제가 혼자 기분 나빠했다고 생각할 수도 있고요.
나이가 들면 친구도 점점 줄어든다고 하는데 이런 일로 오래된 관계를 불편하게 만들고 싶지는 않습니다. 함께 지낸 시간이 있고 좋은 기억도 많은 친구라서 가능하면 앞으로도 편하게 만나고 싶습니다.
다만 요즘은 친구를 만나기 전에 또 제 이야기를 제대로 못 하고 돌아오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친구를 만나면서 이런 생각까지 해야 하나 싶어 저 자신도 답답합니다.
서로 의견이 다를 때는 그냥 적당히 넘어가는 게 나은 건지, 아니면 불편하더라도 제 생각을 끝까지 이야기하는 게 맞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계속 참는다고 해결될 문제는 아닌 것 같은데 그렇다고 정면으로 부딪히는 것도 내키지 않네요.
다른 분들은 오래 알고 지낸 친구가 자기 생각만 옳다고 하거나 내 의견을 제대로 들어주지 않을 때 어떻게 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친구 사이에도 존중받지 못한다는 느낌이 들면 분명하게 이야기해야 하는 걸까요? 아니면 사람마다 말하는 방식이 다르다고 생각하고 어느 정도는 받아들이는 게 나을까요?
오래된 친구와 괜한 감정싸움은 하고 싶지 않은데 그렇다고 앞으로도 계속 제 생각을 접으면서 만나야 하는 건지, 요즘 그게 참 고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