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코치님. 누구에게도 쉽게 꺼내지 못했던 제 답답한 속마음을 이곳에 조심스레 털어놓아 보아요. 저는 올해 60대 중반을 넘긴 평범한 주부예요.
젊은 시절 내내 두 아이 뒷바라지하랴 깐깐한 시부모님 모시랴 남편 내조하랴 정말 제 자신은 온데간데없이 가족들만 바라보며 정신없이 살아왔어요. 저 살 옷 한 벌 제대로 못 사고 애들 학원비 보태려고 억척스럽게 살았던 지난 세월이었거든요.
이제는 아이들도 다 제 짝을 찾아 번듯하게 독립했고 남편도 퇴직해서 평생 짊어졌던 무거운 짐을 다 내려놓았다고 생각했어요.
이제야말로 진짜 제 인생의 황금기가 찾아온 줄 알았고 남편도 그동안 고생 많았으니 나가서 편하게 즐기라고 말해줄 줄 알았죠.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제 기대와는 너무나도 다른 현실이 숨통을 조여오네요.
가장 큰 원인은 바로 퇴직하고 완벽한 집돌이가 되어버린 남편이에요. 바깥에서 돈 벌어올 때는 그렇게 사람 만나기 좋아하고 밤늦게 술 마시고 밖으로 돌더니 이제는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하루 종일 거실 소파에 누워 텔레비전만 봐요.
남편은 친구들을 만나러 나가는 법도 없고 따로 즐기는 취미 생활도 하나 없이 오로지 저 하나만 쳐다보고 제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듯 따라다니더라고요.
저는 늦게나마 문화센터에 가서 그동안 배우고 싶었던 라인 댄스도 배우고 동네 친구들이랑 가까운 교외로 예쁜 카페도 찾아다니며 남은 인생을 활기차게 즐기고 싶거든요. 평생 우물 안 개구리처럼 살았으니 이제라도 바깥바람 좀 쐬면서 예쁘게 화장도 하고 나를 위한 시간을 갖고 싶은 게 그렇게 큰 욕심은 아니잖아요.
그런데 제가 외출하려고 화장대 앞에 앉아서 단장이라도 할라치면 남편은 벌써부터 심기가 불편해져서 거실에서부터 혀를 끌끌 차는 소리를 내요. 늙은 나이에 어딜 그렇게 쏘다니냐고 밥은 누구 먹으라고 차려놓지도 않고 밖으로만 도냐면서 온갖 구박과 잔소리를 쏟아내요.
제가 며칠 전부터 미리 약속이 있다고 거실 달력에 크게 동그라미까지 쳐두고 밑반찬에 찌개까지 완벽하게 데워 먹기만 하면 되도록 가스레인지 위에 올려놓고 나가는데도 남편은 제가 현관문을 나서는 그 순간까지 뒤통수에 대고 뾰족하게 눈치를 주더라고요.
그럴 때마다 모처럼 기분 좋게 차려입고 나섰던 마음이 순식간에 차갑게 식어버리고 현관문을 나서는 발걸음이 천근만근 무거워져요.
혼자만 나가는 게 미안해서 남편한테 같이 가까운 산에 등산이라도 가자거나 재래시장 구경이라도 가자고 여러 번 달래고 꼬셔보기도 했어요. 부부가 같이 손잡고 다니면 얼마나 보기 좋냐고 어르고 달래봐도 남편은 무릎 아프다 사람 많은 데 가면 기가 빨려서 싫다 하면서 단칼에 거절을 해버리니 결국 저도 혼자 나갈 수밖에 없게 되더라고요.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밖으로 나가서 친구들이랑 수다를 떨고 맛있는 커피를 마시면서도 제 마음은 늘 바늘방석이에요. 남편이 혼자 밥은 챙겨 먹었을지 혹시 화가 나서 나 들어오기만 벼르고 있는 건 아닌지 불안해서 저도 모르게 식당 시계만 쳐다보고 휴대폰만 자꾸 만지작거리게 돼요.
한번은 모임에서 멀리 단풍 구경을 갔다가 길이 막혀서 저녁 늦게 들어간 적이 있어요. 남편이 안방 문을 쾅 닫고 들어가서는 다음 날부터 며칠 동안 저랑 눈도 마주치지 않고 말도 섞지 않으며 투명 인간 취급을 하더라고요.
그 차갑고 숨 막히는 침묵이 너무 견디기 힘들어서 결국 제가 먼저 미안하다고 앞으로는 해 지기 전에 일찍 다니겠다고 빌다시피 사과를 하고 나서야 겨우 분위기가 풀렸어요.
내가 무슨 큰 죄를 지은 것도 아니고 평생 고생한 나에게 주는 작은 보상 같은 시간인데 왜 이렇게 남편에게 죄인처럼 굽실거려야 하는지 제 신세가 처량해서 화장실에서 남몰래 눈물도 많이 흘렸어요.
이런 일이 수없이 반복되다 보니 이제는 누가 만나자고 연락이 와도 남편 눈치부터 살피게 되고 제가 알아서 피곤하다며 약속을 거절하는 지경에 이르렀어요.
좁은 집에만 갇혀서 늙은 남편 삼시 세끼 차려 바치고 비위나 맞추며 남은 세월을 보낼 생각을 하니 너무 억울해서 밤에 잠이 안 와요.
평생 남편 직장 생활 편하게 하라고 집안일 혼자 다 도맡아 하면서 희생했는데 늙어서 이제 제 시간 좀 갖겠다는데 그것조차 허락하지 않는 남편이 원망스러워서 미칠 것만 같아요.
이럴 거면 차라리 남편이 죽을 때까지 회사에 다녔으면 좋겠다는 몹쓸 생각마저 들고 거실에서 텔레비전 불빛만 받고 있는 얼굴만 마주쳐도 짜증이 훅 밀려와서 저 스스로 감정이 통제가 안 될 때가 참 많아요.
내 남은 청춘이 얼마나 될지도 모르는데 매일 감옥 아닌 감옥에서 죄수처럼 살아야 하나 싶어 멍하니 창밖을 보며 가슴을 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에요.
답답한 마음에 동네 친한 친구들이나 언니들한테 하소연을 해봤더니 다들 늙으면 남편이 아기처럼 징징대니까 그냥 귀 막고 무시하고 네 맘대로 훌쩍 다니라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저는 성격이 바보같이 소심하고 평생 져주고만 살아서 그런지 남편이 불편해하는 걸 뻔히 알면서 뻔뻔하게 나가지도 못하고 결국 집에서 눈치 싸움만 벌이느라 제 속만 까맣게 타들어가요.
그래서 코치님께 제일 먼저 간절하게 여쭤보고 싶은 건 남편의 눈치와 간섭에서 온전히 벗어나 당당하고 마음 편하게 제 외출을 즐기려면 도대체 어떤 마음가짐을 가져야 하는지 그 마음의 중심을 단단하게 잡는 방법이에요.
남편이 뾰로통하게 쳐다보거나 퉁명스럽게 말을 던질 때 제가 쪼그라들거나 죄책감을 느끼지 않고 그 감정적인 공격을 훌훌 털어버릴 수 있는 단단한 내면의 힘을 진심으로 기르고 싶어요. 죽는 날까지 남편 기분에 맞춰서 제 소중한 마지막 인생을 희생할 수는 없으니까요.
그리고 가장 필요한 건 당장 남편과 현관문 앞에서 부딪히는 상황에서 제가 현실적으로 써먹을 수 있는 대화법이에요.
남편이 너는 나이 먹고 맨날 밖으로만 도냐고 비꼬며 화를 낼 때 제가 감정적으로 폭발하거나 같이 핏대 세우며 싸우지 않으면서도 아주 지혜롭고 단호하게 제 입장을 전달하는 말하기 기술을 꼭 배우고 싶어요.
소리 지르고 싸우지 않고도 당신의 밥을 차려주는 것만이 내 인생의 전부는 아니며 나도 나만의 취미와 인간관계가 꼭 필요하다는 사실을 남편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만들 수 있을까요.
오랫동안 가부장적으로 살아온 늙은 남편의 굳은 고집을 하루아침에 꺾을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제가 외출하는 것에 대해 얼굴 붉히는 일은 멈추고 서로 편안하게 타협하고 싶어요.
남편의 기분을 심하게 상하게 하지 않으면서도 제가 밖으로 나가는 횟수나 돌아오는 시간을 현명하게 조율해 나가는 아주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방법이 있다면 제발 가르쳐주세요.
저도 이제는 누구의 아내 누구의 엄마라는 낡은 이름표를 잠시 서랍에 넣어두고 정말 가벼운 발걸음으로 곱게 단장하고 밖으로 나가 남은 제 자신을 흠뻑 사랑하며 즐기고 싶어요. 남편과 평생 일궈온 소중한 가정의 평화도 깨뜨리지 않으면서 온전한 제 삶의 자유와 즐거움도 함께 누릴 수 있는 아주 현명하고 따뜻한 해결책을 코치님께서 꼭 쥐여 주실 거라 굳게 믿고 있어요.
지난 세월 잃어버렸던 제 이름 석 자와 맑은 웃음을 다시 되찾아 주시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으로 코치님의 지혜로운 답변을 매일 설레며 기다릴게요. 두서없이 길고 갑갑하기만 한 제 긴 푸념을 끝까지 귀 기울여 들어주셔서 정말 고맙고 감사합니다.
코치님 덕분에 고민이 해결되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