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이런 캐릭터도 해보면 재밌을 것 같아서 셜록 홈즈로 가볼게요. 영화나 드라마마다 조금씩 다르게 나오긴 하지만, 원작의 셜록 홈즈는 생각보다 더 별난 사람이에요. 사건 하나만 생기면 눈빛부터 달라지고, 평소에는 방 안을 어질러 놓은 채 바이올린이나 켜고, 왓슨을 은근히 답답해하면서도 결국 제일 믿는 사람이죠.
셜록 홈즈를 MBTI로 보면 저는 INTP와 ISTP 사이 느낌이 나요. 물론 가상 인물이라 작가가 검사지를 건넬 일도 없었지만요. 다만 원작에서 보여주는 행동을 보면, 사람에게 관심이 없다기보다 ‘사람의 말’보다 ‘사람이 남긴 흔적’에 더 관심 있는 타입 같아요. 누군가 방에 들어오면 “안녕하세요”보다 신발에 묻은 진흙, 소매의 먼지, 손가락의 잉크 자국부터 보는 사람이잖아요. 같이 있으면 좀 부담스럽긴 할 것 같아요. 커피 마시다 흘린 자국 하나로 제가 어제 어디 갔는지 추리할 것 같은 느낌이요.
홈즈의 유명한 방식은 관찰과 추리죠. 그런데 사실 홈즈는 모든 정보를 다 외우는 사람은 아니에요. 오히려 쓸모없는 지식은 머릿속 공간을 차지한다면서 별로 알고 싶어 하지 않았어요. 왓슨이 지구가 태양 주위를 돈다는 사실을 말해주자, 그걸 굳이 알아야 하냐는 식으로 반응하는 장면도 있죠. 지금으로 치면 뉴스, 연예, 스포츠는 잘 모르는데 자기가 꽂힌 분야는 논문 열 편을 읽고 온 사람 같은 느낌입니다.
이런 모습이 INTP와 닮았어요. INTP는 모든 것에 골고루 관심이 많다기보다, 자기 머릿속에서 “이건 구조가 궁금한데”라고 꽂히는 부분에 엄청 깊게 들어가는 편이잖아요. 홈즈에게 사건은 단순히 누가 잘못했고 누가 피해를 봤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흩어진 단서가 어떤 논리로 연결되는지 알아내는 퍼즐에 가까웠던 것 같아요. 그래서 의뢰인의 감정보다 재밌는 단서가 먼저 눈에 들어올 때도 있고요.
INTP 성향인 분들이라면 홈즈의 장점을 이런 식으로 가져가면 좋겠습니다. 남들이 대충 넘기는 말이나 과정에서 “근데 이건 왜 이렇게 되는 거지”라는 질문이 떠오르면, 그걸 너무 뜬금없는 생각이라고 접지 않아도 돼요. 복잡한 문제를 한 발 떨어져서 보고, 규칙과 패턴을 찾아내는 능력은 분명 큰 장점이거든요. 일하다가도 반복되는 오류의 원인을 찾아내거나, 사람들 사이에서 계속 꼬이는 업무 흐름을 정리하는 데 강할 수 있어요.
다만 홈즈처럼 ‘맞는 말’을 너무 빨리 던지면 옆 사람이 상처받을 수도 있습니다. 논리적으로는 맞아도, 상대는 해결책보다 먼저 자기 얘기를 들어주길 바랐을 수 있으니까요. INTP는 “그럼 이렇게 하면 되잖아”라고 말하기 전에 “그래서 많이 답답했겠다” 한마디만 먼저 붙여도 훨씬 부드러워집니다. 홈즈에게 왓슨이 필요했던 이유도 이런 부분 아닐까 싶어요. 왓슨은 홈즈가 못 보는 인간적인 온도를 채워주는 사람이었으니까요.
ISTP 느낌은 홈즈가 생각만 하는 사람이 아니라는 데서 나와요. 사건이 생기면 직접 현장으로 가서 재를 만져보고, 발자국을 보고, 담을 넘고, 위험한 사람을 만나러 가기도 하죠. 그는 이론을 길게 설명하는 것보다 “일단 보여줄게요” 쪽에 가까운 사람입니다. 몸을 쓰고 현장에서 확인하면서 답을 찾아내는 모습은 꽤 ISTP스럽죠.
ISTP 성향인 분들은 홈즈처럼 자기 손과 눈으로 문제를 확인하는 능력을 믿어도 됩니다. 회의에서 말이 길어질 때도 “그래서 실제로 해보면 어떻게 되는데”를 확인하려는 사람이 있으면 팀이 훨씬 앞으로 나가거든요. 다만 혼자 해결하는 데 너무 익숙해지면, 필요 없는 위험까지 혼자 떠안을 수 있어요. 홈즈도 사건마다 왓슨과 함께 움직였잖아요. 이건 단순히 친구가 필요해서라기보다, 각자 잘하는 방식이 다르기 때문이었을 거예요.
그리고 원작 홈즈의 꽤 흥미로운 면이 하나 있어요. 그는 바이올린을 잘 켰고, 사건이 없을 때는 무료함을 견디기 힘들어했어요. 그래서 가끔은 극단적으로 무기력해졌다가, 흥미로운 사건이 들어오면 갑자기 엄청난 에너지로 움직입니다. 왓슨의 표현을 보면 방은 꽤 어수선했고, 담배는 엉뚱한 곳에 보관하고, 서류는 쌓아두는 편이었다고 해요. 천재 탐정의 집이 미니멀한 연구실일 거라고 기대했다면 조금 깨는 부분입니다.
이 부분은 P 성향인 분들도 좀 공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머릿속에 재미있는 과제가 생기면 밤새 몰입할 수 있는데, 정리나 반복 업무 앞에서는 갑자기 영혼이 빠져나가는 느낌이요. 그럴 때는 홈즈처럼 ‘흥미가 생길 때까지 기다리기’보다, 하기 싫은 일은 작게 쪼개서 시작하는 게 현실적으로 도움이 됩니다. 서류 정리를 완벽하게 하겠다고 마음먹기보다 10분만 타이머를 켜는 식으로요. 홈즈도 사건 기록을 정리해 주는 왓슨이 없었다면, 자기 업적의 절반은 종이 더미 속에서 사라졌을지 모릅니다.
셜록 홈즈는 완벽한 사람이 아니라, 관심 있는 문제 앞에서는 미친 듯이 집중하고 그 외의 영역에서는 꽤 엉성한 사람이에요. 그래서 더 현실적으로 느껴지는지도 모르겠어요. INTP라면 복잡한 문제를 파고드는 힘을 믿되 사람의 감정도 단서처럼 놓치지 않는 연습을 해보고, ISTP라면 현장에서 해결하는 능력을 살리되 혼자 모든 걸 처리하지는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우리 모두 홈즈처럼 머릿속 사건 하나에 너무 몰입한 날에는, 방 한쪽 정도는 왓슨에게 들키기 전에 치워두는 걸로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