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르시시스트 연인, 첫 연애라 몰랐지만 결국 극복한 방법

1) 어떤 관계였는지

제 첫 연애 상대가 나르시시스트 성향이 강한 사람이었는데요.

당시에는 제가 연애 경험이 없어서 그런 사람이 이상한 건지, 연애를 원래 이렇게 하는 건지 정말 몰랐어요.

 

아주 어릴 때 처음 만난 사람이라 더 그랬던 것 같아요. 좋아하는 마음이 워낙 컸고, 첫 연애다 보니 상대방이 저에게 하는 행동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기준도 없었거든요.

 

처음부터 대놓고 이상했던 건 아니었어요. 오히려 저를 굉장히 좋아한다고 표현했고, 저도 그 말을 믿었어요. 그런데 연애를 하다 보니 본인이 원하는 대로 저를 맞추려고 하는 일이 점점 많아졌습니다.

 

더군다나 장기 연애가 되면서 저는 이 관계를 사소한 걸로는 깨고 싶지 않았던 것 같아요.

그래서 상대가 원하는 것을 웬만하면 들어주려고 했고, 조금 불편하거나 싫은 일이 있어도 그냥 참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았어요.

문제는 한 번 맞춰주기 시작하니까 점점 더 많은 것을 요구한다는 거였어요.

제가 싫다고 하면 제 마음을 존중해주는 게 아니라, 왜 싫은지 계속 따지고 결국 제가 미안해지게 만들었어요. 그리고 뭐든지 자신의 말이 다 맞고, 다른 사람이 틀리다는 스타일이었죠.

 

2) 어떤 말과 행동을 했는지

서로 다투다가 자신의 논리가 틀리고 더 할말이 없어지면 

꼭 "다른 여자친구들은 다 그런다는데 넌 왜 안그래?" 이런 식으로 말을 했어요...

지금 생각하면 당장 헤어질 사유의 말인데 그때는 제가 그 말을 들으면 괜히 제가 부족한 여자친구인가 싶었어요. 

"넌 나를 이해해주는 유일한 사람이다, 그렇기 때문에 너는 특별하다. 그런데 네가 이럴 때마다 역시 너조차 날 이해못하는구나, 사랑이 별 거 아닌 거 같다" 등등

 

가스라이팅을 당했던거죠.

제가 화를 내면 오히려 저를 더 예민하고 남자친구를 이해못하는 사람으로 만들어버렸어요.

그러면서 역으로 자신이 더 억울한 것처럼 행동하기도 했죠.

 

처음에는 사랑하니까 배려하고 맞춰줘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어느 순간부터는 제가 원해서 해주는 게 아니라, 상대가 서운해할까 봐 무서워서 해주는 것으로 바뀌어 있더라고요.

말로는 저를 사랑한다고 하는데 행동은 계속 제 의사를 무시하는 것 같았어요. 그때부터 말과 행동의 차이가 너무 크게 느껴졌어요.

 

3) 제가 받은 영향

제 감정을 제 스스로 자꾸 검열하게됐다는 거예요.

이 상황에 화를 내는게 맞나? 화내면 또 나만 예민하고 이상한 사람 만들텐데 긁어 부스럼 만들지 말고 그냥 참자.. 이런 식으로 되어있더라고요.

 

그때 전 아주 어린 나이였고 첫 연애라 상대가 얼마나 나르시시스트로 나를 통제하려 했었는지 잘 알지 못 했어요.

연애 기간이 길어질수록 우리가 너무 편안해서 자주 이런 다툼을 하게 되는 건 아닌지, 헤어짐을 생각할 때에도 이 정도 문제로 헤어지는 게 맞나? 내가 조금만 더 맞춰주면 괜찮아지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계속했던 것 같아요.

 

4) 벗어난 과정

장기 연애로 되면서 서로에게 권태기도 있었죠. 그러면서 저도 자연스럽게 예전처럼 그사람에게 맞춰주지 않았어요. 그래서 본인이 전처럼 주도권을 자기가 가지지 못하니 이제는 다른 카드를 내밀더라고요.

 

"나 사랑해? 나 사랑하는 거 맞아?" 라고 자꾸 물어봤어요.

 

처음에는 저를 너무 좋아해서 계속 확인하고 싶어 하는 줄 알았어요. 제가 아무리 사랑한다고 말해줘도 계속 확인을 요구했고, 또 같은 질문을 반복하고 제 대답을 믿지 못하겠다며 저에 대해 서운해하고 안좋은 이야기만 계속 하면서 피로감을 유발했어요.

 

그러면서 저는 이 관계는 답이 없다고 생각했어요. 서로 자꾸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관계였죠.

오랜 연애를 하면서, 내가 이 사람을 사랑하는 것보다 이 관계를 놓고 싶어하지 않아서 그런 건 아닌지. 관계에 대해 다시 생각해봤어요. 

 

이 두 가지를 생각했죠.

그는 나를 존중하나? 

거의 내 모든 의견에는 아니, 별로, 안돼라고 대답하므로 X

틀림과 다름을 구분하나? 

나르시시스트는 이걸 구분할 줄 모르더라고요. X 

자신과 다르면 그냥 다 틀리고 잘못됐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었어요. 

 

권태기를 겪는 과정에서도 그는 노력하지 않고 이 두가지를 끝까지 반복했습니다.

결국 저는 이별을 고했어요!

이별 통보 자체는 생각보다 힘들지 않았어요. 오래 만나면서 누구나 이별을 한두번은 생각해보니까요. 후폭풍은 살짝 있었습니다. 내 결정이 정말 맞는 선택이었는지 고민하는 시간이었죠.

 

5) 같은 상황에 계신 분께

후폭풍이 오고 여러 생각을 해본 결과, 저는 제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래서 재회도 없었어요.

 

저처럼 첫 연애, 그리고 장기연애가 되면 연인의 행동을 어디까지가 연애이고 어디부터가 지나친 행동인지 구분하기 어려운 분들도 있을 것 같아요.

저는 그때 "사랑한다"는 말보다 내가 그 사람과 함께 있을 때 어떤 사람이 되어가는지를 보는 게 중요하다는 걸 배웠어요.

좋아하는 사람에게 배려할 수는 있지만, 계속 내 의사를 포기하면서까지 맞춰야 할 필요는 없거든요.

 

특히 내 의견을 말했을 때 그 마음을 존중하는지, 아니면 비교하거나 무시하면서 결국 원하는 행동을 하게 만드는지를보면 조금은 구분할 수 있더라고요.

또 같이 있을 때 편하지 않고 불편함을 주고 타인에게 연인에 대한 상담을 하게 하는 연인이라면, 그 사람이 바로 나르시시스트입니다. 꼭 이별하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댓글5
  • 익명3
    첫사랑 첫연예는 누구나 설레임과 무조건적인 지지를 하게 되죠..
    단어에서 오는 기분좋음과 얼마나 행복했을지가 그려지네요..
    
    처음이라 우리 모두는 어설프고 서툴죠..
    사랑을 보는 기준도, 어떤점이 중요한지 조차 모른채 사랑을 키워 가기도 하죠
    그런 풋풋함 뒤에 따라오는 통제와 일방적인 강요가 오랜시간과 함께 익숙해지고 당연스럽게 받아졌다고 생각해요..
    
    저도 5년간 사귀었던 남자 친구가 있어요..
    대학 입학과 동시에 만났던 친구라 세상 모든걸 공유하면서 보냈어요..
    저는 과외며 알바로 생활비와 용돈을 버는데 남자친구는 알바를 구해줘도 금방 그만두고,
    제가 데이트비용을 내도 아무렇지도 않아 하더라구요..
    심지어 제가 취업을 했을때는 친구들 모임에서조차 제 카드로 비용을 냈어요..
    그렇게 하는게 너무 당연하더라구요..
    그런 시간이 지나면서 저는 지치기도 했고,
    이런 관걔가 맞는지 모르겠더라구요..
     
    오래될수록 깊어지는 감정이 아니라
    나를 이용하는 느낌이 들었어요..
    
    헤어질때 뒤돌아 보지 않게 되더라구요.. 물론 한동안 힘들었지만 전혀 생각이 나질 않았어요..
    
    익숙하고 오래된 관계가 더 믿음이 생기겠지만 
    배려없고, 서로를 지지 않는 않는 관계는 병든 관계라고 생각해요..
    
    지금이라도 손절하고 건강한 사람과의 관계를 이어가시길 바래요
    
  • 익명4
    첫 연애라면 상대의 행동이 사랑의 표현인지 통제인지 구분하기 정말 어려웠을 것 같아요. 특히 “다른 사람들은 다 하는데 너는 왜 못하냐”는 식의 비교를 반복해서 들으면 나도 모르게 내가 부족한 사람인가 싶어질 수 있는데, 그건 건강한 관계에서의 배려와는 분명 다른 것 같아요.
    
    무엇보다 좋았던 점은 마지막에 그 사람이 나를 얼마나 사랑하느냐보다, 그 관계 안에서 내가 어떤 사람이 되어가고 있는지를 돌아보셨다는 것이에요. 사랑 때문에 내 감정을 계속 검열하고 상대가 서운해할까 봐 눈치를 보게 된다면 이미 너무 많은 것을 포기하고 있는 관계일 수 있겠죠. 오래 만났다는 이유만으로 계속 참을 필요는 없고, 서로 다름을 존중해주는 관계가 결국 오래 가는 관계인 것 같아요.
  • 익명2
    첫 연애이자 장기 연애라서 내 감정까지 검열하며 버텨야 했던 시간이 얼마나 혼란스러웠을지 공감돼요. 나르시시스트 연인에게서 벗어나 존중받는 관계가 무엇인지 스스로 기준을 세운 선택이 정말 단단하고 멋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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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니엄마
    나르시시스트 연인과의 경험을 솔직하게 나눠주셔서 감사합니다. 처음에는 사랑이라 느껴져도, 시간이 지나며 상대가 내 마음과 의견을 무시하고 계속 통제하려 할 때 얼마나 힘들고 혼란스러웠을지 충분히 공감합니다. 자신의 감정을 억누르고 관계를 유지하려 애쓰다가 결국엔 자신의 존엄과 안정이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닫고 이별을 선택한 용기, 정말 대단해요. 사랑한다는 말보다 함께 있을 때 편안하고 존중받는 느낌이 진짜라는 말씀, 많은 분들이 꼭 기억했으면 좋겠습니다. 이별 후에도 스스로를 사랑하고 아껴가는 과정에 응원과 힘을 보냅니다.
  • 익명1
    어릴 때 만난 첫 사랑이자 장기 연애 상대였기에 그 교묘한 통제가 나르시시스트의 수법인 줄도 모르고 얼마나 오랜 시간 마음고생을 하셨을지 글만 봐도 가슴이 먹먹하고 안타까운 마음이 듭니다 다투다가 불리하면 다른 여자친구들과 비교하며 부족한 사람 취급하고 너만은 날 이해해 줄 줄 알았다며 죄책감을 자극할 때 진짜 혼자서 얼마나 자책하고 외로우셨을까 싶어요...
    
    권태기 때 주도권을 잃자 사랑을 끊임없이 확인하며 밑 빠진 독에 물 붓듯 피로감을 유발하는 상대를 보며 이 관계에 답이 없음을 깨달으신 건 정말 신의 한 수였습니다 그가 나를 존중하는지 다름을 인정하는지 냉정하게 자문하며 이별을 고하신 결단은 글쓴이님의 영혼과 인생을 구출해낸 가장 현명하고 값진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힘든 터널 지나 이제는 온전한 마음의 평화를 찾으신 만큼 앞으로는 글쓴이님의 의견을 무조건 존중해 주고 존재 자체로 아껴주는 따뜻하고 건강한 사랑만 가득하시길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힘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