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예쁜 20대 초반의 4년 — 나르시시스트 남자친구와 헤어진 후 알게 된 것
안녕하세요. 김미아 코치입니다. 💌
이벤트 기간에는 하루 늦었지만, 이번 나르시시스트 주제를 보면서 오래전 제 경험이 떠올라 글을 남겨봅니다. 당첨에는 해당되지 않겠지만, 저와 비슷한 시간을 지나온 분들과 제가 그 시절을 통해 알게 된 것들을 나누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을 것 같습니다.
오늘은 코치로서의 이야기보다는, 조금 어렸던 시절의 제 이야기를 하나 해보려고 합니다.
20대 초반, 저는 지금 돌아보면 나르시시즘적 특성이 강했다고 느껴지는 사람과 4년 정도 연애를 했습니다. 당시에는 알지 못했던 것들이 많았고, 그 관계를 지나 아주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야 보이기 시작한 것들도 있었습니다.
누군가를 조심하라는 이야기를 하기보다는, 제가 어떤 관계를 경험했고 그 시간을 지나면서 무엇을 알게 되었는지 공유해보고 싶습니다.
“너는 내 운명이야”
그 사람은 굉장히 똑똑하고 잘생긴 데다 주변에서도 인기가 많은 사람이었습니다. 그런 사람이 적극적으로 다가와 “너는 내 운명이야”, “우리는 결혼하게 될 거야” 같은 말을 하니 어린 마음에 저도 금방 빠져들었습니다.
당시에는 특별한 사랑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지금 돌아보면 흔히 러브바밍이라고 부르는 과도한 애정공세와 비슷한 모습이었습니다.
처음에는 관심이었습니다. 오늘 무엇을 하는지, 누구를 만나는지 궁금해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제 하루 스케줄을 상대에게 맞추기 시작했고, 친구나 다른 사람을 만날 때도 상대의 반응부터 살피게 됐습니다. 어느 순간에는 누구를 만나는 것조차 사실상 허락을 구하고 있었습니다. 불편하다고 이야기하면 오히려 제가 상대를 충분히 배려하지 않는 사람이 됐습니다. 그러다 보니 ‘이 행동이 이상하지 않나?’보다 ‘내가 잘못하고 있는 건가?’를 먼저 생각하게 됐습니다.
“어차피 우리는 결혼할 거잖아”
취업을 준비할 때는 이런 모습이 제 삶의 선택에까지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습니다.
인턴을 비롯해 여러 취업 준비를 해야 했는데, 남자친구는 계속 결혼 이야기를 했습니다. 어차피 우리는 결혼할 사이인데 왜 그렇게까지 해야 하는지, 우리의 미래를 생각하면 무엇이 더 중요한지 생각해보라는 식이었습니다.
저도 결혼을 진지하게 생각했던 만큼 그 말을 무시하기 어려웠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사랑과 미래를 약속하는 말이 어느새 제 선택의 범위를 조금씩 좁히고 있었습니다. 연애뿐 아니라 제 커리어와 앞으로의 삶을 결정하는 데에도 상대의 생각이 깊숙이 들어와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사람이 취업했습니다.
새로운 직장에 적응하느라 바쁜가 보다 했지만, 조금씩 관계에서 멀어지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더 혼란스러웠던 것은 그다음이었습니다.
자신이 달라졌다는 이야기를 하기보다 제가 무엇을 잘못했는지가 하나둘 등장했습니다. 예전 일까지 다시 꺼내며 제가 자신을 힘들게 했고, 자신은 그동안 참고 상처받았다고 했습니다. 제 하루와 인간관계까지 통제하던 사람이 헤어질 때가 되자 자신은 저 때문에 힘들었던 사람이 되었고, 저는 그 사람에게 상처를 준 사람이 되어 있었습니다.
분명 상대가 먼저 멀어지고 있는데 이야기를 나누고 나면 이상하게 제가 미안해하고 있었습니다.
‘정말 내가 이 관계를 이렇게 만든 걸까?’
결국 그렇게 4년의 연애가 끝났습니다.
내 예쁜 20대 초반의 4년을 잡아먹었다고 생각했습니다. 헤어진 직후에는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왜 더 일찍 이상하다는 걸 알아차리지 못했을까. 왜 다른 사람을 만나는 것까지 허락을 받았을까. 왜 내 진로나 취업처럼 중요한 문제에서조차 다른 사람의 말을 그렇게 크게 받아들였을까.
시간이 지나고 나면 과거의 나는 참 쉽게 평가됩니다. 지금 알고 있는 것을 그때의 나도 알았어야 했던 것처럼 느껴지니까요.
그런데 시간이 아주 많이 흐른 지금은 조금 다르게 생각합니다.
그 사람은 그 사람이고, 그 4년은 여전히 제 인생입니다.
사랑이라고 믿어서 마음을 다했던 것도 저였고, 그 관계 안에서 흔들렸던 것도 저였습니다. 스스로의 판단을 의심했던 순간도 있었고, 결국 그 관계의 끝을 지나 다시 제 삶을 살아온 것도 저입니다. 그래서 지금의 기준으로 20대 초반의 저를 보면서 “왜 그것도 몰랐어?”, “왜 그렇게 오래 만났어?”라고 탓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때의 저는 그때 알고 있던 만큼 사랑했고, 그 안에서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습니다.
그리고 그 경험을 지나면서 알게 된 것도 있습니다.
1. 누군가가 나를 얼마나 강렬하게 사랑한다고 말하는지보다, 그 사람과 함께 있을 때 내가 얼마나 자유롭게 나로 살아갈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는 것.
2. 사랑하는 사람이라도 내 인간관계와 하루의 시간을 결정할 권리는 없고, 내 진로와 미래에 대한 선택 역시 결국 내가 해야 한다는 것.
3. 그리고 아무리 사랑하더라도 내 인생의 운전대까지 다른 사람에게 건네주어서는 안 된다는 것.
혹시 비슷한 관계 안에서 혼란을 느끼고 있다면 한번 스스로에게 물어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
“나는 지금 내가 원하는 선택을 하고 있을까, 아니면 이 사람이 어떻게 반응할지를 먼저 생각하며 선택하고 있을까?”
한때는 그 사람이 제 예쁜 20대 초반의 4년을 잡아먹었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 사람은 그 사람대로 제 과거에 남아 있고, 그 4년은 여전히 제 삶의 일부입니다. 그리고 지금은 그 시간을 빼앗겼다고 생각하기보다, 그 시간을 살아낸 제 자신을 가치 있게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 이야기를, 한때의 저처럼 사랑이라는 이름 아래에서 나 자신을 의심하고 흔들렸던 분들과 나누고 싶었습니다.
혹시 지금 비슷한 시간을 지나고 있다면, 언젠가 그 시절을 돌아보며 상대가 아닌 그 시간을 살아낸 나 자신을 더 오래 바라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저의 예쁜 20대 초반이 그 사람의 것이 아니었던 것처럼, 여러분의 꽃다운 시간도 누군가의 것이 아니라 온전히 여러분의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