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 만나서 이야기 나누는 건 좋은데 요즘은 이상하게 집에 돌아오고 나면 마음이 편하지가 않아요. 만날 때는 같이 웃기도 하고 이런저런 사는 이야기도 하면서 잘 있다가 오거든요. 그런데 집에 와서 혼자 있으면 친구들이 했던 이야기가 하나씩 다시 생각나요.
누구는 요즘 여행을 자주 다닌다고 하고, 누구는 사고 싶었던 걸 큰맘 먹고 샀다고 하고, 또 누구는 자식들이 잘 지낸다는 이야기를 해요. 그냥 서로 사는 이야기 하는 거라는 걸 저도 알아요. 일부러 자랑하려고 하는 말이 아닐 수도 있고요. 저도 그 자리에서는 잘됐다고 이야기하고 좋은 일이라고 같이 웃어줍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그런 날은 집에 돌아와서 제 생활을 한번 쭉 돌아보게 되네요. 나는 요즘 뭘 하면서 지내고 있나, 내가 남들에게 이야기할 만한 즐거운 일이 있기는 한가 싶은 생각도 들고요. 평소에는 별생각 없이 잘 지내다가도 친구들 이야기를 듣고 나면 갑자기 제 생활이 초라해 보일 때가 있어요.
친구가 잘사는 게 싫은 것도 아니고 배가 아픈 것도 아닌데 왜 자꾸 저 자신과 비교하게 되는지 모르겠어요.
특히 비슷한 시기를 살아온 친구들이라 그런지 더 그런 것 같아요. 젊었을 때는 각자 정신없이 살았고 누가 어떻게 사는지 그렇게 자세히 들여다볼 여유도 없었잖아요. 그런데 이제는 만나면 자연스럽게 요즘 어떻게 지내는지, 돈은 어디에 쓰는지, 가족들은 어떤지 같은 이야기가 많아져요.
듣다 보면 저도 모르게 속으로 계산을 하고 있더라고요. 저 친구는 저런 것도 하는구나, 나는 왜 아직 이러고 있지 하는 식으로요. 그러다가 정신 차리고 보면 제가 왜 이러나 싶어서 또 마음이 안 좋아집니다. 친구가 좋은 이야기를 했는데 진심으로 축하만 해주면 될 것을 굳이 제 처지와 비교하고 있는 제 모습도 썩 마음에 들지 않아요.
그렇다고 친구들을 안 만나고 살 수도 없잖아요. 오랫동안 알고 지낸 사람들이고 만나기 전에는 저도 반갑습니다. 집에만 있으면 또 사람들 만나서 수다도 떨고 싶고요. 막상 약속이 잡히면 뭘 입고 갈까 생각하면서 기분도 좋아져요.
문제는 만나고 난 다음이에요. 즐겁게 시간을 보내고 왔는데 오히려 제 마음에는 숙제 같은 게 하나 생긴 느낌이 들어요. 나는 제대로 살고 있는 건가, 지금까지 뭘 했나, 앞으로는 어떻게 살아야 하나 별생각이 다 듭니다.
예전에는 남하고 비교하지 말고 내 형편에 맞게 살면 된다는 말을 쉽게 했어요. 그런데 막상 제가 이런 나이가 되고 보니 그게 말처럼 쉽지만은 않네요. 사람 마음이라는 게 바로 옆에 있는 사람 이야기를 듣다 보면 자연스럽게 흔들리는 것 같아요.
가끔은 제가 요즘 자신감이 없어서 더 그런가 싶기도 합니다. 평소 제 생활에 만족하고 있었다면 남이 무슨 이야기를 하든 이렇게까지 신경 쓰이지 않았을 것 같거든요. 그렇다고 당장 뭔가 크게 바꾸고 싶은 것도 아니에요. 지금 생활에도 분명 괜찮은 부분이 있고 감사한 일도 있습니다.
그런데 친구들 앞에서는 이상하게 좋은 것보다 없는 것부터 생각하게 돼요. 내가 뒤처져 보이지 않을까 하는 마음도 아주 조금은 있는 것 같고요. 누가 저를 평가한 것도 아닌데 혼자 그런 생각을 하고 있으니 참 피곤합니다.
요즘에는 모임이 있는 날이면 만나기 전부터 조금 신경이 쓰일 때도 있어요. 오늘은 또 무슨 이야기를 듣고 와서 혼자 생각이 많아질까 싶어서요. 그렇다고 좋은 친구들과 거리를 두는 게 답인가 싶으면 그것도 아닌 것 같고요.
남의 좋은 소식을 들으면서 제 삶까지 같이 평가하는 이 습관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겠어요.
나이가 들면 남들과 비교하는 마음도 조금은 덜해질 줄 알았는데 오히려 요즘 더 그런 생각이 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