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걸 배우려고 하면 괜히 나이부터 의식하게 됩니다

요즘 새로운 걸 하나 배워볼까 하는 생각이 들다가도 막상 시작하려고 하면 제일 먼저 나이부터 생각하게 됩니다. 예전에는 뭔가 모르면 배우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내가 이 나이에 이걸 배워서 뭐 하나 싶은 생각이 먼저 드네요.

 

특히 요즘은 뭐든 바뀌는 속도가 참 빠른 것 같습니다. 휴대폰 하나만 해도 예전에는 전화하고 문자 보내는 정도만 알면 별 불편함이 없었는데 지금은 이것저것 기능도 많고, 뭘 하려고 하면 앱부터 설치해야 하는 경우도 많더군요. 처음 보는 화면이 나오면 어디를 눌러야 하는지 한참 들여다볼 때도 있습니다.

 

한두 번 헤매는 건 괜찮은데 같은 걸 몇 번씩 찾아보게 되면 슬슬 자신감이 떨어집니다. 예전 같으면 그냥 모르는 거라고 생각했을 일을 요즘은 나이를 먹어서 그런가 하는 쪽으로 생각하게 됩니다. 그게 별로 좋은 생각은 아닌 것 같은데 자꾸 그렇게 되네요.

 

누군가에게 물어보는 것도 예전보다 어렵습니다. 상대방은 별생각 없이 알려주는 것일 텐데 제가 한 번에 알아듣지 못하면 괜히 미안합니다. 다시 물어보기도 민망하고요. 설명을 듣다가 이해한 척 넘어간 적도 있습니다.

그러고 혼자 다시 해보면 또 모르겠고, 그럴 때는 내가 이것도 제대로 못하나 싶은 생각까지 듭니다. 사실 처음 접하는 건 누구나 모를 수 있는데 말입니다.

 

젊은 사람들이 능숙하게 하는 모습을 보면 더 그런 생각이 드는 것 같습니다. 저는 하나씩 읽어보고 조심해서 눌러보는데 옆에서는 별 고민도 없이 금방 해내는 걸 보면 비교하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비교가 됩니다.

 

그렇다고 새로운 걸 아예 배우지 않고 살고 싶지는 않습니다. 아직 궁금한 것도 있고 배워보고 싶은 것도 있습니다. 생활하면서 새로 익혀야 하는 것도 계속 생기고요. 그런데 시작하기도 전에 내가 할 수 있을까부터 걱정하는 제 모습이 요즘은 더 신경 쓰입니다.

 

가끔은 배우는 것 자체보다 남들 앞에서 서툰 모습을 보이는 게 싫은 건가 싶기도 합니다. 예전에는 제가 잘하는 것들이 분명히 있었고 누군가 저한테 물어보면 알려주는 입장이었던 때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제가 물어봐야 하는 일이 많아지니까 그 상황을 받아들이는 게 생각보다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별것 아닌 일인데도 몇 번 이런 일을 겪으면 새로운 걸 접했을 때 자신 있게 손부터 대기가 어렵습니다. 잘못 누르면 어떡하나, 괜히 일을 더 복잡하게 만드는 건 아닌가 싶어서 아예 익숙한 방법만 찾게 됩니다.

그러다 보면 또 걱정이 됩니다. 지금부터 어렵다고 피하기 시작하면 앞으로는 더 모르는 게 많아질 텐데, 그때마다 나이 때문에 그렇다고 생각하면서 포기하게 될까 봐요.

 

누가 저한테 늦었다고 말한 것도 아닙니다. 배우지 말라고 한 사람도 없고요. 결국 제가 제 나이를 먼저 의식하면서 스스로 한계를 만들어놓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그런데 그렇게 생각한다고 갑자기 자신감이 생기는 것도 아니네요.

 

이런 마음이 저만 드는 건지 궁금합니다. 나이가 들면서 새로운 걸 배울 때 괜히 주눅이 들거나 다른 사람보다 느린 게 신경 쓰였던 분들도 계신가요?

 

모르는 걸 편하게 물어보고 천천히 배우면 되는 건지, 아니면 자신감을 되찾기 위해서라도 일부러 새로운 걸 계속 해보는 게 좋은 건지 모르겠습니다. 다른 분들은 나이를 의식하게 되는 순간에 어떤 마음으로 시작하시는지 한번 들어보고 싶습니다.

댓글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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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피푸강아지똥
    상담교사
    답변수 1,188채택률 7%마음·정신건강, 스트레스·감정조절 전문
    새로운 배움을 앞두고 "이 나이에 배워서 뭐 하나", "남들보다 느리면 어쩌나" 하는 주눅과 망설임이 깊게 느껴집니다. 예전에는 다른 이들에게 지식을 전해 주던 익숙하고 능숙한 위치에 계셨기에, 배움의 주체가 되어 누군가에게 물어보고 서툰 모습을 보여야 하는 상황이 더욱 낯설고 받아들이기 어려우셨을 것입니다.
    
    지극히 자연스러운 심리적 변화
    나이가 들수록 새로운 도전을 주저하게 되는 것은 단순한 기억력의 문제라기보다 "서툰 나를 타인에게 노출하고 싶지 않은 마음"과 그동안 쌓아온 자존감이 상처받을까 봐 생기는 방어기제에 가깝습니다. 젊은 세대는 어릴 때부터 수많은 디지털 기기와 환경에 노출되어 직관적으로 반응하는 것일 뿐, 결코 질문자님이 인지적으로 못나거나 뒤처져서가 아닙니다. 낯선 환경에서 신중하게 하나씩 확인하며 누르는 모습은 '느린 것'이 아니라 '신중하고 정성스러운 태도'입니다.
    
    '한 번에 알아들어야 한다'는 중압감 내려놓기
    모르는 것을 물어볼 때 미안함이나 민망함을 느끼고 이해한 척 넘어가는 것은 결국 혼자 남았을 때 더 큰 자책으로 돌아옵니다. 누군가에게 물어볼 때는 "내가 나이가 들어서 못한다"가 아니라 "처음 접하는 분야라 익숙해지는 데 시간이 조금 걸린다"고 상황을 객관화해 보세요. 한 번에 모든 것을 이해하려 하기보다, 핵심적인 부분 한두 가지만 메모해 두거나 직접 눌러보는 과정을 거치면 부담이 훨씬 줄어듭니다.
    
    잘했던 경험과의 비교 멈추기
    과거에 내가 누군가를 가르쳐주던 모습과 현재 낯선 기술을 배우는 모습을 비교하면 자괴감이 들 수밖에 없습니다. 삶의 영역마다 숙련도가 다를 뿐입니다. 질문자님이 오랜 시간 축적해 온 깊은 경험과 지혜는 여전히 가치 있으며, 지금 배우려는 스마트폰 앱이나 새로운 기능은 단지 '살아가기 위한 유용한 도구 하나를 추가하는 것'에 불과합니다.
    
    작고 안전한 배움부터 시작하기
    자신감을 되찾겠다고 갑자기 거창하고 복잡한 것을 시도할 필요는 없습니다.
    
    아주 작은 성공 경험 쌓기: 배달 앱 주문하기, 모바일 티켓 발권하기 등 일상에서 바로 쓰이는 아주 작은 기능 하나씩을 정해 직접 실행해 보세요.
    
    실수에 대한 공포 줄이기: 휴대폰이나 프로그램은 몇 번 잘못 누른다고 해서 크게 고장 나지 않습니다. "잘못 눌러도 다시 돌아가면 된다"는 마음으로 가볍게 손을 대보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배움의 환경 바꾸기: 친숙한 가족이나 젊은 사람에게 매번 물어보는 것이 민망하다면, 지자체나 주민센터, 복지관 등에서 운영하는 디지털 배움터처럼 '천천히 배우는 것을 전제로 하는 환경'을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스스로 나이라는 한계를 설정하여 배움의 즐거움을 포기할 필요는 없습니다. 천천히 가더라도 나만의 속도로 하나씩 알아가는 과정 자체를 즐기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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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찌니
    상담교사
    답변수 4,025채택률 3%
    새로운 배움 앞에서 나이를 의식하고 주눅 드는 마음은 전혀 이상한 게 아니며, 비슷한 연배의 많은 분이 똑같이 겪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과정입니다.
    ​그동안 쌓아온 삶의 경험과 자존감이 있기에, 아쉬운 소리를 하거나 서툰 모습을 보이는 게 유독 어색하고 부담스러우실 수 있습니다. 젊은 사람들과의 속도 차이는 감각의 문제일 뿐 지능의 문제가 아니니, 스스로를 자책할 필요는 없습니다.
    ​남들의 빠른 손놀림과 비교하기보다 하나씩 천천히 익혀가는 과정 자체에 의의를 두세요.
    ​한 번에 큰 걸 이루려 하기보다 작은 기능 하나부터 스스로 해내며 자신감을 차근차근 되찾아가는 것이 좋습니다.
    ​모르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므로, 편안한 마음으로 물어보며 천천히 배워나가시면 됩니다.
    ​누구도 늦었다고 하지 않았듯, 스스로 만든 한계만 내려놓는다면 여전히 배움의 즐거움을 충분히 누리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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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니엄마
    사회복지사2급
    답변수 3,388채택률 4%
    작성자님, 새로운 것을 배우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멋진 일이라고 생각해요.
    
    저도 나이가 들어서 느긋한 학생이 되어 새로운 것을 배우고, 궁금한 게 생기면 일단 부딪혀보려고 합니다. 처음에는 서툴고 몇 번씩 물어볼 때도 있어요. 그런데 그게 부끄러운 일이더라고요. 못하는 게 아니라 처음 하는 거니까요.
    
    그리고 꼭 뭔가 대단한 결과가 손에 남아야 하는 것도 아닌 것 같아요. 배우다가 잘 안 되면 어때요. 새로운 것에 도전해봤다는 경험 자체가 내 안에 남으니까요.
    
    나이는 배움을 멈춰야 할 이유가 아니라, 오히려 지금까지 살아온 경험을 가지고 천천히 배워갈 수 있는 나이라고 생각해요.
    
    남들보다 빨리 하는 것보다 어제의 나보다 한 걸음 나아가는 것, 그것이면 충분하지 않을까요?
    
    망설여진다면 거창하게 시작하지 말고, 그냥 오늘 하나만 눌러보고 하나만 배워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