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는 제가 이렇게까지 다른 사람 눈치를 보는 편은 아니었던 것 같은데, 요즘은 사람을 만나고 돌아오면 괜히 제가 했던 말이나 행동을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그 자리에서는 별생각 없이 이야기해 놓고 집에 와서는 내가 괜한 말을 했나, 너무 나섰나 싶어서 혼자 되짚어볼 때가 많아요.
외모에 대한 자신감도 예전과는 많이 달라졌습니다. 거울을 볼 때마다 달라진 모습이 눈에 들어오고, 외출하려고 옷을 입어도 예전처럼 마음에 드는 느낌이 잘 안 들어요. 옷이 이상한 건지 제가 변해서 그런 건지 모르겠는데 이것저것 입었다 벗었다 하다가 결국 늘 입던 무난한 옷을 고르게 됩니다.
남들은 저를 그렇게 자세히 보고 있지도 않을 텐데 제가 먼저 제 모습을 의식하고 있는 것 같아요. 사람이 많은 곳에 가면 더 그래요. 주변에 단정하게 잘 꾸민 사람이 있으면 저도 모르게 제 머리나 옷차림부터 신경 쓰입니다. 괜히 초라해 보이는 건 아닐까 싶고요. 젊은 사람들 사이에 있을 때는 행동 하나도 조심스러워질 때가 있어요. 제가 뭔가 잘 몰라서 어설프게 행동하면 나이 든 사람이 이것도 모른다고 생각할까 봐 모르는 게 있어도 바로 묻기가 망설여집니다.
말할 때도 비슷해졌어요. 여러 사람이 같이 이야기하고 있으면 예전에는 제 생각을 편하게 말했는데 요즘은 한 번 더 생각하게 됩니다. 괜히 시대에 뒤떨어진 이야기를 하는 건 아닌가, 사람들이 속으로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을까 싶은 거죠.
그래서 그냥 듣고만 있을 때도 많아요. 그런데 그렇게 자리를 마치고 돌아오면 이번에는 또 왜 나는 제대로 말도 못 하고 가만히 있었나 싶습니다. 말을 해도 신경 쓰이고 말을 안 해도 신경 쓰이니 저도 제 마음을 모르겠어요.
누가 저한테 직접적으로 나이 들었다거나 촌스럽다는 말을 한 것도 아닙니다. 주변 사람들이 저를 무시한다는 확실한 일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요. 오히려 제가 제 나이를 먼저 의식하면서 스스로 작아지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사소한 일에서도 그런 게 느껴집니다. 처음 가는 곳에서 뭔가를 물어봐야 할 때도 괜히 머뭇거리게 되고, 새로운 것을 배울 때도 다른 사람보다 늦게 알아들으면 어쩌나 걱정부터 해요. 한번 설명을 듣고 이해가 안 되면 다시 물어보면 되는 건데 그것조차 눈치가 보일 때가 있습니다.
나이가 들면 오히려 남 눈치도 덜 보고 마음이 편해질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살아온 세월이 있으니 웬만한 일에는 흔들리지 않을 줄 알았어요. 그런데 저는 반대로 가는 것 같네요. 예전보다 다른 사람이 저를 어떻게 볼지를 더 생각하고, 별것 아닌 일에도 혼자 민망해할 때가 많아졌습니다.
그렇다고 무조건 젊어 보이고 싶은 마음하고는 조금 다른 것 같아요. 세월이 지나면서 모습이 달라지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문제는 외모 하나가 아니라 제 말이나 행동까지 점점 자신 없어지는 느낌이 든다는 거예요.
어떤 자리에서는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그냥 삼키게 되고, 새로운 일을 해보고 싶다가도 제가 잘할 수 있을까부터 생각합니다. 그러다 보면 결국 익숙한 사람만 만나고 익숙한 것만 하게 되는 건 아닐까 하는 걱정도 생겨요.
스스로 편하게 생각하면 될 일인데 그게 마음대로 되지는 않네요. 다른 사람들은 제가 생각하는 것만큼 저한테 관심이 없다는 것도 머리로는 압니다. 그런데 막상 사람들 사이에 들어가면 또 눈치를 보고 있는 저를 발견해요.
저와 비슷하게 나이가 들면서 오히려 외모나 말투, 행동에 자신감이 줄어든 분들도 계신가요?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는 건지, 아니면 일부러라도 사람들 사이에서 눈치를 덜 보려고 노력해야 하는 건지 궁금합니다. 다른 분들은 나이가 들면서 달라지는 자기 모습을 어떤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계신지도 듣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