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떤 사람이 되어가고 있을까

"우리는 우리가 가장하는 존재가 된다. 

그러니 무엇을 가장할지 조심해야 한다."
— 커트 보니것, 『마더 나이트』

 

“나는 원래 이런 사람이 아니야.”
살다 보면 속으로 이런 말을 꺼내게 되는 순간이 있어요. 회사에서는 무심한 척하지만 사실은 누구보다 예민하고, 사람들 앞에서는 괜찮은 척하지만 집에 돌아오면 한없이 지치기도 하죠. 우리는 상황에 맞춰 여러 역할을 연기하며 살아가요. 그런데 커트 보니것은 그 ‘연기’가 결코 가볍지 않다고 말해요. 오래 반복한 연기는 결국 나를 만들어버릴 수 있기 때문이에요.

 

이 문장은 보니것의 소설 『마더 나이트』에 담긴 이야기의 핵심이기도 해요. 소설 속 주인공은 2차 세계대전 중 나치 선전가로 활동하는 인물입니다. 실제로는 비밀 임무를 수행하고 있었다고 해도, 세상 사람들에게 그가 보여준 모습은 증오를 퍼뜨리는 선전가였어요. 그가 어떤 내면과 의도를 가졌는지와 별개로, 반복해서 선택한 말과 행동은 타인에게 실제 결과를 남겼죠. 보니것은 바로 그 불편한 지점에서 질문을 던져요. ‘진짜 나는 마음속에 있는가, 아니면 내가 계속해서 세상에 보여주는 행동 속에 있는가?’

 

이 명언이 서늘하게 다가오는 이유는 우리가 거창한 악역을 연기해서가 아니에요. 오히려 일상 속 작은 역할들 때문이에요. “난 원래 연락을 잘 안 해”라고 말하며 소중한 사람의 안부를 미루고, “나는 운이 없는 사람이야”라고 되뇌며 새로운 기회를 피하고, “어차피 안 될 거야”라는 말을 습관처럼 꺼내는 일들 말이에요. 처음에는 나를 보호하기 위한 말이었을 수 있어요. 실망하지 않기 위해, 상처받지 않기 위해, 기대를 낮추기 위해 만든 태도였을지도 모르죠.

 

하지만 그 말을 반복할수록 우리는 정말로 연락하지 않는 사람이 되고, 기회를 피하는 사람이 되고, 시작하기도 전에 포기하는 사람이 될 수 있어요. 내가 믿는 모습대로 행동하기보다, 내가 자주 행동한 모습대로 자신을 믿게 되기 때문이에요.

 

반대로 생각하면 이 명언은 꽤 희망적이기도 해요. 아직 그런 사람이 아니어도, 조금씩 그 사람처럼 행동해볼 수 있다는 뜻이니까요. 자신감이 완벽하게 생길 때까지 기다리기보다 자신감 있는 사람처럼 한 번 손을 들어보고, 다정한 사람이 되겠다고 다짐하기보다 먼저 안부를 묻는 메시지 하나를 보내보는 거예요. 처음에는 어색한 ‘가장함’처럼 느껴질 수 있어요. 하지만 그 작은 행동이 쌓이면, 언젠가 그것은 더 이상 연기가 아니라 내 삶의 태도가 될지도 몰라요.

 

오늘은 스스로에게 한번 물어보면 좋겠어요.


나는 요즘 어떤 사람인 척하며 살고 있을까요? 그리고 그 모습이 정말 내가 되고 싶은 모습일까요?

완벽한 사람이 되려고 애쓸 필요는 없어요. 다만 내가 바라는 방향을 향해, 아주 작은 행동 하나를 선택해보면 돼요. 우리는 단번에 바뀌지는 않지만, 반복하는 모습만큼은 분명히 닮아가니까요.

 

참고로 저는 요즘 제 별병에 스님을 붙여서 평안한 마음을 가지려고 노력중이에요.ㅎㅎ 육아가 사람을 악마로 만드는거같네요

 

 

댓글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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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날
    본연의 모습을 찾는것도 중요하겠네요..
    나의 모습이 어떤지 관심있게 들여다 봐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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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케이스
    가진게 많고 할 줄 아는게 많지 않아 항상 무언가를 가장하는게 아닐까 해요.그 중에 나은걸 골라야 하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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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니엄마
    삶에서 어떤 모습을 연기해도 괜찮아요. 하지만 그 ‘연기’가 나의 진짜 모습이 되지 않도록 조금씩 내 마음과 행동을 조화롭게 만들어가면 좋겠어요. 육아가 힘들어도 스스로 평안함을 찾으려는 노력, 정말 멋집니다. 계속 응원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