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쏜살같이 달려나간다.
하루를 소중히 여기지 않으면
어느새 젊음은 저만치 달아나있다.
시간에 관한 글을 읽을 때면 이상하게 마음 한구석이 서늘해질 때가 있습니다. 분명 오늘도 어제와 크게 다르지 않은 하루를 보내고 있는데, 어느 순간 뒤를 돌아보면 몇 달이 지나 있고 계절이 바뀌어 있습니다. 새해가 시작된 것이 엊그제 같은데 달력에는 어느새 여러 장의 흔적이 남아 있고, 언젠가 해야지 생각했던 일은 여전히 마음 한편에 그대로 놓여 있습니다. 그래서 시간은 늘 충분한 것처럼 느껴지면서도 막상 지나고 나면 너무나 부족했던 것처럼 느껴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는 시간이 흐르고 있다는 사실보다, 흘러간 시간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는 사실 앞에서 뒤늦게 마음이 먹먹해지곤 합니다.
우리는 시간을 잃어버릴 때 대개 아주 거창한 방식으로 잃어버리지 않습니다. 아무 의미 없이 흘려보낸 몇 분, 피곤하다는 이유로 미뤄둔 하루, 아직 때가 아니라며 뒤로 미룬 작은 결심들이 하나둘 모여 어느새 몇 달과 몇 년이 됩니다. 하고 싶은 일이 있어도 조금 더 준비된 다음에 시작하려 하고,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어도 다음에 연락하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배우고 싶었던 것이 있어도 지금 시작하기에는 늦은 것 같아 망설이고, 가보고 싶었던 곳 역시 언젠가는 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며 마음속 목록에만 남겨둡니다. 시간의 가장 무서운 점은 기다려주지 않는다는 사실보다, 지나가는 순간에는 그것이 얼마나 귀한 시간인지 잘 느끼지 못한다는 데 있습니다.
그렇다고 하루하루를 무언가 대단한 일로 채워야 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시간을 소중히 여기라는 말을 들으면 오히려 부담부터 느끼는 분들도 있습니다. 아침부터 부지런히 움직여야 할 것 같고, 하루에 하나씩 성과를 만들어야 할 것 같으며, 쉬는 시간조차 낭비처럼 느껴집니다. 하지만 삶을 아낀다는 것은 모든 시간을 생산적으로 사용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이야기입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편안하게 쉬었던 오후도 필요했고,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천천히 걸었던 시간도 삶의 일부입니다.
소중한 사람과 별것 아닌 이야기를 나누며 웃었던 순간이나 따뜻한 밥 한 끼를 천천히 먹었던 시간 역시 결코 낭비가 아닙니다. 잘 쉬는 시간까지 아까워하기 시작하면 우리는 시간을 소중히 쓰는 것이 아니라 시간에 쫓기며 살아가게 됩니다.
오히려 우리가 조심해야 할 것은 자신이 정말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습관적으로 흘려보내는 시간일지 모릅니다. 쉬고 싶어서 쉬는 것과 해야 할 일을 두려워 계속 미루는 것은 겉으로는 비슷해 보여도 마음에 남는 감정은 전혀 다릅니다.
충분히 쉬고 난 뒤에는 마음에 여유가 생기지만, 두려움 때문에 미룬 뒤에는 작은 후회가 남습니다. 그 후회가 반복되면 어느 순간 우리는 시간이 부족했다고 말하게 됩니다. 사실 시간이 없었던 것이 아니라 시작하기 좋은 완벽한 순간을 너무 오래 기다렸던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완벽한 때를 기다리다가 오늘을 보내는 것보다, 조금 부족하더라도 오늘 시작하는 편이 삶에는 더 많은 것을 남겨줍니다.
시간은 강물과도 닮았습니다. 손을 담그고 있는 동안에는 물이 얼마나 빠르게 흐르는지 잘 느끼지 못하지만 잠시 고개를 들었다 다시 바라보면 조금 전 손끝을 스쳤던 물은 이미 아주 멀리 흘러가 있습니다. 그렇다고 흘러간 물을 붙잡으려고 강을 거슬러 올라갈 수는 없습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지금 손끝을 지나고 있는 물의 온도를 느끼는 것뿐입니다. 삶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어제 하지 못했던 일을 붙잡고 자책한다고 어제가 돌아오지는 않으며, 아직 오지 않은 내일을 걱정한다고 오늘이 길어지는 것도 아닙니다. 결국 우리가 실제로 살아갈 수 있는 시간은 지나간 어제도, 아직 오지 않은 내일도 아닌 바로 오늘뿐입니다.
나무도 계절을 건너뛰며 자라지 않습니다. 겨울이 지나야 봄의 새순이 돋고, 작은 잎은 햇빛과 비를 여러 번 지나며 조금씩 넓어집니다. 어느 날 갑자기 커다란 나무가 되는 것이 아니라 눈에 잘 보이지 않는 하루하루의 변화가 쌓여 한 계절을 만들고, 그 계절들이 모여 나이테가 됩니다.
사람의 삶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오늘 읽은 몇 페이지, 오늘 걸었던 짧은 거리, 오늘 건넨 따뜻한 한마디, 오늘 용기를 내어 시작한 작은 행동 하나가 당장 인생을 바꾸지는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런 하루가 쌓이면 어느 순간 자신도 알아채지 못했던 방향으로 삶이 조금씩 달라져 있습니다. 인생을 바꾸는 것은 특별한 하루 한 번이 아니라 평범한 오늘을 어떻게 살아냈는지가 차곡차곡 쌓인 결과일 때가 많습니다.
건물을 세울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무리 높고 아름다운 건물이라도 처음에는 벽돌 한 장에서 시작합니다. 첫날부터 완성된 모습을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첫 벽돌을 놓지 않는다면 아무것도 세워지지 않습니다. 우리의 계획도 그렇습니다.
운동을 시작하려면 완벽한 계획부터 만들어야 할 것 같고, 공부를 시작하려면 충분한 시간이 확보되어야 할 것 같으며, 새로운 도전을 하려면 실패하지 않을 자신감부터 생겨야 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자신감은 시작하기 전에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시작한 뒤에 조금씩 생겨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첫걸음은 준비가 모두 끝난 뒤 내딛는 걸음이 아니라, 아직 조금 두렵고 서툰 상태에서 내딛는 걸음일 때가 많습니다.
젊음이라는 말도 꼭 특정한 나이만을 의미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무엇인가 시작할 수 있다고 믿는 마음, 새로운 것을 궁금해하는 마음, 어제와 조금 다른 오늘을 만들어보고 싶어 하는 마음 역시 삶의 젊음입니다. 그래서 지나간 시간을 바라보며 너무 늦었다고 생각할 필요는 없습니다.
열아홉의 오늘도 다시 오지 않지만 마흔의 오늘도, 예순의 오늘도 다시 오지 않습니다. 어느 나이에 있든 지금 이 순간은 앞으로 살아갈 날 가운데 가장 앞에 놓인 시간입니다. 지나간 젊음을 아쉬워하느라 지금 자신에게 남아 있는 소중한 시간을 또다시 흘려보낼 필요는 없습니다.
물론 누구에게나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날이 있습니다. 계획대로 되지 않는 날도 있고, 애써 노력했는데 결과가 따라주지 않는 때도 있습니다. 그런 하루까지 실패한 날이라고 부르지 않았으면 합니다. 인생은 매일 앞으로 달려가기만 하는 경주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때로는 멈추어 숨을 고르는 시간도 필요하고, 방향을 잃었다면 잠시 주변을 살펴보는 시간도 필요합니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많은 일을 했느냐보다 오늘이라는 시간을 자신도 모르게 흘려보내고 있는지, 아니면 자신의 선택으로 살아내고 있는지 돌아보는 일입니다.
그러니 오늘부터 거창한 결심을 세우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미뤄두었던 책을 딱 두 페이지만 읽어도 좋고, 보고 싶었던 사람에게 짧은 안부를 전해도 좋습니다. 계속 시작하지 못했던 일이 있다면 십 분만 해보셔도 됩니다.
창밖을 바라보며 따뜻한 차 한 잔을 천천히 마시는 것도 좋습니다. 오늘 하루 가운데 단 십 분이라도 내가 정말 원해서 선택한 시간을 만들어보십시오. 작은 십 분이 하루를 바꾸고, 그렇게 달라진 하루들이 모여 결국 한 사람의 삶을 만들어갑니다.
시간을 붙잡을 수 있는 사람은 없습니다. 아무리 소중히 여겨도 오늘은 결국 지나갑니다. 그러나 지나가는 오늘에 어떤 마음을 담을지는 선택할 수 있습니다. 완벽하게 살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남들보다 빠르게 가지 않아도 되고, 매일 눈에 보이는 성과를 만들 필요도 없습니다.
다만 언젠가 해야지라는 말 속에 자신의 마음을 너무 오래 가두지는 않았으면 합니다. 시간을 소중히 여긴다는 것은 매 순간 최선을 다해 바쁘게 사는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중요한 것을 계속 다음으로 미루지 않는 일인지도 모릅니다.
오늘은 다시 돌아오지 않지만, 바로 그렇기 때문에 오늘은 충분히 귀합니다.
아직 하지 못한 것이 많다고 해서 늦은 것이 아닙니다. 지금 마음속에 떠오르는 아주 작은 일 하나부터 시작해 보세요. 삶은 어느 특별한 날 갑자기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평범해 보이는 오늘들이 모여 만들어집니다. 시간이 쏜살같이 달려가더라도 괜찮습니다. 그 시간을 붙잡으려고 애쓰기보다, 지나가는 순간마다 자신의 마음을 조금 더 선명하게 담아 살아가면 됩니다.
그렇게 하루를 하나씩 살아낸다면 훗날 뒤를 돌아보았을 때 모든 순간이 완벽하지는 않았더라도 적어도 이렇게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참 빠르게 흘러간 시간이었지만, 그 안에서 나는 내 삶을 놓치지 않았다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