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몸을 번아웃 시켜 재만 남기는 성냥 같은 삶은 이제 그만두려고 해요.

원래 저는 완벽주의와는 거리가 먼 사람이었어요. 매사에 적당히 여유를 부릴 줄도 알았고, 참 둥글둥글하게 살아가는 편이었거든요.

 

하지만 나이가 들고 하나둘 짊어져야 할 사회적 책임감이 늘어나면서 저도 모르게 마음이 조급해졌나 봐요. '모든 일을 완벽하게 해내야만 한다'는 강박이 마음속에 싹트기 시작했어요. 타고난 본래 성격과 맞지 않는 옷을 억지로 껴입은 채, 제 몸과 정신을 야금야금 갉아먹으며 정말 악착같이 일을 했답니다.

 

그렇게 무리해서 달린 지 두 달쯤 지났을 때, 결국 올 것이 오고야 말았어요. 머릿속에 퓨즈가 툭 끊어진 것처럼 아무것도 하기 싫고, 손가락 하나 까딱할 힘도 없는 깊은 무기력감이 찾아왔거든요. 그렇게 한 달 동안을 멍하니 겨우 지탱하다가, 조금 살아나면 또다시 스스로를 쥐어짜며 두 달을 달렸고, 여지없이 또 무너져 내렸어요.

 

처음에는 그저 '요즘 잠이 좀 부족해서 잠깐 쉬고 싶은 건가' 하고 가볍게 넘겼어요. 하지만 그 지옥 같은 반복 속에서 비로소 깨달았죠. 그건 단순한 육체 피로가 아니라 마음이 다 타버려서 더이상 탈 것이 없는 번아웃이라는것을요.

 

그렇게 몇번의 마음을 다 태우는 경험을 하고는 제 본래의 성격을 인정하고 한 걸음 물러서기로 마음먹었답니다.

 

모든 일에 100%의 완벽을 기하려 애쓰지 않기로 했어요. 정말 중요한 일이 아니라면 힘을 조금 빼고, 딱 필요한 만큼만 해내자는 마음으로 스스로를 편하게 놓아주기 시작했죠. 조금 빈틈이 있어도 세상은 무너지지 않더라고요. 그리고 완벽히 하려고 했던 때와 비교해도 결과는 크게 차이나지 않았어요.

 

요즘은 순식간에 빛을 내고 다 타버리는 성냥보다는 어둠 속에서 은은하고 온기 있게 주변을 채우는 따뜻한 양초 같은 마음으로 살아가고 싶어요. 조급하게 타들어 가기보다, 나만의 속도로 오래오래 빛을 내는 은은한 조명처럼 그렇게 제 자신을 아끼며 걸어가 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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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번아웃을 주제로 9.8천명이 이야기 중

댓글5
  • 익명5
    완벽주의랑 안 맞는데 억지로 완벽하게 하려다 보니 마음의 퓨즈가 끊어지고 번아웃이 계속 반복됐던 거였네요. 두 달 달리고 한 달 쓰러지는 악순환이 얼마나 힘들었을지 느껴집니다. 성냥처럼 확 타오르고 꺼지는 것보다 양초처럼 은은하게 자기 속도대로 가는 게 결국 제일 오래 버티는 길인 것 같습니다. 앞으로는 스스로 너무 달달 볶지 마시고 편하게 가셨으면 좋겠네요.
  • 익명4
    완벽주의 성향이 아니라도 일을 하다보면 대충할 수가 없더라구요..
    좀더 나은 결과를 알고 있다보니 자연스럽게 욕심을 내게 되고, 그러다보면 너무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어서
    점점 더 몰입하게 되는거 같아요..
    
    회사는 참 이상하게도 좀 부족하다고 
    무너지거나
    나의 빈자리가 있어도 잘 돌아가더라구요
    
    특히 나만의 속도로 천천히 빛을 발한다는 문구가 인상적이예요..
    저도 제자신을 어떻게 바라봐야할지 고민을 하게 되네요
    좋은글 감사해요
  • 익명3
    말씀하신 부분에 너무 많은 공감이 가네요. 저도 똑같은 상황 겪다가 많은 걸 내려 놓았는데 그렇게 해도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더라고요. 중요한 건 자신을 챙기는 거예요.
  • 익명2
    
    글을 읽는데 제 지난 시간들이 겹쳐 보여서 공감하며 읽었어요. 저 역시 일이며 집안일이며 모든 걸 완벽하게 해내려다 심한 번아웃이 와서, 매일 아침 눈뜨는 게 고통스럽고 퇴사 직전까지 갔던 경험이 있거든요. 그때는 모든 걸 백 점으로 해내야만 쓸모 있는 사람인 것 같아서 제 자신을 끝없이 쥐어짜기만 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쓰니님이 "완벽하지 않아도 세상은 무너지지 않는다"는 걸 깨닫고, 타오르는 성냥 대신 은은한 양초 같은 마음으로 살아가겠다고 하신 다짐이 참 깊이 와닿았구요, 멋지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 익명1
    공감해요. 모든일에 완벽해야한다는 생각을 버리는 것이 번아웃에 도움이 되더라구요. 은은하게 타는 양초 같은 마음이라는 표현이 참 와닿습니다. 저도 그런 마음으로 번아웃을 이겨내봐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