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간의 백수 생활을 끝내고 다시 재취업에 성공했을때
나라는 존재에 대한 뿌듯함
그리고 아직 내가 이사회에 쓰임이 있다는 자부심...
그렇게 나는 다시 직장 생활을 시작했다..
새로운 곳의 일은 20여년을 해오던 일과는 전혀 다른 업종이였고,
분명 사용했던 기종이였는데 컴퓨터마저 버벅대고 자료를 날리기 일쑤..였다..
아무리 밤을 새워도 20-30대의 속도를 따라 잡을 수가 없었고
젊은 직원들은 예전보다 어찌보면 담백하고 스마트해서 부럽기까지 했다...
나와는 20년 나이차이가 있고
나는 쉬었다 다시 시작해서 어쩔 수 없다고 위로를 했지만
늘 두통에 시달리고, 자신에게 멘붕인 상태를 마주해야 하는 괴로움이 매일이 지옥같았다..
아침부터 부서별 회의를 하고 종종거리다
퇴근시간이 되면 솜방망이처럼 축축 쳐져
늘 집에서는 시체처럼 누워만 있게 되고
아침이면 더 녹초가 돼서 다시 출근하길 반복했다..
그런날이 지속되면서 내자리가 아닌가? 이렇게 능력이 없었던가?
하는 자괴감에 포기하고 있을때
이회사에서 정말 필요한 건 지금의 내가 아닌데 왜 난 그들처럼 일을 하려고 메달리고 있었는지
정신이 번쩍 났다..
아무리 내가 발버둥 친다고 해도
전문가인 그들을 따라 잡을 수도 없고,
발상자체가 다른 그들의 방식을 바꿀 수 없었는데 말이다..
다음날 출근해서 전체적인 조율에 들어갔다
급여가 줄더라도 주2회 출근과
집에서 재택을 할 수있는 시스템을 만들고
컴으로 안되면 종이로 출력해서 일을 하기로 내부 조정을 거치면서 지독한 두통이 사라졌다.
물론 이것 또한 정착되기까지 1년여의 시간이 걸렸고
느닷없이 급한 일이 생기면 출근을 해야 하지만 그때처럼 깊은 상실감과 무기력함을
이겨낼수 있었고 처음에 가졌던 일에 대한 즐거움이 조금씩 생겼다..
돌이켜 생각해 보니
의욕만 앞서고 나의 상태를 제대로 들여다 보지 못한 일에서 모든 문제가 시작됐다
스스로 경험이 많고
예전과는 다르게 일을 할 거라고 여겼지만
막상 예전처럼 불도저처럼 나를 몰아 세워 최악의 상태로 나를 만든 결과였다..
지금은 새벽이면 산책도 하고, 시간을 내서 영화도 본다..
충분한 휴식의 시간을 갖다보니
테크닉은 떨어지더라도 좀더 안목있게 일을 할 수 있다..
마음처럼 몸이 따르지 않거나
과욕에 스스로 무너졌을때 마음의 짐을 조금만 내려놓는다면 충분히 회복 할 수 있을거라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