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퇴근을 하고 집에 가는 길에 뜻하지 않은 장소에서 그 날 휴가였던 직장 동료와 마주쳤어요.
뜻하지 않은 장소에서 마주친거라 저는 동료를 바로 알아보지 못했는데
동료는 멀리서도 저를 알아보고 반가워서 달려왔대요.
알고 보니 동료의 친정이 저희 집 근처라고 하더라고요.
매일 보는 사이인데도 이렇게 보니 또 반가워서 잠시 이야기를 나누고 헤어졌죠.
다음 날 회사에서 만나 어제 마주친 이야기를 나누는데 동료가 이렇게 말하더라고요.
회사에서는 제가 늘 밝고 에너지가 넘치는 사람인데
밖에서 보니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 기운이 하나도 없는 모습으로 터덜터덜 걸어가는 사람이 보였는데
평소 회사에서 보는 모습과 너무 달라서 동료도 처음에는 저인 줄 몰라봤고 놀랐다고 말하더라고요.
사실, 저 정말 힘들어 죽겠어요.
정말 힘들고 괴로워서 울고 싶은데, 눈물을 흘릴 의욕조차 남아있지 않은 것 같아요.
이런 활동도 이제 그만 하고 싶은데
저와 비슷한 분들의 글을 읽으며 위로를 받기도 하고
제 이야기를 털어놓을 곳이 여기밖에 없기도 하고
글을 쓰는 것이 요즘 저의 유일한 탈출구이기도 해서 아직까지 남아있네요.
하지만 이 역시도 내가 놓으면 그만이라는 생각을 요즘 들어서 자주 하게 되네요.
회사에서 저는 잘 웃고 농담도 잘하고 의욕적인 사람이에요. 아니 최소한 그런 사람처럼 보여요.
그러니 그날 저를 본 동료도 많이 놀란 것이겠지요.
저는 제가 밖에서 그러고 다니는 줄 몰랐거든요.
그런데 그 날 동료의 말을 듣고 나니, 어쩌면 퇴근길 저의 모습이 진짜 제 모습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요즘 제 일상은 온통 '해야 한다' 라는 말로 가득 찬 것 같아요.
일어나야 한다.
출근해야 한다.
일해야 한다.
청소해야 한다.
밥도 해야 한다.
가족을 챙겨야 한다.
해야 할 일은 끝이 없는데 무엇 하나도 제대로 시작하기가 힘드네요.
예전에는 푹 자고 나면, 친구들을 만나서 실컷 놀고 나면, 노래방에서 고래고래 소리라도 지르고 나면
기분도 좋아지고 무언가를 다시 시작할 에너지가 채워졌던 것 같거든요.
그래서 퇴근이 기다려졌고 주말이 기대되었죠.
그런데 지금은 아무리 쉬어도 쉬는 것 같지 않아요.
좋아하던 취미 생활도 귀찮고 사람을 만나는 것도 버거워요.
몸이 피곤한 것도 크지만 아무리 해도 마음의 배터리가 전혀 채워지지 않는 느낌이에요.
밤에 잠자리에 들 때면 주말인데도 아침이 오는 게 무서워요.
잠든 상태로 영원히 시간이 멈춰 버렸으면 좋겠다는 생각까지 듭니다.
그리고 가장 걱정이 되는 것은 내가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아무 것도 하지 못하고 방치하고 있다는 점이에요. 심지어 이런 상태에 점점 익숙해지면서요.
이제는 과거 주말에 내가 뭘 하면서 어떻게 즐거웠는지도 잘 기억나지 않아요.
그저 매 순간 쫓기듯이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면서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만 기억이 납니다.
심지어 잠을 자는 순간에도요.
다들 이렇게 살고 있다고 스스로를 달래며 버티고 있지만 얼만큼 더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모든 것이 다 귀찮기만 한데 그 중에 어느 하나도 놓지 못하고,
그러면서도 뭐 하나 제대로 하지 못하는 제 자신이 너무 한심하게 느껴져요.
그래서 또 괴롭고요.
제가 어떤 상황인가요?
그리고 어떻게 하면 이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는지, 그리고 제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지지 않을 수 있는지도 궁금합니다.
소중한 답변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