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미워요.

얼마 전에 엄마와 또 크게 다투고 말았습니다.

저희 부모님은 이제 연세가 많이 드셨습니다. 

나이가 들면 많은 분들이 흔히 그렇듯이 저희 부모님 또한 예전에는 하지 않던 행동을 하시기도 합니다.

저는 부모님이 예전과 다른 행동을 보이시더라도 대부분은 자연스럽게 넘기는 편이지만

그 날만큼은 참지 못하고 분노를 터뜨리고 말았습니다.

 

그 날은 제가 엄마와 안방에서 TV를 보고 있었을 때였습니다.

화장실에 다녀오신 엄마의 걸음걸이가 좀 불편해 보이길래 왜 그렇게 걷냐고 여쭈었죠,

그랬더니 엄마는 뭐가 났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사타구니에 난거야? 원래 사타구니가 마찰이 있는 곳이라 낭종이 잘 생겨" 라고 말했더니

갑자기 엄마가 화를 내시더라고요.

아빠도 있는데 그런 민망한 이야기를 아무렇지도 않게 한다고요.

그 때 아빠는 다른 방에 계셨고 제 목소리가 크지도 않았는데 말이죠.

그러면서 엄마는 흥분해서 저에게 해서는 안될 말을 쏟아내셨습니다.

 

음..무슨 말을 하셨는지를 이 글에 쓸지 오래 고민했고

썼다 지웠다 수십 번 반복했는데 솔직히 글로 옮기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

너무 너무 아프고 상처가 되는 말이었거든요.

예전에 제가 잘못된 것에 대한 문제 제기를 했는데

갑자기 그 일을 꺼내며 성적으로 왜곡하고 저를 이상한 사람으로 몰아갔다는 정도로만 말씀드릴께요.

엄마와 크게 싸운 뒤 결국 늦은 밤 저는 저의 집으로 돌아왔고 아직까지 연락을 하지 않고 지내는 중입니다.

 

저는 엄마의 발언도 상처를 받았지만 직후에 엄마가 보인 태도가 너무 실망스러웠습니다.

저희 엄마는 절대로 미안하다는 말을 하지 않는 사람입니다.

그 날도 분명 엄마가 잘못했고 엄마도 분명 자신이 실언을 했다는 사실을 아실겁니다.

그러면 미안하다, 내가 실수했어. 라고 하면 끝날 일인데 끝까지 사과의 말을 하지 않고 저를 노려보시더군요.

솔직히 진짜 엄마가 미쳤는 줄 알았습니다.

그리고 저도 미칠 것 같았고요.

 

저는 주변 사람들이 모두 아는 '효녀' 입니다.

제 주변 사람들은 자신의 딸이 저를 닮았으면 좋겠다고 말합니다.

저는 엄마도 인정하는 '거저 키운 자식'이거든요.

어릴 때부터 말썽 한 번 피운 적 없고, 공부도 적당히 잘 했고, 

대학 때는 장학금도 턱턱 타오고, 아르바이트도 한 번도 쉰 적이 없어서 용돈 한번 타 쓴 적이 없습니다.

졸업과 동시에 취직도 곧바로 했고, 집에 빚도 제가 갚았어요.

부모님과의 갈등의 골이 깊었던 시절도 분명히 있었지만

지금은 그 세월을 모두 잊기로 하고 수시로 부모님 집에 들러서 필요한 것을 챙겨드리고 맛있는 것도 사드립니다.

좋은 것을 보고 맛있는 것을 먹으면 제일 먼저 생각나는 사람이 저에게는 부모님입니다.

 

저는 오랜 시간을 왕복 4시간 장거리 출퇴근을 하면서 살았습니다.

회사 근처로 옮길 수도 있었지만 그렇게 하지 못한 이유는 부모님 때문이었어요.

저에게는 오빠가 하나 있는데, 아주 오랜 시간을 아주 먼 곳에서 살면서 단 한번도 집에 오지 않았거든요.

그 마음이 어떨지 가늠조차 되지 않았지만 저까지도 나가겠다고 말할 수가 없어서 힘든 출퇴근을 꾹꾹 참고 버텼습니다.

그러다가 집을 나가게 된 것도 엄마가 저에게 화를 내면서 "다 필요 없으니까 나가"라고 했기 때문이에요.

다음 날 회사 근처 부동산에 들러 바로 계약을 하고 2주 만에 집을 나왔습니다. 

그 때도 엄마는 저를 원망하셨는데, 나중에 이야기를 하다 보니 엄마는 그 때 자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 기억도 못하시더군요.

 

집은 나온 뒤로는 관계가 많이 개선되었지만 

엄마의 생각 없는 말들에 정말 숱하게 많은 상처를 받았어요.

가벼운 것 몇 가지만 이야기를 하자면

저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하는 도중에 엄마가 

"첫째나 말하고 걷는 게 신기하지 둘째가 그러는게 뭐가 신기하니?"라고 한다거나

"나는 너보다 오빠가 더 좋았어" 라고 말하기도 하고

제가 오랜 기간 장거리 출퇴근을 한 것에 대해서도 "네가 선택한 거잖아" 하고 말하기도 했어요.

제가 일이 너무 많아져서 코피를 쏟고 감기가 한 달 넘게 떨어지지 않아도 단 한번도 걱정하는 말을 들은 적이 없어요.

저는 늘 아빠, 오빠, 심지어 엄마와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늦둥이 여동생(저에게는 이모) 보다도 늘 후 순위였죠.

엄마는 늘 "너는 알아서 잘 하니까" "너까지 나한테 기대면 나는 어떻게 해?" 라는 말로 저를 밀어내곤 했습니다.

 

나보다 부모님을 먼저 생각하며 사는 것이 맞는 것인지에 대해서도 오래 고민했었어요.

그리고 의식적으로 좀 '이기적으로' 살아보려고 노력한 적도 있었고요.

그런데 저에게는 그것이 훨씬 더 힘든 일이였어요.

그리고 무엇보다 부모님이 돌아가셨을 때 울면서 '그 때 좀 더 잘해드릴걸' 이라며 후회하고 싶지 않거든요.

그냥 내 천성이 이렇고, 내 팔자가 이런가 보다 하면서 헤헤 웃고 넘기지만

가끔 이런 일이 생길 때면 마음이 무너집니다.

엄마의 말처럼 이렇게 살기로 한 건 전적으로 저의 선택이기 때문에

'내가 엄마한테 어떻게 했는데!' 라며 지난 시간을 일일이 계산하고 싶지도 않아요. 

그런데 왜 이렇게 마음이 아프고, 솔직히 죽고 싶은지 모르겠습니다.

지금은 시간이 조금 지나서 안정이 되었지만

새벽에 집으로 돌아온 그 날은 내가 나 자신에게 무슨 짓을 할지 몰라서 

수면제를 털어먹고 다음 날 늦게까지 일어나지 않았거든요.

 

엄마가 미운 것인지, 인정받고 싶은 것인지,

아니면 그냥 단 한번만이라도 미안하다는 말을 듣고 싶은 것인지

저도 제 마음을 잘 모르겠습니다.

제 마음은 무엇일까요? 그리고 저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1
0
댓글10
  • 프로필 이미지
    해피푸강아지똥
    상담교사
    답변수 543채택률 6%마음·정신건강, 스트레스·감정조절 전문
    사연자님, 늦은 밤 수면제를 삼키며 스스로를 지켜내야 했던 그 새벽이 얼마나 처절하고 외로웠을지 글을 읽는 내내 마음이 내려앉았습니다. 주변 모두가 부러워하는 '효녀', 스스로 알아서 잘하는 '거저 키운 자식'이라는 칭찬 뒤에, 사실은 부모님의 인정을 받기 위해 자신의 삶을 끝없이 양보하고 인내해온 사연자님의 고단한 뒷모습이 보입니다.
    
    지금 사연자님께서 느끼는 그 무너지는 마음은 사연자님이 잘못해서가 아니라, 그동안 단 한 번도 진심으로 존중받지 못했던 한 사람의 영혼이 보내는 마지막 비명입니다. 사연자님께서 궁금해하신 '내 마음이 무엇인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 조금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나누어 보고 싶습니다.
    
    1. 사연자님의 마음속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사연자님은 미운 것도, 인정받고 싶은 것도, 사과받고 싶은 것도 모두 맞습니다. 하지만 그보다 더 깊은 곳에는 '나라는 존재가 있는 그대로 소중히 여겨지고 싶다'는 아주 근원적인 소망이 있습니다.
    
    진실을 확인받고 싶은 마음: 엄마가 쏟아낸 왜곡된 말들은 사연자님의 정체성을 흔드는 폭력이었습니다. 사연자님은 '내가 그런 사람이 아님'을 엄마로부터 확인받고 싶어 합니다.
    
    보상받지 못한 공정함에 대한 갈망: 장거리 출퇴근, 가족의 빚 상환, 희생... 사연자님은 관계에서 '공정함'을 지키려 애써왔습니다. 하지만 엄마는 그 공정함을 무시하고 사연자님을 후순위로 밀어냈죠. 그 억울함이 분노로 치밀어 오르는 건 지극히 인간적인 반응입니다.
    
    연결되고 싶은 마음: '잘해드리고 후회하고 싶지 않다'는 사연자님의 천성은, 사실 부모님과 진짜로 '정서적 연결'을 하고 싶다는 강력한 사랑의 증거입니다. 그 사랑이 닿지 않을 때, 사연자님은 그 사랑을 준 자기 자신마저 부정당하는 기분을 느끼는 것입니다.
    
    2. 엄마의 사과를 기대하는 것이 왜 이리 힘든 걸까요?
    사연자님의 엄마는 사연자님의 희생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분입니다. 또한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면 자신의 세계가 무너진다고 느끼는 미숙한 자아를 가진 분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런 유형의 사람들에게 사과를 기대하는 것은, 마른나무에서 열매를 기다리는 것과 같습니다. 사연자님이 아무리 올바르게 행동하고 희생해도, 엄마가 사과하지 않는 이유는 엄마의 능력이 거기까지이기 때문입니다. 사연자님의 노력이 부족해서가 결코 아닙니다.
    
    3. 어떻게 해야 할까요? '효녀'라는 굴레에서 잠시 내려오세요
    지금 사연자님께 가장 필요한 것은 '부모님을 잘 모시는 것'이 아니라 '사연자님 자신을 잘 모시는 것'입니다.
    
    희생의 셈법을 바꾸세요: "후회하지 않으려고 잘해드린다"는 마음은 좋습니다. 하지만 그 '잘해드림'에 엄마의 '인정'이나 '사과'를 대가로 요구하지 마세요. 그것을 대가로 생각하는 순간, 엄마는 계속해서 사연자님을 상처 입힐 기회를 갖게 됩니다. 엄마에게 무언가를 할 때, 그것이 사연자님 자신의 마음을 편하게 하기 위한 '나를 위한 행동'임을 명확히 하세요.
    
    정서적 거리 두기 (심리적 울타리): 엄마의 모진 말은 이제 사연자님 가슴 속에 담지 마세요. 엄마가 무언가를 말할 때, 그것을 사연자님에 대한 평가가 아니라 "엄마라는 사람이 가진 한계가 또 튀어나오는구나"라고 관찰자의 입장에서 바라보세요.
    
    자신을 위한 구조 요청: 새벽에 수면제를 찾게 될 만큼 스스로를 해치고 싶어질 때는, 이미 혼자 감당할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선 것입니다. 엄마와의 관계에서 오는 고통은 너무나 깊고 뿌리 깊어, 혼자서는 빠져나오기 어렵습니다. 반드시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사연자님의 '거절할 수 있는 용기'와 '나를 보호하는 법'을 훈련하셨으면 합니다.
    
    사연자님, 사연자님은 지금까지 가족을 위해 자신의 인생을 참 많이도 양보하셨습니다. 이제는 사연자님의 삶이 부모님의 그림자에 가려지지 않도록, 사연자님 자신을 가장 귀한 손님으로 대접해 주세요.
    
    가끔은 불효자가 되어도 괜찮습니다. 가끔은 엄마의 말을 듣지 않아도 됩니다. 사연자님이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잠시 거리를 두는 것은 결코 나쁜 일이 아닙니다.
    
    죽고 싶을 만큼 힘들 때는 제발 나 자신에게 조금만 더 너그러워지세요. 사연자님은 지금까지 충분히, 정말로 넘치게 잘해오셨습니다. 이제는 그 효심의 화살을 사연자님 본인의 마음을 향해 돌려주세요.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채택된 답변

    정성스러운 답변 감사합니다. 마음에 잘 새겨두겠습니다

  • 프로필 이미지
    해피데이지
    청소년상담사
    답변수 1,131채택률 3%마음·정신건강, 스트레스·감정조절 전문
    질문자님의 글을 읽으며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질문자님은 엄마를 미워하는 사람이 아니라, 오랫동안 사랑받고 싶었던 사람이라는 것이었습니다.
    
    글을 보면 부모님을 위해 정말 많은 것을 해오셨습니다. 장거리 출퇴근을 감수하고, 집안의 빚을 갚고, 맛있는 것이 생기면 부모님부터 떠올리고, 부모님이 후회로 남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며 살아오셨습니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정작 질문자님이 가장 듣고 싶었던 말은 거창한 칭찬이 아니라 "고맙다", "미안하다", "수고했다"였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번 다툼이 더 크게 다가온 것 같습니다. 사타구니에 난 상처를 걱정하는 마음으로 건넨 말이 오히려 상처가 되어 돌아왔고, 무엇보다 그 이후에도 사과 한마디 듣지 못한 경험이 오랫동안 쌓여 있던 아픔을 한꺼번에 건드린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특히 글 속에서 마음이 아팠던 부분은 "엄마는 절대로 미안하다는 말을 하지 않는 사람입니다."라는 문장이었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거나 사과하는 것이 너무 어려운 성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것이 질문자님의 상처를 줄여주는 이유는 되지 않지만, 적어도 질문자님이 사랑받을 가치가 없어서 사과를 받지 못한 것은 아니라는 점은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또 "엄마가 미운 것인지, 인정받고 싶은 것인지 모르겠다."고 하셨는데, 저는 두 감정이 함께 있는 것 같았습니다.
    
    엄마가 밉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엄마에게 인정받고 싶습니다.
    그리고 단 한 번이라도 "내가 미안했다."는 말을 듣고 싶은 마음도 있습니다.
    
    이 세 가지는 서로 모순되는 감정이 아니라, 오랫동안 상처받은 자녀에게 충분히 함께 존재할 수 있는 마음입니다.
    
    다만 한 가지는 꼭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질문자님은 부모님께 최선을 다해왔지만, 부모님의 반응까지 책임질 수는 없습니다. 부모님을 아무리 잘 모셔도, 어떤 부모는 끝내 표현하지 못하고, 끝내 사과하지 못하기도 합니다. 그것은 질문자님의 부족함 때문이 아니라 부모님의 방식일 가능성이 큽니다.
    
    그리고 글 중에서 가장 걱정되었던 부분은 "죽고 싶었다.", "수면제를 털어먹고 잤다."는 내용입니다. 지금은 안정되셨다고 적어주셨지만, 그 정도까지 마음이 무너졌다는 것은 질문자님이 너무 오랫동안 혼자 견뎌왔다는 신호이기도 합니다.
    
    앞으로도 이런 마음이 반복되거나 다시 자신을 해치고 싶은 충동이 강하게 든다면, 혼자 참지 마시고 정신건강의학과나 상담센터에서 꼭 도움을 받으셨으면 합니다. 그것은 약한 것이 아니라, 너무 오래 혼자 버틴 사람에게 필요한 회복의 과정입니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를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질문자님은 평생 부모님의 사랑을 얻기 위해 정말 많이 애쓰셨습니다. 이제는 그 사랑을 얻기 위해 자신을 계속 희생하기보다, 질문자님 자신도 누군가에게 사랑받아야 할 사람이라는 사실을 조금씩 믿어주셨으면 합니다.
    
    효녀로 살아온 시간은 결코 헛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앞으로의 삶까지 '인정받기 위해' 살아갈 필요는 없습니다.
    
    부모님을 사랑하는 마음과, 나 자신을 지키는 마음은 함께 존재할 수 있습니다.
    
    이제는 부모님을 위한 삶만큼이나 질문자님 자신의 행복도 소중하게 여겨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럴 자격이 충분한 분이라는 것이 글 곳곳에서 느껴졌습니다.
    
  • 익명2
    사연자님의 마음을 모두 알수 없지만 조금은 이해가 갑니다
    부모님과의 갈등 저도 많았습니다
    서로 너무 미워하고 너무 속도 상해서 화도 낸적도 많았고 상처 많이 받았다고 생각 했는뎨  지금 돌아가신뒤에는 제가 상처 받았던것 보다 내가 엄마에게 상처 준것들이 더 가슴 아풉니다
    가슴에 응어리진 상처 부모님 살아 계실때  풀면 좋을것 같은데 부모님들도 나이 드시면 더 쉽게 이해 주시기도 하지면 더 고집이 더해서 풀기 어렵기도 하지요
    사연자님이 엄마께 받은상처가 크고 계속 희생 했던것 때문에 더 지금은 화가 많이 나시고 어렵겠지만 엄마와 마음에 문을 열고 한번쯤 이야기 해야 할것 같아요
    걱정되는건 이야기 하다 더 심각한 상태가 될까 걱정 입니다
    저는 돌아가신 뒤 엄마께 서운한것 보다 저가 엄마에게 상처주고 못 해준게 점점 가슴 아프네요
    님은 후회 없은 좋은 해결로 마음 고생이 덜 했으면 좋겠습니다
  • 프로필 이미지
    산뜻한달빛7998
    상담심리사
    답변수 334채택률 1%마음·정신건강, 스트레스·감정조절 전문
    안녕하세요.
    
    글을 읽는 내내 가장 많이 느껴진 감정은 분노보다 슬픔이었습니다.
    
    어머님과의 최근 갈등 때문에 쓰신 글 같지만, 사실은 오랜 세월 동안 쌓여온 상처가 한순간에 터져 나온 이야기처럼 느껴졌습니다.
    
    저는 이번 사건의 핵심이 사타구니 이야기나 어머님의 실언 자체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어머님께서 하신 말씀은 충분히 상처가 될 수 있는 말이었습니다.
    
    특히 자녀를 성적으로 왜곡하거나 인격을 건드리는 방식의 말은 누구에게나 깊은 충격으로 남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글을 읽으며 느껴진 것은 작성자님이 이번 한 번의 말 때문에 무너진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오히려 그 순간이 오랫동안 눌러두었던 감정을 터뜨리는 방아쇠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글 속에는 반복되는 공통된 메시지가 있습니다.
    
    "나는 늘 나중이었다."
    
    "나는 늘 알아서 하는 아이였다."
    
    "나는 힘들어도 걱정받지 못했다."
    
    "나는 잘해야만 했다."
    
    이런 경험을 오래 한 사람들은 겉으로는 매우 독립적이고 성숙하게 자랍니다.
    
    실제로 주변에서는 효녀라고 말하고, 책임감 강한 사람이라고 평가합니다.
    
    그런데 그 이면에는 누구에게도 기대지 못한 외로움이 남는 경우가 많습니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부모화(parentification) 경험이라고 설명하기도 합니다.
    
    원래는 부모가 자녀를 돌봐야 하는데, 정서적으로는 자녀가 부모를 먼저 걱정하고 부모를 지탱하는 역할을 맡게 되는 것입니다.
    
    작성자님 글을 읽으며 저는 여러 번 이런 느낌을 받았습니다.
    
    마치 어린 시절부터 "나는 힘들다고 말하면 안 되는 사람"으로 살아오신 것 같았습니다.
    
    어머니께서 하셨다는
    
    "너는 알아서 잘하니까."
    
    "너까지 나한테 기대면 나는 어떻게 해."
    
    라는 말은 얼핏 칭찬처럼 들릴 수 있지만, 아이 입장에서는
    
    "나는 기대면 안 되는 사람이구나."
    
    "나는 혼자 해결해야 하는 사람이구나."
    
    라는 메시지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 작성자님 마음속에는 어머니에 대한 사랑과 서운함이 동시에 존재하는 것 같습니다.
    
    많은 분들이 이런 상황에서
    
    "엄마가 미운 걸까요?"
    
    라고 묻습니다.
    
    그런데 저는 미움보다 더 깊은 감정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바로 인정받고 싶은 마음입니다.
    
    사실 글 전체를 관통하는 질문은 하나처럼 느껴졌습니다.
    
    "엄마, 나는 충분히 잘한 딸 아니었어?"
    
    "엄마, 한 번쯤은 내 편이 되어주면 안 됐어?"
    
    "엄마, 내가 얼마나 애썼는지 알아주면 안 됐어?"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오랫동안 기다려 오신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번 사건 이후에도 가장 아픈 부분은 말 자체보다 사과하지 않는 태도였던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사과는 단순히 잘못을 인정하는 행동이 아니라,
    
    "네 마음이 상처받았다는 것을 내가 안다."
    
    라는 메시지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어머님은 늘 그 자리에 계시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작성자님 마음속에는 여전히 채워지지 않은 결핍이 남아 있는 것 같고요.
    
    그리고 꼭 말씀드리고 싶은 부분이 있습니다.
    
    글 마지막에 적어주신 내용입니다.
    
    "왜 이렇게 마음이 아프고 솔직히 죽고 싶은지 모르겠다."
    
    "그날은 내가 나 자신에게 무슨 짓을 할지 몰라 수면제를 먹고 잤다."
    
    이 부분은 가볍게 넘길 이야기가 아닙니다.
    
    지금은 안정되었다고 하셨지만, 당시 감정의 강도는 상당히 높았던 것으로 보입니다.
    
    오랫동안 참아온 상처와 분노, 외로움이 한꺼번에 밀려왔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번 일을 단순히 어머니와의 갈등으로만 보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오히려 작성자님이 오랫동안 감당해 온 삶의 무게를 돌아보는 계기로 삼으셨으면 좋겠습니다.
    
    특히 글을 읽으며 느낀 것은 작성자님이 부모님을 사랑하지 않아서 힘든 것이 아니라, 너무 사랑했고 너무 오래 애써왔기 때문에 힘든 것 같다는 점입니다.
    
    그런 분들은 의외로 자신을 돌보는 방법을 잘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늘 부모님을 먼저 생각하고, 늘 이해하려고 하고, 늘 참아왔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지금 필요한 질문은
    
    "어머니를 어떻게 이해할까?"
    
    보다
    
    "나는 지금까지 얼마나 외로웠을까?"
    
    일 수 있습니다.
    
    그리고 가능하시다면 이 문제를 혼자만 견디지 마셨으면 합니다.
    
    글에서 느껴지는 상처의 깊이는 최근 사건 하나만으로 설명되기 어려울 정도로 오래된 아픔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전문 상담을 통해 어머니와의 관계뿐 아니라 어린 시절부터 이어져 온 인정 욕구, 책임감, 죄책감, 그리고 상처받은 마음을 함께 다루어 보시는 것도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한 말씀만 드리고 싶습니다.
    
    작성자님은 어머니를 미워해서 아픈 것이 아닙니다.
    
    어머니를 사랑했고, 인정받고 싶었고, 한 번쯤은 이해받고 싶었기 때문에 아픈 것입니다.
    
    그래서 지금의 눈물과 분노는 이상한 감정이 아니라 너무 오랫동안 혼자 견뎌온 마음이 보내는 신호에 가깝습니다.
    
    부디 이번만큼은 "나는 괜찮아"라고 넘기지 마시고, 작성자님 자신의 마음도 부모님만큼 소중하게 돌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 익명1
    어머님의 반응에 정말 서운 하실거 같아요
    그분 성격 이신거 같아요
  • 프로필 이미지
    verastar
    임상심리사
    답변수 652채택률 3%마음·정신건강, 스트레스·감정조절 전문
    이 긴 글을 여기까지 써 내려가 주셔서, 그리고 이렇게 아픈 마음을 꺼내 보여주셔서 정말 고마워요. 글을 읽으면서 마음이 많이 아팠어요.
    
    먼저, 그냥 넘길 수 없는 이야기가 있어요. 집에 돌아온 그날 밤, 스스로에게 무슨 짓을 할지 몰라서 수면제를 털어 먹으셨다고 하셨잖아요. 그리고 지금도 "왜 이렇게 죽고 싶은지 모르겠다"고요. 그 말이 저는 가장 걱정돼요. 그 밤에 얼마나 무너지고 절망하셨을지, 그 순간이 얼마나 캄캄했을지 생각하면 마음이 저릿해요.
    
    지금은 조금 안정이 되었다고 하셨는데, 지금 이 순간은 어떠세요? 죽고 싶다는 마음이 지금도 올라와 있나요? 혹시 그 수면제가 지금도 손 닿는 곳에 있다면, 조금 멀리 두거나 가족이나 믿을 수 있는 사람에게 잠시 맡겨두실 수 있을까요? 그 밤 같은 순간이 또 왔을 때 충동과 나 사이에 조금이라도 거리가 있으면, 그 시간이 사람을 지켜주거든요.
    
    이제 물어보신 것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어요. "내 마음이 무엇일까, 엄마가 미운 건지 인정받고 싶은 건지 사과를 듣고 싶은 건지 모르겠다"고 하셨죠.
    
    제가 글을 읽으며 느낀 건, 그 세 가지가 다 맞다는 거예요. 그리고 그건 모순이 아니에요. 그 밑에는 하나의 마음이 있어요. 평생 "알아서 잘하는 아이", "거저 키운 자식"으로 살면서, 단 한 번도 충분히 받아본 적 없는 그것. 걱정받고, 우선순위가 되고, 있는 그대로 사랑받는 것. 그걸 그토록 원해왔는데 계속 밀려났던 거잖아요. 코피를 쏟고 한 달 넘게 아파도 걱정하는 말 한마디 못 들었다는 대목에서, 그 오랜 결핍이 얼마나 깊었을지 느껴졌어요.
    
    그러니 지금 미운 것도, 인정받고 싶은 것도, 사과를 듣고 싶은 것도 전부 "나를 좀 봐줘, 내 마음도 소중해"라는 하나의 외침이에요. 그건 이기적인 게 아니에요. 너무나 당연하고 정당한 바람이에요.
    
    한 가지 꼭 말씀드리고 싶은 게 있어요. 본인은 정말 최선을 다한 딸이에요. 장거리 출퇴근을 견디고, 집의 빚을 갚고, 좋은 걸 보면 부모님이 먼저 떠오르고. 그건 누구나 할 수 있는 게 아니에요. 그런데 그렇게 헌신했는데도 채워지지 않는 이 아픔은, 본인이 부족해서가 아니에요. 애초에 사과받고 인정받아야 할 것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에요. 문제는 본인이 아니라, 그걸 주지 못한 관계에 있어요.
    
    그리고 조심스럽게 하나 짚고 싶어요. 엄마가 미안하다는 말을 절대 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하셨잖아요. 그리고 화낸 걸 기억조차 못 하실 때도 있다고요. 이건 아프지만 중요한 사실이에요. 본인이 그토록 기다리는 그 사과가, 어쩌면 그분에게서는 나오지 않을 수도 있어요. 그렇다면 본인의 회복이 엄마의 사과에 매여 있으면, 본인은 영영 낫지 못하고 계속 상처받게 돼요. 그래서 지금 필요한 건 엄마를 바꾸는 게 아니라, 엄마의 사과 없이도 본인이 스스로를 지키고 다독일 방법을 찾는 거예요.
    
    그러려면 지금은 조금 거리를 두셔도 괜찮아요. 연락하지 않고 지내는 지금, 그건 불효가 아니라 상처 입은 본인을 보호하는 시간이에요. 죄책감 갖지 마세요. 나를 지키는 게 먼저예요.
    
    그런데 무엇보다, 그날 밤 스스로를 그렇게까지 몰아갈 만큼 아프셨다는 게 저는 계속 마음에 걸려요. 이건 혼자 감당하기엔 너무 무거운 상처예요. 오랜 세월 쌓인 이 관계의 아픔과, 그날 밤 같은 위험한 순간까지. 이건 본인 혼자 헤헤 웃으며 넘길 수 있는 게 아니에요. 전문적인 도움을 꼭 받아보셨으면 해요. 상담은 이 오래된 결핍과 상처를 안전하게 풀어내고, 엄마의 사과 없이도 본인이 회복해갈 수 있도록 함께해주는 곳이에요. 이렇게 깊이 자신을 들여다보는 분이라면, 분명 많은 걸 얻으실 수 있어요.
  • 프로필 이미지
    김미아 코치
    코칭전문가
    답변수 100채택률 7%마음·정신건강, 스트레스·감정조절 전문
    안녕하세요. 김미아 코치입니다. 💌
    
    '엄마가 미운 것인지, 인정받고 싶은 것인지, 아니면 단 한 번만이라도 미안하다는 말을 듣고 싶은 것인지 저도 제 마음을 잘 모르겠습니다.'
    
    혹시 지금 글쓴이님께서 가장 듣고 싶은 말은 무엇일까요?
    
    '미안하다.', '고맙다.', '수고했다.', '네 마음을 이해한다.' 사람마다 가장 간절히 듣고 싶은 말은 조금씩 다를 수 있습니다.
    
    코칭에서는 감정만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그 감정 아래에 있는 욕구를 함께 들여다봅니다. 예를 들어, 분노 아래에는 존중받고 싶은 마음이 있을 수도 있고, 서운함 아래에는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억울함 아래에는 내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이해받고 싶은 마음이 숨어 있을 수도 있습니다. 물론 이는 하나의 예시일 뿐이며, 글쓴이님의 감정 아래에는 글쓴이님만의 욕구가 있을 것입니다.
    
    그 욕구를 하나씩 발견해 가다 보면, 결국 '나는 어떤 사람인지', '나에게는 무엇이 중요한 사람인지'를 이해하는 과정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쩌면 지금의 감정은 엄마를 미워하는 마음이라기보다, 오랫동안 채워지지 않았던 어떤 욕구를 알아봐 달라고 보내는 신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코칭에서는 이러한 질문들을 통해 겉으로 드러난 갈등보다, 그 안에 있는 진짜 마음과 욕구를 함께 탐색해 나갑니다.
    
    다만 글 마지막에 스스로를 해칠까 두려워 수면제를 드셨다는 부분이 많이 걱정되었습니다. 만약 지금도 그런 마음이 다시 찾아오거나 혼자 감당하기 어렵게 느껴진다면, 가까운 믿을 만한 사람이나 정신건강의학과, 상담기관의 도움을 꼭 받아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혼자 견뎌야 하는 문제는 아닙니다.
    
    글쓴이님의 마음이 조금씩 안전해지고, 자신의 마음을 있는 그대로 이해하고 돌볼 수 있는 날이 오기를 진심으로 응원하겠습니다. 더 궁금하신 점이 있으시면 언제든 편하게 쪽지 주세요.
  • 프로필 이미지
    찌니
    상담교사
    답변수 3,324채택률 3%
    많이 지치고 혼란스러우시겠지만, 그 모든 감정은 엄마에게 받은 상처를 치유하고 인정받고 싶어 하는 마음이 엉켜 있는 지극히 정상적인 상태입니다. 미움과 기대가 공존하기에 괴로운 것이 당연합니다. 지금 당장 마음의 정답을 찾으려 애쓰지 마세요.
    ​지금은 무엇보다 자신의 안전과 마음의 에너지를 회복하는 것이 최우선입니다.
    엄마에게 미안하다는 말이나 변화를 기대하면 상처만 깊어질 수 있습니다. 당분간은 그 기대와 마주하기를 잠시 멈추세요.
    ​상처받은 내 마음을 가장 먼저 돌봐야 합니다. 새벽의 충동이 다시 찾아온다면, 좋아하는 음악을 듣거나 자리를 바꾸는 등 나를 보호할 수 있는 안전장치를 미리 만들어두세요.
    님의 잘못이 아닙니다. 지금은 오직 힘겨웠던 자신만을 위해 마음을 써주세요.
  • 프로필 이미지
    로니엄마
    사회복지사2급
    답변수 2,736채택률 3%
    지금 느끼시는 마음의 복잡함과 아픔, 정말 깊이 공감해요. 엄마와의 관계에서 오는 상처와 그로 인해 인정받고 싶고 이해받고 싶은 마음 모두 아주 자연스러운 인간의 감정입니다. 그리고 그런 감정 때문에 마음이 너무 아프고, 솔직히 죽고 싶은 생각까지 들 때도 있다는 말씀도 정말 무겁고 안타까워요.  
    
    엄마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듣고 싶거나, 엄마가 자신을 알아주지 않는다는 느낌 때문에 생기는 여러 감정들은 모두 중요한 신호입니다. 그 마음을 무시하거나 억누르기보다는, 지금의 내 감정을 인정하고, 왜 그런 감정이 드는지 하나씩 살펴보는 게 자기 자신을 이해하는 첫걸음이에요.  
    
    수면제를 사용했던 경험도 걱정이 되겠지만, 그때는 너무 힘들고 불안했기에 그런 행동이 나왔다는 것을 이해할 필요가 있어요. 앞으로는 혼자 버티기보다 가까운 사람이나 전문가에게 도움을 구하면서 더 건강한 방법으로 감정을 관리하시길 바라요.  
    
    당신이 느끼는 아픔과 혼란을 누군가와 나눈다는 것은 용기 있는 일이고, 그 과정에서 조금씩 마음이 안정되고 회복하는 힘을 얻게 됩니다. 상담이나 신뢰하는 사람과의 대화, 그리고 일상 속에서 자신을 돌보는 작은 실천이 큰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어요.  
    
    지금 이 순간 당신은 혼자가 아니며, 마음의 짐을 조금씩 내려놓을 수 있는 길도 분명히 있습니다. 천천히, 자기 자신에게 따뜻하게 대하며 한 걸음씩 나아가시길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 프로필 이미지
    mindmap
    청소년상담사
    답변수 1,088채택률 3%마음·정신건강, 스트레스·감정조절 전문
    글을 읽는 내내 얼마나 오랫동안 혼자 참고 버텨오셨는지가 느껴졌습니다.
    
    저는 이 글의 핵심이 '엄마가 미워서'라기보다, 평생 사랑받고 인정받고 싶었던 딸이 또 한 번 깊은 상처를 받은 이야기라고 느껴졌습니다.
    
    글을 보면 어머니를 위해 희생한 일을 일일이 계산하지 않으려고 애쓰고 계십니다. 장거리 출퇴근을 견디고, 부모님을 챙기고, 좋은 것이 생기면 가장 먼저 부모님을 떠올리는 것도 모두 자발적인 선택이었다고 말씀하시죠.
    
    그런데 사람은 계산하지 않더라도 소중한 사람에게 존중받고, 이해받고,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 듣고 싶은 마음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것입니다.
    
    이번 싸움이 유난히 크게 다가온 이유도 단순히 한 번의 말 때문만은 아닐 것입니다. 어린 시절부터 "오빠가 더 좋았다", "너는 알아서 잘하니까", "네가 선택한 거잖아" 같은 말들을 반복해서 들으며 쌓인 상처가 이번 일을 계기로 한꺼번에 터져 나온 것 같아 보입니다.
    
    특히 이번에는 어머니께서 자신의 실언을 인정하거나 사과하지 않으셨다는 점이 질문자님의 마음을 더욱 무너지게 만든 것 같습니다. 사람은 잘못보다도 상처를 인정받지 못할 때 더 크게 아프기도 하니까요.
    
    그리고 한 가지가 가장 마음에 걸렸습니다.
    
    "그날 내가 나 자신에게 무슨 짓을 할지 몰라 수면제를 털어먹고 잤다."
    
    이 부분은 절대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닙니다.
    
    그만큼 질문자님의 마음이 한계까지 몰려 있었다는 신호이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안정되셨다고 하셨지만, 다시 비슷한 감정이 찾아온다면 혼자 견디려고만 하지 마시고 믿을 수 있는 사람이나 정신건강의학과, 상담센터의 도움을 꼭 받아보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질문자님께서 마지막에 적으신 질문이 참 인상 깊었습니다.
    
    "엄마가 미운 것인지, 인정받고 싶은 것인지, 아니면 미안하다는 말을 듣고 싶은 것인지."
    
    제 생각에는 그 세 가지가 모두 맞습니다.
    
    하지만 그보다 더 깊은 곳에는 "엄마에게 사랑받는 딸이고 싶다."는 마음이 있는 것 같습니다.
    
    다만 안타깝게도 부모님은 나이가 들어도 성격이 크게 바뀌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평생 사과를 잘하지 못했던 분이라면 앞으로도 기대만큼 달라지지 않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래서 이제는 어머니를 바꾸는 것보다, 질문자님의 마음을 지키는 방법도 함께 배워야 할 때가 아닐까 싶습니다.
    
    효녀인 것과 내 마음을 보호하는 것은 서로 반대되는 일이 아닙니다. 부모님을 사랑하면서도 상처를 주는 말에는 거리를 둘 수 있고, 부모님을 챙기면서도 나 자신을 먼저 돌볼 수도 있습니다.
    
    질문자님은 이미 충분히 잘해오셨습니다.
    
    앞으로는 부모님을 향한 사랑의 절반만이라도 자신에게 돌려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꼭 말씀드리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질문자님은 사랑이 부족해서 힘든 사람이 아니라, 오랫동안 사랑을 표현하는 방식이 어긋난 관계 속에서 너무 오래 혼자 버틴 사람처럼 보입니다.
    
    부디 앞으로는 "엄마가 나를 어떻게 보느냐"보다 "나는 나를 어떻게 대하느냐"를 조금씩 더 중요하게 생각해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질문자님의 마음도 누군가에게는 부모님만큼이나 소중한 존재입니다.
    응원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