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엄마와 또 크게 다투고 말았습니다.
저희 부모님은 이제 연세가 많이 드셨습니다.
나이가 들면 많은 분들이 흔히 그렇듯이 저희 부모님 또한 예전에는 하지 않던 행동을 하시기도 합니다.
저는 부모님이 예전과 다른 행동을 보이시더라도 대부분은 자연스럽게 넘기는 편이지만
그 날만큼은 참지 못하고 분노를 터뜨리고 말았습니다.
그 날은 제가 엄마와 안방에서 TV를 보고 있었을 때였습니다.
화장실에 다녀오신 엄마의 걸음걸이가 좀 불편해 보이길래 왜 그렇게 걷냐고 여쭈었죠,
그랬더니 엄마는 뭐가 났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사타구니에 난거야? 원래 사타구니가 마찰이 있는 곳이라 낭종이 잘 생겨" 라고 말했더니
갑자기 엄마가 화를 내시더라고요.
아빠도 있는데 그런 민망한 이야기를 아무렇지도 않게 한다고요.
그 때 아빠는 다른 방에 계셨고 제 목소리가 크지도 않았는데 말이죠.
그러면서 엄마는 흥분해서 저에게 해서는 안될 말을 쏟아내셨습니다.
음..무슨 말을 하셨는지를 이 글에 쓸지 오래 고민했고
썼다 지웠다 수십 번 반복했는데 솔직히 글로 옮기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
너무 너무 아프고 상처가 되는 말이었거든요.
예전에 제가 잘못된 것에 대한 문제 제기를 했는데
갑자기 그 일을 꺼내며 성적으로 왜곡하고 저를 이상한 사람으로 몰아갔다는 정도로만 말씀드릴께요.
엄마와 크게 싸운 뒤 결국 늦은 밤 저는 저의 집으로 돌아왔고 아직까지 연락을 하지 않고 지내는 중입니다.
저는 엄마의 발언도 상처를 받았지만 직후에 엄마가 보인 태도가 너무 실망스러웠습니다.
저희 엄마는 절대로 미안하다는 말을 하지 않는 사람입니다.
그 날도 분명 엄마가 잘못했고 엄마도 분명 자신이 실언을 했다는 사실을 아실겁니다.
그러면 미안하다, 내가 실수했어. 라고 하면 끝날 일인데 끝까지 사과의 말을 하지 않고 저를 노려보시더군요.
솔직히 진짜 엄마가 미쳤는 줄 알았습니다.
그리고 저도 미칠 것 같았고요.
저는 주변 사람들이 모두 아는 '효녀' 입니다.
제 주변 사람들은 자신의 딸이 저를 닮았으면 좋겠다고 말합니다.
저는 엄마도 인정하는 '거저 키운 자식'이거든요.
어릴 때부터 말썽 한 번 피운 적 없고, 공부도 적당히 잘 했고,
대학 때는 장학금도 턱턱 타오고, 아르바이트도 한 번도 쉰 적이 없어서 용돈 한번 타 쓴 적이 없습니다.
졸업과 동시에 취직도 곧바로 했고, 집에 빚도 제가 갚았어요.
부모님과의 갈등의 골이 깊었던 시절도 분명히 있었지만
지금은 그 세월을 모두 잊기로 하고 수시로 부모님 집에 들러서 필요한 것을 챙겨드리고 맛있는 것도 사드립니다.
좋은 것을 보고 맛있는 것을 먹으면 제일 먼저 생각나는 사람이 저에게는 부모님입니다.
저는 오랜 시간을 왕복 4시간 장거리 출퇴근을 하면서 살았습니다.
회사 근처로 옮길 수도 있었지만 그렇게 하지 못한 이유는 부모님 때문이었어요.
저에게는 오빠가 하나 있는데, 아주 오랜 시간을 아주 먼 곳에서 살면서 단 한번도 집에 오지 않았거든요.
그 마음이 어떨지 가늠조차 되지 않았지만 저까지도 나가겠다고 말할 수가 없어서 힘든 출퇴근을 꾹꾹 참고 버텼습니다.
그러다가 집을 나가게 된 것도 엄마가 저에게 화를 내면서 "다 필요 없으니까 나가"라고 했기 때문이에요.
다음 날 회사 근처 부동산에 들러 바로 계약을 하고 2주 만에 집을 나왔습니다.
그 때도 엄마는 저를 원망하셨는데, 나중에 이야기를 하다 보니 엄마는 그 때 자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 기억도 못하시더군요.
집은 나온 뒤로는 관계가 많이 개선되었지만
엄마의 생각 없는 말들에 정말 숱하게 많은 상처를 받았어요.
가벼운 것 몇 가지만 이야기를 하자면
저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하는 도중에 엄마가
"첫째나 말하고 걷는 게 신기하지 둘째가 그러는게 뭐가 신기하니?"라고 한다거나
"나는 너보다 오빠가 더 좋았어" 라고 말하기도 하고
제가 오랜 기간 장거리 출퇴근을 한 것에 대해서도 "네가 선택한 거잖아" 하고 말하기도 했어요.
제가 일이 너무 많아져서 코피를 쏟고 감기가 한 달 넘게 떨어지지 않아도 단 한번도 걱정하는 말을 들은 적이 없어요.
저는 늘 아빠, 오빠, 심지어 엄마와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늦둥이 여동생(저에게는 이모) 보다도 늘 후 순위였죠.
엄마는 늘 "너는 알아서 잘 하니까" "너까지 나한테 기대면 나는 어떻게 해?" 라는 말로 저를 밀어내곤 했습니다.
나보다 부모님을 먼저 생각하며 사는 것이 맞는 것인지에 대해서도 오래 고민했었어요.
그리고 의식적으로 좀 '이기적으로' 살아보려고 노력한 적도 있었고요.
그런데 저에게는 그것이 훨씬 더 힘든 일이였어요.
그리고 무엇보다 부모님이 돌아가셨을 때 울면서 '그 때 좀 더 잘해드릴걸' 이라며 후회하고 싶지 않거든요.
그냥 내 천성이 이렇고, 내 팔자가 이런가 보다 하면서 헤헤 웃고 넘기지만
가끔 이런 일이 생길 때면 마음이 무너집니다.
엄마의 말처럼 이렇게 살기로 한 건 전적으로 저의 선택이기 때문에
'내가 엄마한테 어떻게 했는데!' 라며 지난 시간을 일일이 계산하고 싶지도 않아요.
그런데 왜 이렇게 마음이 아프고, 솔직히 죽고 싶은지 모르겠습니다.
지금은 시간이 조금 지나서 안정이 되었지만
새벽에 집으로 돌아온 그 날은 내가 나 자신에게 무슨 짓을 할지 몰라서
수면제를 털어먹고 다음 날 늦게까지 일어나지 않았거든요.
엄마가 미운 것인지, 인정받고 싶은 것인지,
아니면 그냥 단 한번만이라도 미안하다는 말을 듣고 싶은 것인지
저도 제 마음을 잘 모르겠습니다.
제 마음은 무엇일까요? 그리고 저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정성스러운 답변 감사합니다. 마음에 잘 새겨두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