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에 말해야 할지 모르겠어서 조심스럽게 글을 남겨봐요. 예전의 저는 해야 할 일이 있으면 미루더라도 결국은 해내는 편이었고, 바쁘게 움직이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몇 달 전부터는 사소한 일도 시작하는 데 너무 큰 에너지가 들어요. 해야 할 일을 머리로는 계속 알고 있는데 몸이 따라주지 않는 느낌이에요. 알람을 맞춰도 침대에서 한참 못 일어나고, 씻거나 밥을 챙겨 먹는 일도 귀찮아서 대충 넘기는 날이 많아졌어요.
가장 힘든 건 쉬고 있어도 제대로 쉬는 느낌이 없다는 거예요. 해야 할 일을 안 하고 있다는 생각 때문에 계속 마음 한쪽이 불편하고, 막상 하려고 하면 부담스럽고 막막해서 또 휴대폰만 보게 돼요. 그러고 나면 하루가 금방 지나가 있고, 나는 왜 이것밖에 못 하나 싶어서 스스로를 심하게 몰아붙이게 돼요. 주변 사람들은 다 자기 일 하면서 잘 지내는 것 같은데 저만 제자리에서 멈춘 기분이라 비교도 많이 하게 됩니다.
특별히 큰일이 있었던 건 아닌데, 계속 쌓인 피로와 걱정이 이제야 한꺼번에 올라온 건지 모르겠어요. 사람들을 만나는 것도 예전보다 귀찮고 연락이 와도 답장을 미루게 됩니다. 혼자 있고 싶다가도 너무 오래 혼자 있으면 또 외롭고, 제가 제 마음을 어떻게 다뤄야 할지 모르겠어요. 단순히 게을러진 것인지, 마음이 지쳐서 이런 것인지 구분도 안 됩니다.
억지로라도 계획을 세워서 움직여야 할지, 지금은 쉬는 게 먼저인지 조언을 듣고 싶어요. 비슷한 시기를 지나오신 분들은 어떤 식으로 일상을 다시 회복하셨는지도 궁금합니다. 저도 예전처럼 완벽하게 돌아가고 싶은 것보다, 하루를 덜 자책하면서 조금씩 살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정성껏 길게 답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게으름과 소진을 분리하라’는 말씀을 읽는데, 그동안 저는 해야 할 일을 못 하는 제 모습만 보고 너무 쉽게 게으르다고 단정했던 것 같아요. 쉬면서도 편하지 않고, 휴대폰을 보고 나서도 쉬었다는 느낌보다 불안과 자책만 남았던 이유가 조금 이해됩니다. 특히 예전의 저를 기준으로 삼지 말라는 부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