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치님들, 안녕하십니까? 저는 최근에 매일 마음 한구석이 짓눌리는 것처럼 무겁고 답답해서 이렇게 글을 적어봅니다.
나이가 들면 누구나 다들 부모님 걱정을 하며 사시겠지만, 제 마음은 단순히 그런 염려의 수준을 뛰어넘어 일상생활에 지장이 생길 정도로 깊은 불안과 압박감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퇴근길에 차를 몰고 집에 오는 동안에도, 주말에 혼자 앉아있을 때도 머릿속은 온통 부모님 안부 생각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지금 저를 가장 괴롭히는 상황은 두 분의 건강에 대한 염려와 앞으로 닥칠지 모를 불길한 안 좋은 예감들이 끝없이 반복된다는 점입니다. 아버지는 몇 년 전에 크게 넘어지시는 바람에 허리 골절을 당하셔서 수술을 받으셨습니다. 그 큰 수술을 견뎌내신 건 다행이지만, 그 여파로 등이 많이 굽으셨습니다. 젊은 날에 누구보다 강하고 당당하고 활력 넘치던 아버지의 뒷모습이 눈에 선한데, 요즘은 등이 굽은 채 비틀거리며 걸으시는 모습을 볼 때마다 저도 모르게 목이 메어 몰래 속으로 눈물을 삼키곤 합니다. 아버지는 현재 다행히 그 일 외에는 크게 아픈 곳이 없으시지만, 워낙 연세가 있으시다 보니 또다시 어디가 불편해지시거나 넘어지시면 어쩌나 하는 생각에 늘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하루를 보냅니다.
어머니 역시 마음을 놓을 수가 없습니다. 어머니는 다행히 거동하시는 데는 불편함이 없으시지만, 평소 이곳저곳 관절이나 몸이 조금씩 쑤신다고 하십니다. 그보다 훨씬 더 큰 걱정은 몇 년 전에 갑상선암 치료를 받았던 기억입니다. 방사성 요오드 치료를 잘 받아서 다행히 지금은 의사 선생님도 거의 완치되었다고 하시고 일상생활을 잘하고 계시지만, 어쨌든 당시에 엄청 놀랐었고 암에 걸렸다는 사실이 지금도 지울 수 없는 멍자국처럼 남아 있습니다. 한 번 암이라는 것에 걸렸던지라 혹시라도 또 다른 부위에 암이 재발하거나 전혀 예상치 못한 곳에서 큰 병마가 찾아오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제 발목을 꽉 잡고 있습니다.
사실 제 스스로를 돌아보면, 제가 남들처럼 눈물겹게 효심이 넘치거나 매일 전화 드리는 살가운 자식은 아닙니다. 오히려 평소에는 직장 일에 치여 부모님께 무뚝뚝하기도 하고, 자주 찾아뵙지 못해 늘 죄송스러운 마음만 안고 살아왔습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문득문득 찾아오는 생각이 있습니다. 만약 두 분이 이 세상에 안 계시게 되어 정말 영영 헤어지게 된다면, 저는 그 슬픔을 견디며 남은 삶을 제대로 살아갈 수 없을 것 같다는 것입니다. 효도를 제대로 해본 적도 없는데, 부모님이 없는 제 인생은 상상조차 할 수 없고 삶의 의미 자체가 통째로 무너질 것 같은 극심한 공포가 저를 덮칩니다.
다른 일을 하고 있다가도 부모님 댁에 무슨 일이라도 생겼을까 봐 전화벨 소리만 울려도 심장이 쿵쾅거리고 가슴이 조여옵니다. 출근해서도 일에 집중하려다가도 머릿속에 갑자기 "오늘 아침에 두 분 식사는 잘 챙기셨을까", "어머니 몸에 또 다른 이상이 찾아오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일상생활과 부모님 걱정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듯 위태롭게 하루하루를 버텨내고 있는 셈입니다.
혼자서 이 불안감을 극복해 보려고 정말 백방으로 뛰어다녔습니다. 처음에는 부모님 두 분 다 연세가 있으시니 건강검진이라도 세밀하게 다시 받고 영양제나 보약이라도 지어드리면 안심이 되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주말마다 유명하다는 한의원에 모시고 가서 체질에 맞는 보약을 지어드리기도 하고, 몸에 좋다는 비타민과 유산균을 종류별로 사다 날랐습니다. 하지만 부모님은 자식 주머니 사정을 걱정하시며 "이 비싼 걸 왜 사 왔냐, 돈 아깝게 쓸데없는 짓 했다"고 타박을 주십니다.
그다음에는 지역 사회복지관이나 노인 돌봄 서비스에 대해서도 알아봤습니다.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 여러 복지 제도에 대해 알아보려고 동사무소와 복지센터의 담당 공무원과 상담도 하고 서류도 나름대로 열심히 준비했지만, 부모님 본인들의 완강한 거부가 가장 큰 벽으로 작용해서 성사되지는 못했습니다. 아버지는 "내가 아직 남의 손을 빌려 살 정도는 아니다"라며 적잖이 화를 내셨고, 어머니는 "내가 어디 거동을 못 하거나 누워 있냐, 왜 멀쩡한 사람을 중환자 취급하냐"며 언성을 높이셨습니다. 자식 된 도리로서 부모님을 미리 챙겨드리려는 마음이 강한데, 혼자서 발을 동동 구르며 혼자 끙끙 앓는 것 외에는 달리 도리가 없습니다.
아버지가 허리를 불편해하시지는 않는지, 어머니가 드시는 영양제는 제대로 챙겨드셨는지 늘 걱정하고 있습니다. 내가 관리를 철저히 해야 또 다른 병을 막을 수 있다는 강박에 사로잡혀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저의 노력이 부모님께는 또 다른 부담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한번은 어머니가 몸이 좀 쑤신다고 하실 때 제가 "어머니, 제가 병원 가시자고 몇 번이나 말씀드렸어요"라며 약간 언성을 높인 적이 있었습니다. 그 순간 어머니가 서운한 눈빛으로 저를 바라보시며 "내가 아프고 싶어서 아프냐, 너희들한테 짐 되기 싫어서 참는 건데 왜 그렇게 말하냐"고 하시는데, 순간 머리를 한 대 맞은 것 같았습니다. 부모님을 위한다는 미명 아래 제가 은연중에 부모님을 압박하고 부담스럽게 만들고 있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습니다.
밤마다 혼자 인터넷으로 노인 건강 관리나 암 환자 재발 방지에 관한 정보를 찾아보기도 했습니다. 전문가들이 말하는 대처법을 메모해 두고 부모님께 이런저런 좋은 것들 설명도 해드리고 있습니다만, 그게 딱 그 당시뿐이고 시간이 지나면 늘 원점으로 돌아옵니다. 내 힘으로는 도저히 어쩔 수 없이 다가오는 노화와 질병의 시간을 막을 수도 없다는 무기력함이 저를 깊은 나락으로 끌어내립니다. 내가 이렇게까지 스트레스를 받다가는 부모님을 제대로 돌보기도 전에 내가 먼저 쓰러지겠구나 하는 생각마저 들었습니다.
내가 부모님을 진정으로 위하는 길은,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 접점을 찾는 것임을 어렴풋이 알고 있으면서도, 마음 한구석에 존재하는 불안감은 좀처럼 가시지 않습니다.
가끔 전화를 할 때 여러 번 걸어도 어머니가 전화를 받지 않으시면 심장이 멎는 것 같은 서늘함이 몰려옵니다.
제가 코치님께 가장 솔직하게 털어놓고 여쭙고 싶은 점은 이것입니다.
첫째, 부모님의 완강한 거부 속에서도 자식으로서 어디까지 해야 올바른 것인지 알고 싶습니다. 부모님의 안녕을 위해 강제로라도 여러 조치를 알아보는 것이 맞는 것인지, 아니면 부모님의 의사를 최대한 존중하다가 문제가 생긴 뒤에 수습해야 하는 것인지 매 순간 선택의 갈림길에서 길을 헤맵니다.
둘째, 날마다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극심한 불안감과 '언제 어떤 일이 터질지 모른다'는 공포 속에서 저 자신의 정신 건강을 지키는 현실적인 관리법이나 감정 조절의 방법이 궁금합니다.
부모님을 사랑하는 마음이 저를 쓰러지게 하는 독이 되지 않도록, 그리고 영영 헤어지게 될까 봐 두려워하는 이 무서운 마음의 짐을 조금이나마 덜어낼 수 있는 방법을 이야기해주셨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