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동안 우정을 나눈 친구와 손절했다.
처음부터 손절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던 건 아니다. 8년이라는 시간이 워낙 길다 보니 그동안 서운했던 일이나 상처받았던 일들이 있어도 오래된 친구니까 내가 조금 더 이해해야 하나 싶어서 계속 참고 넘어갔었다. 좋은 기억도 정말 많았고, 힘들 때 서로 의지했던 시간도 있었기 때문에 쉽게 관계를 정리하지 못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는 이 친구와의 관계를 유지하는 것 자체가 나에게 너무 큰 스트레스가 되어서 결국 손절을 할지 말지 저번 달에 고민글까지 쓰게 됐고, 여러 사람들의 답변을 보면서 정말 많이 고민한 끝에 지난 달에 친구와의 관계를 정리했다.
친구 번호를 차단하고 인스타 언팔까지 하니까 생각보다 솔직히 힘들었다.
그냥 친구 한 명과 연락을 끊는 정도라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해보니 정말 사랑했던 남자친구와 헤어진 것처럼 가슴이 아팠다. 8년이라는 시간이 한순간에 끝난 것 같기도 했고, 그동안 함께했던 좋았던 기억들이 계속 떠오르면서 마음이 허한 기분도 들었다. 친구가 나를 힘들게 하는게 그렇게나 미웠는데 내가 이 친구를 정말 많이 아끼고 좋아했었다는 것도 다시 느꼈다.
그래도 나를 더 아끼고 나 또한 존중받아야 마땅한 사람이라 생각해서 힘들었지만 이제는 정말 각자의 삶을 살아야 한다고 생각되서 관계를 과감하게 끊어버리고 조금씩 마음을 정리하고 있었던 중에, 손절한지 2주 반만에 그 친구의 남자친구 번호로 연락이 왔다.
찐으로 너무 당황했다. 친구와 언팔하고 번호까지 차단하며 나도 어렵게 친구와의 관계를 정리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다른 번호로 연락이 와서 그동안 나에게 미안했던 일들에 대해서 장문의 사과의 메세지를 보내왔고, 나에게 꼭 부탁하고 싶은 게 있다고 했다.
그 부탁이 내년 봄 5월 결혼식에서 들러리를 서달라는 거다.
친구의 남자친구가 외국인이라 결혼식을 남자친구쪽 문화로 진행한다고 결혼식 때 들러리가 필요하다면서 내가 꼭 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 장문의 사과와 부탁을 읽는데 정말 마음이 너무 복잡했다.
분명 나는 이 관계를 정리하기 위해 정말 많이 고민했고, 손절하는 과정에서 이미 한 번 크게 마음이 무너졌었다. 그런데 이제 와서 미안하다는 말을 듣고, 결혼식이라는 중요한 날에 함께해달라는 부탁까지 받으니까 솔직히 마음이 다시 흔들린다.
분명 좋았던 기억도 있지만 내가 상처받았던 기억도 떠오르고, 그 친구를 얼마나 소중하게 생각했는지 다시금 느껴지기도 하고.. 오히려 너무 많이 아꼈고, 너무 오래 함께했고, 그래서 더 많이 상처받았기 때문에 오로지 나 자신을 위해 관계를 정리한 건데 내가 너무 이기적이었나 싶은 생각이 드는데 이게 맞나 싶다.
친구가 8년만에 정말 진심으로 미안해하는 것 같아서 마음이 살짝 약해지고, 결혼식날에 8년 동안 함께했던 친구인 내가 옆에 있어줬으면 좋겠다는 친구의 마음도 이해가 된다.
근데 내가 들러리를 서주는 게 정말 맞는지는 모르겠다. 들러리를 서준다고 해서 다시 예전처럼 친구 관계가 되는 건 아니겠지만, 만약 들러리를 서준다고 해도 나는 다시 예전처럼 친구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은 솔직히 없다. 그리고 이 친구와 친구관계 유지하는 것도 자신없다.
그런데 또 들러리를 거절하면 마음이 너무 아플 것 같기도 하다.
8년 동안 함께했던 친구의 결혼식인데 내가 끝까지 외면하는 사람이 되는 것 같기도 하고, 친구 입장에서 나중에 결혼식 사진이나 그날을 떠올리면 내가 너무 매정했던 사람으로 기억이 되는 건 아닐지 진짜 쓸데없는 걱정을 혼자하고 있다.
반대로 들러리를 서고 나서 또 마음이 흔들리거나, 친구와 다시 가까워졌다가 똑같은 이유로 또 상처받게 될까 봐 그것도 싫다.
정말 무슨 전남자친구와 헤어진 것도 아니고, 8년 된 친구와 어렵게 손절했는데 이제 와서 장문의 사과와 함께 결혼식 들러리를 서달라는 연락을 받으니까 진짜 너무 혼란스럽다.
그래서 지금 내가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정말 모르겠다.
이미 나 자신을 위해 힘들게 정리한 관계인데, 친구의 진심 어린 사과와 결혼식이라는 상황을 생각해서 들러리를 서주는 게 맞는지, 아니면 내가 왜 손절을 했는지를 생각하고 내 마음을 우선해서 정중하게 거절하는 게 맞는지,
만약 내가 들러리를 서준다고 해서 다시 예전 관계로 돌아가지는 않을건데, 혹시 이 선택이 나에게 또 다른 상처가 될 가능성이 있다면 어떻게 판단해야 하는지,
반대로 거절했을 때 나중에 후회하지 않으려면 어떤 부분을 생각해봐야 하는지도 알고 싶다.
내년 5월까지 시간이 남아 있는 만큼 감정적으로 결정하지 않고 제대로 생각해보고 싶은데, 어떤 기준으로 판단하는 게 나에게 가장 후회가 적은 선택일지 코치님의 조언을 듣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