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원래 티비를 잘 보지 않는 편인데
얼마 전에 우연히 이혼숙려캠프라는 프로그램의 한 장면을 처음 보게 되었어요.
내용은 잘 모르지만 위기를 겪는 부부들이 나와서 각자의 고충을 털어놓고 갈등을 해결해나가는 프로그램인 것 같더라고요.
제가 본 장면은 세상 물정 모르는 딸같은 아내에게 지친 남편의 인터뷰였어요.
남편은 "아내와 하고 싶은 것이 없어요. 아이들이 커서 대학을 가고, 결혼을 하고, 손주를 보고 싶다, 이런 생각도 없고요.
그냥 별 의미 없이 똑같은 하루하루를 살죠. 한 달 뒤, 내년에 대한 생각이 들지 않아요." 라고 말하시더라고요.
그리고 나서 패널로 나오는 박하선님이 "이거 되게 우울하신거잖아요." 라고 하시더군요.
그냥 남편의 말을 가만히 듣고 있었는데 박하선님의 말을 듣고 문득
아, 저게 우울한건가?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프로그램을 전부 보지 않아서 부부 문제나 그 남편의 상황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지만
이상하게 남편과 박하선님의 말이 마음에 남더군요.
저도 비슷한 마음으로 살고 있거든요.
특별히 불행한 것은 아닌 것 같아요. 그런데 미래에 대한 기대가 별로 없어요.
어제 직장 동료들과 쉬는 시간에 '소비'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거든요.
주말에 아울렛에 갈거라는 동료도 있었고
이번에 뭘 샀는데 너무 좋다는 동료도 있었고
요즘 뭐가 유행인데 비싸서 구경만 하고 있다는 동료도 있었는데
저는 할 말이 하나도 없었어요.
저는 갖고 싶은 것이 하나도 없거든요.
생필품 같은 것들은 당연히 사지만
솔직히 물건을 사와서 정리하는 것이 귀찮아서 정말 최소한으로만 구매하고 있어요.
먹고 싶은 것도 없어서 배달 어플이랑 집 주변의 음식점을 한참 동안 검색만 하다가 꺼버리기 일수고요.
저는 지금까지 이것이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았거든요.
그런데 어제 직장동료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는데 뭐랄까,..
나 자신을 위해서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 같아서 좀 부끄럽기도 했고요,
또 내가 지금 우울한건지 욕심이 없어진건지, 좀 혼란스럽게도 했어요.
욕심이 줄어든 것이라면 괜찮은 것 같아요.
나이가 들면서 내가 가진 것에 만족하게 되었다는 의미일테니까요.
그런데 동료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마음이 불편해진 것을 보면
다른 사람과 나를 비교하는 마음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닌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욕심이 줄어든 것이 아니라 삶에 대한 기대가 사라진 것이면 어쩌지 하는 생각도 들고요.
무언가를 갖고 싶고, 먹고 싶고, 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려면
그것을 했을 때 내가 행복할 것 같다는 기대가 있어야 하는데
이제는 그런 기대 자체가 별로 없어진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조금 걱정스러워졌어요.
당연히 저도 나이가 들었으니 늘 젊은 시절의 나처럼 살 수는 없겠죠.
이미 어느 정도 경험해봤고
인생에 큰 사건이 생기지만 않는다면 앞으로의 내 인생이 어떻게 흘러갈지는 대충 예상할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인지 예전처럼 미래가 궁금하지 않은 것 같기도 해요.
그런데 저는 그게 조금 아쉽거든요.
기대되고 기다려지는 무언가가 하나쯤은 있었으면 좋겠는데, 그냥 하루하루 시간을 죽이면서 살아가는 것 같아서요.
그래서 한 달 뒤, 내년에 대한 생각이 들지 않는다는 TV 프로그램의 그 말이 자꾸 생각나는 것 같아요.
나이가 들면 이런게 자연스러운건가요?
혹시 저처럼 갖고 싶은 것도, 하고 싶은 것도 없으신 분이 계신가요?
단순히 물욕이 줄어든건지, 삶에 대한 기대가 줄어든건지 궁금합니다.
다른 분들은 어떠신가요?
정성스러운 답변에 감사드립니다. 쉽지는 않겠지만 코치님의 조언처럼 남과 비교하는 삶의 태도는 조금 내려놓아보려고 노력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