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회사에 출근하면 제가 선배인지 아니면 새로 들어온 막내 신입사원의 비서를 하고 있는 건지 도무지 헷갈릴 지경입니다. 하아..
보통 신입이 들어오면 선배들 눈치를 살피며 하나라도 더 배우려고 묻고 다니는 게 제가 아는 상식인데 요즘 들어온 그 막내를 보고 있으면 제 상식의 세계가 완전히 바뀐 기분이에요.
업무 시간에 이어폰을 꽂고 개인적인 카톡을 하면서 일을 하는 건 기본이고 본인에게 주어진 기한이 있는 급한 업무조차 제대로 끝내지 않은 채 퇴근 시간이 단 일 분이라도 지나면 뒤도 안 돌아보고 칼같이 짐을 싸서 나가버리더라고요?
그게 남은 팀원들에게 얼마나 큰 민폐를 끼치는지 전혀 인지하지도 못하고 혹시라도 제가 업무 마무리는 하고 가야 하지 않겠냐고 아주 조심스럽게 한마디라도 꺼내면 마치 저를 노동 착취를 하는 악덕 꼰대 상사 취급하며 싸늘하게 쳐다보는데 그 눈빛을 받을 때마다 정말 피가 거꾸로 솟는 것 같습니다.
결국 그 신입이 구멍 내고 도망간 그 급한 업무들은 전부 고스란히 제 책상 위로 넘어오게 되고 저는 매일 밤 눈알이 빠지도록 남의 업무를 대신 쳐내느라 제 소중한 저녁 시간과 체력을 다 갉아먹히며 철저하게 손해만 보고 있는 억울한 상황입니다.
업무를 가르치는 과정은 그야말로 제 영혼을 갈아 넣는 것보다 더 끔찍한 스트레스의 연속이라 혀를 내두를 정도예요. 보통 모르는 업무를 인수인계받으면 수첩을 들고 와서 꼼꼼하게 적고 복습하며 따라오려고 노력하는 게 당연한 태도일 텐데 그 친구는 팔짱을 딱 끼고 눈만 껌벅거리며 듣다가 다음 날 똑같은 실수를 어김없이 반복하더라고요.
왜 어제 알려준 대로 하지 않았냐고 꾹 참고 물어보면 너무나도 당당하고 뻔뻔한 표정으로 저 그거 배운 적 없는데요? 라거나 회사에 정확한 매뉴얼 문서가 없어서 그냥 제 방식대로 효율적으로 했어요 라고 적반하장으로 대답을 하는데.. 혈압이 치솟아 올라서 쓰러질 뻔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ㅋㅋ..
제가 하나부터 열까지 다시 수습하고 고쳐주는 데 드는 시간과 에너지가 차라리 제가 처음부터 끝까지 다 해버리는 것보다 세 배는 더 들다 보니 이제는 그 신입에게 새로운 일을 가르치고 배분하는 것 자체가 미치도록 두렵고 끔찍한 감정 노동이 되어버렸습니다.
일을 배우려는 최소한의 의지도 없고 책임감은 바닥을 치는 사람을 데리고 억지로 수레를 끌고 가려다 보니 제 본래의 업무 퍼포먼스마저 처참하게 무너져 내리고 있어서 매일매일 깊은 자괴감과 무기력증에 시달리고 있어요.
가장 화가 나고 미칠 것 같은 순간은 그 막내가 대형 사고를 치고도 일말의 죄책감이나 미안함을 전혀 느끼지 않고 남 일 보듯 할 때입니다.
타 부서와 협업하는 중요한 데이터를 엉망진창으로 취합해 놓고서는 제가 그걸 뒤늦게 발견하고 창백해진 얼굴로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수습을 하고 있으면 옆에서 구경만 하거나 자기 손톱만 쳐다보고 있더라고요?
심지어 제가 다른 부서 선배들에게 고개를 푹 숙이며 죄송하다고 대신 사과를 하고 온갖 쌍욕을 다 먹고 있는데도 본인은 퇴근 시간이 다 되었다며 가방을 챙겨서 "내일 뵙겠습니다" 하고 해맑게 인사를 하고 나가는 뒷모습을 보았을 때는 정말 이성의 끈이 툭 하고 끊어져 버리는 줄 알았답니다.. ^^
내가 왜 피 한 방울 안 섞인 남의 뒤치다꺼리를 하느라 내 소중한 자존심을 바닥에 내동댕이치고 무릎을 꿇어야 하는지 억울해서 화장실 칸에 숨어 혼자 가슴을 치며 울분을 토한 적도 수없이 많아요. 실수를 했으면 최소한 배우려는 의지나 미안해하는 시늉이라도 해야 제가 쓴소리를 하면서 가르칠 맛이라도 날 텐데 자기는 요즘 MZ 세대라서 쿨하고 공과 사가 확실한 사람이라는 그 알량한 착각 속에 빠져서 팀 전체를 병들게 하는 꼴을 더 이상은 두 눈 뜨고 지켜보기가 너무 괴롭고 혐오스럽습니다.
이런 비정상적인 상황에서도 가장 저를 숨 막히게 하는 건, 제가 오히려 그 개념 없는 막내의 기분과 눈치를 살피며 벌벌 떨고 있다는 이 기형적이고 비참한 현실이랍니다.
요즘 시대에 후배에게 조금이라도 싫은 소리를 하거나 강하게 업무 지시를 하면 직장 내 괴롭힘으로 사내 게시판에 찌르거나 블라인드 같은 익명 커뮤니티에 꼰대라고 마녀사냥을 당할까 봐 두려워서 입술을 꽉 깨물고 참는 게 이미 지독한 습관이 되어버렸습니다.
잘못된 건 잘못됐다고 따끔하게 혼내고 뜯어고쳐야 조직이 굴러갈 텐데 행여나 불이익을 당하고 피곤해지기 싫다는 제 알량한 방어 기제와 회피성 때문에 결국 제가 십자가를 짊어지고 묵묵히 호구 짓을 자처하며 스스로를 벼랑 끝으로 몰아세우고 있더라고요.
그 막내는 제가 아무 말도 안 하고 자기가 싸놓은 똥을 다 치워주니까 본인이 일을 아주 스마트하게 잘하고 있는 줄 아는 그 오만하고 뻔뻔한 태도를 볼 때마다 정말 속에서 뜨거운 불덩이가 울컥하고 올라와서 속병이 날 지경입니다.
정당하게 월급 받고 일하는 프로들의 세계에서 왜 나 혼자만 저 무책임한 사람의 몫까지 뼈 빠지게 고생하며 마음고생을 해야 하는지 너무 억울해서 밤에 잠도 오지 않고 극심한 스트레스성 위염에 시달리며 건강까지 다 잃어가고 있어요.
그래서 이 속 터지는 상황을 도대체 어떻게 지혜롭게 해결해야 할지 너무나도 간절하고 절박한 마음으로 실질적인 도움을 요청하고 싶습니다.
후배의 무책임한 태도와 선을 넘는 행동들에 대해 감정적으로 욱해서 피곤한 꼰대처럼 보이지 않으면서도 아주 차갑고 단호하게 업무적인 선을 긋고 페널티를 줄 수 있는 구체적인 소통 방식과 실전 방어 대화법이 당장 저에게는 절실하게 필요합니다.
그 막내가 스스로 마쳐야 할 일을 저에게 교묘하게 미루고 뻔뻔하게 퇴근해 버리려고 할 때 제가 호구처럼 뒤집어쓰지 않고 완벽하게 그 책임을 본인에게 돌려줄 수 있는 단단하고 영리한 대처법을 제발 꼭 가르쳐주세요.
코치님 덕분에 고민이 해결되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