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예전부터 누군가에게 싫은 소리를 하는 게 정말 어렵습니다. 상대방이 분명 잘못한 상황에서도 바로 말하지 못하고 일단 제가 참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아요. 그 자리에서 이야기하면 분위기가 이상해질 것 같고, 괜히 제가 예민한 사람처럼 보일까 신경 쓰이기도 하고요. 별것 아닌 일인데 굳이 관계를 불편하게 만들어야 하나 싶어서 참다 보면 결국 아무 말도 못 하게 되더라고요.
문제는 그렇게 넘어간다고 해서 제 감정까지 없어지는 건 아니라는 겁니다.
회사에서도 비슷합니다. 누군가 급하다면서 자기 일을 부탁하면 제가 바빠도 쉽게 거절을 못 합니다. 처음에는 이번 한 번 정도야 하는 마음으로 도와주는데 이런 일이 몇 번 반복되면 슬슬 짜증이 나기 시작하거든요. 그런데 이미 몇 번 아무렇지 않게 받아줬으니 갑자기 싫다고 하기도 애매해집니다.
결국 알겠다고 해놓고 속으로는 왜 자기 일을 나한테 넘기나 싶어서 화가 납니다. 상대방은 제가 흔쾌히 받아준 줄 알고 고맙다고 하는데 저는 혼자 기분이 상해 있는 거죠.
이럴 때마다 저도 참 이상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싫으면 싫다고 말하면 될 일을 왜 받아놓고 혼자 화를 내고 있는 건지 모르겠어요.
누군가 약속 시간을 계속 어겨도 비슷합니다. 처음 한두 번은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하면서 넘어갑니다. 그런데 세 번, 네 번 반복되면 저를 너무 편하게 생각하는 것 같아 기분이 나빠지더라고요. 그래도 막상 만나면 늦었네 정도로 웃으면서 넘어가고 제대로 이야기하지 못합니다.
그러고 집에 돌아오면 그때부터 생각이 많아집니다.
왜 아무 말도 못 했지? 내가 만만해 보이나? 다음에도 또 이러면 어떻게 해야 하지?
그 자리에서는 웃으면서 괜찮은 척해놓고 집에 와서 몇 시간씩 혼자 생각하는 제 모습이 답답할 때가 많습니다.
사실 상대방 입장에서는 제가 이렇게까지 기분 나빠하는지 모를 수도 있겠죠. 제가 표현한 적이 없으니까요. 머리로는 그걸 알면서도 한편으로는 이것까지 꼭 말해야 아나 싶은 서운함도 생깁니다. 기본적으로 이 정도는 서로 조심해야 하는 것 아닌가 싶기도 하고요.
그러다 보니 감정이 한 번 쌓이기 시작하면 예전에 있었던 일까지 전부 떠오릅니다. 그때도 참았고 저번에도 넘어갔고 이번에도 또 이러네 하는 생각이 들면서 별것 아닌 일에도 갑자기 사람이 싫어질 때가 있습니다.
상대방은 평소와 똑같은데 저 혼자 마음속에서 관계를 몇 번이나 정리하고 있더라고요..
그래서 가끔은 연락을 갑자기 줄이기도 합니다. 직접 서운하다고 이야기할 자신은 없으니 제가 조금씩 거리를 두는 식입니다. 상대방이 왜 그러냐고 물어보면 또 별일 없다고 합니다. 생각해보면 이것도 참 답답한 행동인 것 같아요. 상대방에게는 아무 설명도 하지 않으면서 제 마음을 알아주기를 바라고 있는 셈이니까요.
회사에서는 더 어렵습니다. 친구라면 조금 멀어지기라도 하면 되는데 직장에서는 계속 얼굴을 봐야 하잖아요. 괜히 한마디 했다가 같이 일하기 불편해질까 봐 걱정되고, 저 사람이 다른 사람들에게 제 이야기를 어떻게 할지도 신경 쓰입니다.
특히 부탁을 거절하는 게 제일 어렵습니다.
이미 제 일이 밀려 있는데도 부탁을 받으면 일단 일정부터 확인해보겠다고 말하게 됩니다. 정말 못 하겠으면 못 한다고 하면 되는데 상대방 표정이 순간 굳는 걸 보는 게 싫은 것 같아요. 결국 제가 조금 더 고생하는 쪽을 선택하고 나중에 혼자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이런 식으로 계속 살면 결국 제가 먼저 지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참는 것도 한두 번이지 계속 쌓이니까 어느 순간 전혀 상관없는 사람에게 짜증이 날 때도 있더라고요. 회사에서 기분 나쁜 일이 있었는데 아무 말도 못 하고 돌아온 날에는 집에서도 예민해지고, 평소 같으면 넘어갈 작은 일에도 괜히 신경이 곤두섭니다.
정작 할 말을 해야 하는 사람한테는 아무 말도 못 하고 다른 곳에서 감정이 새어나오는 것 같아서 제 자신이 싫어질 때도 있습니다.
저도 이제는 무조건 착한 사람으로 보이고 싶은 건 아닙니다. 그런데 막상 싫은 말을 하려고 하면 머릿속에서 여러 상황을 먼저 상상하게 돼요. 상대방이 기분 나빠하면 어떡하지, 관계가 어색해지면 어떡하지, 내가 너무 예민하게 받아들인 거면 어떡하지 하는 생각이 계속 이어집니다.
그러다 결국 또 참습니다. 그리고 나중에 후회합니다.
가끔은 제가 배려심이 많은 게 아니라 그냥 갈등을 견디는 힘이 부족한 건가 싶기도 합니다.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싶어서 참는다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상대방에게 싫은 사람으로 보이는 게 무서워서 제 감정을 계속 뒤로 미뤄왔던 건 아닐까요?
더 답답한 건 이런 성격 때문에 상대방을 필요 이상으로 미워하게 된다는 겁니다. 처음부터 불편한 걸 바로 이야기했으면 작은 문제로 끝났을 텐데 계속 참다 보니까 나중에는 그 사람 자체가 싫어집니다. 그러면서도 상대방은 제가 왜 갑자기 차가워졌는지 모르겠죠.
결국 저도 관계를 건강하게 만들고 있는 사람은 아닌 것 같습니다.
코치님께서는 이런 경우 어느 정도까지 솔직하게 말하는 게 맞다고 생각하시나요?
모든 불편함을 그때그때 이야기하는 것도 피곤한 사람이 되는 것 같고, 지금처럼 계속 참는 것도 분명 좋은 방법은 아닌 것 같습니다. 상대방에게 공격적으로 들리지 않으면서도 제가 싫은 건 싫다고 표현하는 방법을 배우고 싶어요.
특히 거절했을 때 상대방이 조금 실망하거나 기분 나빠하는 것까지 제가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을 어떻게 버려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누군가에게 좋은 사람이 아니어도 괜찮다는 말을 머리로는 이해하는데 실제 상황에서는 여전히 어렵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