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사람을 끊어 내는 것을 어려워하는 성격입니다.
더 정확히 말하면 나와 잘 맞지 않는 불편한 사람인데도 거리를 두는 것을 힘들어해요.
저는 몇 년 전에 지역 동호회에 가입한 적이 있습니다.
초반에는 적응하느라 잘 몰랐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이 모임이 저와 잘 맞지 않는 것 같아서
반 년 정도 활동하고 탈퇴했어요.
탈퇴 후에도 몇 명과는 종종 안부 정도는 물으면서 지냈는데 그 중 한 분은 꽤 자주 저에게 연락을 하시더라고요.
카톡보다는 전화를 훨씬 더 자주 하셨죠.
처음에는 저도 반갑게 전화를 받았어요.
동호회 활동을 할 때는 공통의 관심 주제나 함께 알고 있는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에
전화로 대화를 나누는 것이 어렵지 않았거든요.
그런데 제가 탈퇴를 한 뒤로 동호회 사람들도 많이 바뀌었고
그 분도 동호회 활동과 멀어지면서 대화를 나눌만한 내용이 급속도로 줄어들었어요.
그리고 대화를 나누면 나눌수록 이 사람과는 대화가 전혀 통하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았죠.
그 분과 통화를 할 때면 이야기를 나누며 소통한다는 느낌은 들지 않고
일방적으로 본인의 이야기만 하시는 편인데
저는 관심 없는 이야기에 리액션까지 해야 하니까 너무 피곤하더라고요.
게다가 전화가 짧게 끝나는 것도 아니에요.
최소 1시간 동안은 전화기를 붙들고 관심 없는 이야기를 들어야 하니 진이 빠지네요.
처음에는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런 통화가 반복되니까 이제는 전화 오는 것이 부담스럽네요.
집도 가까운 편이라 퇴근길에 밥을 먹자고 하실 때도 있는데 저는 굳이 만나기까지 하고 싶지도 않거든요.
그렇다고 딱히 거절할만한 이유가 있는 것도 아니어서 매번 적당한 핑계를 찾느라 바빠요.
매번 바쁘다, 선약이 있다는 핑계를 대면서도
이 사람이 내 직장 상사나 시부모님도 아닌데,
뭘 이렇게까지 핑계거리를 찾아가면서 스트레스를 받고 있나 스스로가 한심하면서도
막상 말을 하려고 하면 말하기가 좀 그래요.
전화도 다섯 번 중에 네 번은 안 받아요.
저는 상대방이 이 정도로 전화를 잘 안 받으면 더 이상은 연락하지 않을 것 같은데
그분은 기어코 다시 연락을 하시네요.
그럼 저는 앞서 네 번 전화를 거부한 것이 미안하고 마음이 쓰여서
결국에는 전화를 받으며 스트레스를 받고 있습니다.
사람 관계라는 게 꼭 누가 잘못을 해야만 끝나는 것은 아니잖아요?
그런데 막상 제가 누군가와 멀어지려고 하니 참 어렵네요.
저처럼 상대방이 특별히 잘못한 것은 없지만, 나와 맞지 않고 불편한 사람과 적당히 거리를 두는 것이 어려운 분들도 계신가요?
이럴 때는 어느 정도까지 거절해도 괜찮은 건지, 그리고 상대방에게 상처 주지 않으면서 자연스럽게 관계를 정리하는 방법이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