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김미아 코치입니다. 💌
우울할 때 의외로 어려워지는 것 중 하나가 사람들과 연락을 주고받는 일입니다.
누군가와 싸운 것도 아니고, 그 사람이 싫어진 것도 아닌데 카톡 하나에 답장하는 것조차 버겁게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메시지가 온 걸 봅니다.
‘조금 있다가 답해야지.’
그런데 몇 시간이 지나고, 하루가 지나고, 어느새 며칠이 지나버립니. 그러면 처음에는 단순히 ‘답장을 못 했다’였던 일이 점점 더 큰 부담이 됩니다.
‘지금 와서 뭐라고 답하지?’
‘왜 연락이 없었냐고 하면 뭐라고 하지?’
‘기분 나빠했으면 어떡하지?’
미안한 마음 때문에 답장해야 할 것 같은데, 그 미안함 때문에 오히려 답장을 시작하기가 더 어려워집니다.
그렇게 카톡창을 닫고, 전화가 와도 받지 않고, 사람을 만나는 것도 피하다 보면 어느 순간 정말 ‘잠수’에 가까운 상태가 되기도 합니다.
사람이 싫어진 게 아니라, 지금 연락할 힘이 없는 걸 수도 있습니다
우울한 상태에서는 평소에는 자연스럽게 하던 일에도 많은 에너지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메시지를 읽고, 무슨 말을 할지 생각하고, 상대의 말에 적절하게 반응하고, 다시 답장이 오면 대화를 이어가는 일. 평소에는 몇 분이면 끝날 일이 지금은 꽤 큰 숙제처럼 느껴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연락을 피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면 곧바로
‘나는 왜 사람들을 피하지?’
‘내가 인간관계를 망치고 있는 건 아닐까?’
라고 결론 내리기 전에 한번 구분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나는 지금 이 사람이 싫은 걸까? 아니면 사람과 소통할 에너지가 없는 걸까?
겉으로 보이는 행동은 똑같이 ‘연락하지 않는 것’이지만, 그 안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은 다를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우리는 ‘잠수 타는 나’까지 붙잡고 씨름합니다. 연락을 못 하는 것도 힘든데, 어느 순간부터는 연락을 못 하는 나 자신이 또 하나의 고민거리가 됩니다.
‘또 이러고 있네.’
‘사람들이 나를 이상하게 생각할 거야.’
‘이러다 주변에 아무도 안 남으면 어떡하지?’
‘정신 차리고 답장해야 하는데.’
연락 하나에서 시작했던 일이 어느새 ‘나는 왜 이런 사람인가’라는 자기평가까지 번집니다.
이럴 때 저는 무조건 자신을 움직이려고 하기 전에 디스턴싱(Distancing)을 한번 해보는 것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연락을 끊고 싶은 나’에게서 1미터 떨어져 보기
디스턴싱은 지금 떠오르는 생각이나 감정에 완전히 휩쓸리는 대신, 조금 떨어진 자리에서 그것을 바라보는 것입니다. 마치 내가 지금 있는 자리에서 1미터쯤 뒤로 물러나 나 자신을 바라본다고 상상해보는 겁니다. 소파에 누워 카톡을 보면서도 답장하지 않는 내가 있습니다. 그 모습을 당장 고치려고 하지 않습니다. 왜 이러는지 끝까지 분석하지도 않습니다.
그저 바라봅니다.
‘아, 지금 나는 연락하고 싶지 않구나.’
‘아, 메시지를 보는 것조차 부담스럽구나.’
‘아, 지금 내가 이렇구나.’
여기에는 ‘좋다’도 ‘나쁘다’도 없습니다. 연락해야 한다는 결론도, 계속 잠수 타도 된다는 결론도 아직 내리지 않습니다. 그저 지금 내게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알아차리는 것입니다. 알아차린 다음에 선택해도 늦지 않습니다
한 발짝 떨어져 바라봤다면 그다음에는 지금의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선택해볼 수 있습니다. 오늘은 아무에게도 연락하지 않고 쉬어도 될 수 있습니다. 혹은 이모티콘 하나만 보낼 수도 있습니다.
“요즘 조금 여유가 없어서 답장이 늦었어.”
이 한 문장만 보낼 수도 있습니다. 가장 편한 사람 한 명에게만 먼저 연락할 수도 있고요. 중요한 것은 ‘나는 반드시 연락해야 해’와 ‘나는 모든 연락을 끊을 거야’ 사이에는 생각보다 많은 선택지가 있다는 것입니다.
오늘은 고치기보다 바라보는 것부터
혹시 요즘 연락을 미루고 있나요? 카톡 알림을 보고도 열지 못하거나, 답장을 써놓고 보내지 못하거나, 누군가에게서 잠시 사라지고 싶은 마음이 드나요?
그렇다면 당장 자신을 끌어내려고 하기 전에 잠깐 1미터 뒤로 가보세요.
그리고 그곳에서 지금의 나를 바라보며 몇 가지를 물어볼 수 있습니다.
나는 지금 누구를 피하고 있을까?
그 사람을 피하고 싶은 걸까, 사람과 소통하는 일을 감당하기 어려운 걸까?
지금의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작은 연결은 무엇일까?
혹은 오늘은 아무것도 답하지 못하더라도,
‘아, 지금 내가 이렇구나.’
그렇게 알아차리는 데서 끝내도 됩니다.
지금의 나를 계속 분석하고 판단하고 고치려고 애쓰는 대신, 때로는 조금 떨어져 바라보는 것. 그 작은 거리가 오히려 다음 행동을 선택할 공간을 만들어줄지도 모릅니다.
여러분은 우울할 때 연락을 끊거나 잠수하고 싶어지기도 하나요?
그럴 때 여러분에게 도움이 되었던 방법이 있다면 댓글로 함께 나눠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