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안녕하세요.
불면증으로 인해 매일 다가오는 밤이 두려우신 분들, 그리고 수면제 처방을 앞두고 부작용이나 약에 대한 의존성 걱정으로 복약을 망설이시는 분들께 제 경험을 적어보려 합니다.
저는 불면증을 겪다가 병원에서 수면제를 처방받았고, 현재는 단약에 성공하여 일상을 많이 회복했습니다. 그 과정을 말씀드려 보겠습니다.
1. 졸피뎀 수면제를 먹게 된 계기
직장 생활을 하다가 극심한 스트레스 환경에 노출되면서, 누적된 피로에 의해 가장 먼저 삶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수면 패턴이 완전히 박살 났습니다. 처음에는 그저 며칠 잠을 설치는 정도라고 가볍게 여겼습니다. 하지만 증상은 빠르게 악화되었습니다. 피로가 극에 달해 쓰러질 것 같은 상태로 침대에 누워서 불을 끄면, 오히려 비정상적으로 각성하며 정신이 또렷해졌습니다. 눈은 감고 있는데 머릿속에서는 온갖 잡념과 내일 해야 할 일, 불안감들이 마구 머릿속을 헤집었습니다. 눈을 떠 시계를 보면 벌써 새벽 2시, 이리저리 뒤척이고, 베개 높이를 바꿔보고, 자세를 고쳐 눕고, 억지로 눈을 질끈 감아봐도 다시 눈을 떠 시계를 보면 벌써 새벽 4시였습니다. 창밖으로 차들이 지나다니는 소리가 들리고 날이 밝아오는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기절하듯 한두 시간 겨우 선잠을 자고 출근하는 지옥 같은 날들이 한동안 지속되었습니다. 건강한 수면이 박탈당하자 신체적, 정신적 기능이 연쇄적으로 무너졌습니다. 낮 동안 정신이 멍했고, 업무 판단력과 기억력이 현저히 떨어졌습니다. 억지로 커피로 카페인을 들이부으며 버텼지만 이미 업무 효율은 바닥이었습니다. 무엇보다 가장 괴로웠던 것은 밤이 오는 것 자체에 대한 공포였습니다. 아... 오늘 밤에도 못 자면 내일 업무는 어떻게 버티지?…라는 강박적인 압박감이 다시 신경을 곤두세워 잠을 못 자게 방해하는 최악의 악순환 속에 갇혔습니다. 따뜻한 우유 마시기, 양을 세어보기, 상추 먹기 등 개인이 할 수 있는 물리적인 노력으로는 이미 통제 불가능한 상태라는 것을 이성적으로 판단했습니다. 이대로 방치하면 정상적인 사회생활이 불가능해질 것이 자명한 일이었기에, 문제를 직시하고 전문가의 도움을 구하기 위해 정신건강의학과를 방문했습니다.
2. 졸피뎀 수면제 복용 기간
의사 선생님과 상세한 면담을 진행한 후, 현재 제가 스스로 잠이 들기 어려워진, 극도의 긴장 상태에 놓여 있다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이에 강박적으로 잠을 자려고 발버둥 치기보다는, 약물의 힘을 빌려서라도 뇌와 신체에 강제적인 자극을 줘서 수면패턴을 되찾는 것이 급선무라는 처방이 내려졌습니다. 이때 처방받은 약이 ‘졸피뎀 수면제’였습니다. 제가 이 약을 복용한 총기간은 약 2개월 내외 입니다. 처음 병원을 방문했을 때는 제가 약물 의존성에 대한 경계심이 매우 컸기도 했고, 일단 선생님의 지시와 처방에 따라 딱 2주 치의 약만 받아서 복용을 시작했습니다. 2주 뒤 재진을 위해 병원에 방문했을 때, 약을 먹으니 잡념이 줄어들고 바로 잠이 잘 들어서 효과가 아주 좋다고 선생님께 말씀드렸습니다. 부수적인 부작용보다는 확실한 수면시간 확보로 얻는 이점이 훨씬 컸기에, 선생님과 상태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자며 처방 기간을 연장했습니다. 그렇게 약 복용을 계속 이어가며 수면 패턴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올랐을 무렵, 단약 과정을 시작했습니다. 의사 선생님께서는 약을 반으로 쪼개서 용량을 줄이거나, 아니면 하루 걸러 한 번씩 먹는 격일로 복용하는 두 가지 방법을 제안하셨습니다. 하지만 저는 약을 아예 안 먹는 날을 당장 마주하기에는 심리적인 불안감이 남아있어서, 격일 복용은 시도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매일 복용은 하되 처방받은 알약을 반으로 쪼개어 먹으면서 뇌와 신체가 적은 용량에 서서히 적응하도록 유도하며 용량을 줄여나갔습니다. 약이 작아서 처음에는 쪼개는데 애좀 먹습니다.
3. 졸피뎀 수면제의 효과와 부작용에 대해서
[효과 측면]
졸피뎀의 효능은 매우 직접적이고 확실했습니다. 처방받은 졸피뎀을 먹고 침대에 누우면, 진짜 길어도 30분 이내에 약효가 도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밤마다 제 머릿속을 맴돌며 저를 괴롭히던 생각들이 물리적으로 끊어지는 느낌이 듭니다. 복잡하게 돌아가던 머릿속 잡념들이 없어지면서 신경이 이완되었고, 자연스럽게 수면 단계로 진입했습니다. 졸피뎀을 복용하는 기간 동안에는 중간에 깨서 뒤척이는 일은 거의 없이 평균 7~8시간의 연속적인 숙면을 취할 수 있었습니다. 충분한 수면을 통해 신체적인 휴식이 확보되니 다음 날 아침 출근길이 한결 편해졌고, 낮 시간동안 업무를 처리할 때도 예전처럼 무기력하지 않는 정상적인 시간을 되찾을 수 있었습니다.
[부작용 측면]
세상 모든일에 작용, 반작용이 있듯이 약에도 물론 얻는 것이 있는 만큼 감수해야 할 부작용들이 존재했습니다. 오전의 무기력함이 그것이었습니다. 복용 초기에는 아침에 알람을 듣고 눈을 뜰 때, 몸이 너무 무거워 침대 밖으로 몸을 일으키기가 상당히 버거웠습니다. 약 기운이 완전히 빠져나가지 않아 오전 근무 시간에 머릿속이 다소 멍한 상태가 지속되었습니다. 출근 후 본격적인 업무 효율을 내기까지 꽤 긴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입이 마르는 증상도 느껴졌습니다. 이 약의 대표적인 부작용이기도 하지요. 약을 복용하는 기간 중 일상생활에서 입안이 바짝바짝 마르는 증상이 자주 나타났습니다. 이 때문에 사무실 책상에 항상 큰 텀블러에 넉넉하게 물을 떠다 놓고, 평소보다 훨씬 의식적으로 자주 수분을 섭취해야만 불편함을 덜 수 있었습니다. 단기 기억 상실이랄까 건망증 비슷한 증상도 있습니다. 약을 먹은 직후부터 완전히 잠들기 전까지의 짧은 시간 동안 했던 행동이나 대화가 다음 날 아침에 가물가물하거나 잘 기억나지 않는 현상이 있었습니다. 침대에 누워 약을 먹은 뒤 스마트폰으로 지인에게 메시지를 보냈는데, 다음 날 확인해 보니 제가 보낸 기억이 전혀 없어 몹시 당황했던 적이 있습니다. 이 일을 겪은 후로는 내일 아침 출근을 위한 모든 준비를 100% 완료하고, 침대에 딱 눕기 직전에만 약을 복용한다는 엄격한 저만의 규칙을 세워 두었습니다.
4. 현재 몸 상태의 변화
약을 반으로 쪼개 먹으며 점진적으로 몸을 적응시키던 중, 마지막으로 처방받았던 약까지 딱 다 떨어진 날이 다가왔습니다. 선생님과 상의하여 더이상 추가 처방 없이 약을 끊어보기로 한 D-day였습니다. 솔직히 그날 밤 침대에 누웠을 때는 약도 이제 없는데 또 잠이안와서 또다시 밤 꼴딱 새면 어떡하지? 라는 긴장감이 살짝 몰려왔습니다. 하지만 다행히도 약을 먹는 지난 2개월 동안 약의 도움으로 규칙적으로 자고 일어났던 수면 패턴을 제 몸이 이미 잘 기억하고 있었고, 그래서였던지 약이 없이도 생각보다 쉽게 수면으로 빠져들었습니다. 지금은 약을 끊은 상태이며, 다행히 현재까지도 수면제 없이도 아무 문제 없이 잘 자고 있습니다. 특별한 일이 없으면 밤 12시에서 1시 사이면 자연스럽게 졸음이 오고, 평균 6시간 반에서 7시간 정도의 안정적인 수면시간을 잘 유지하고 있습니다. 처음 약을 먹기 시작할 때만 해도 내가 이 약을 언제까지 먹어야 할까?, 평생 수면제에 의존해서 영영 약을 못 끊으면 어쩌지? 하는 불안함이 엄청났습니다. 하지만 막상 먹어보니 졸피뎀이 흐트러진 수면 패턴을 제자리로 돌려놓는 역할을 확실히 해준 것 같고, 수면 사이클이 정상화된 이후에는 약을 끊는 과정이 제가 했던 걱정의 크기 보다 크게 어렵지 않았습니다.
5. 불면증 분들께 드리고 싶은 말
지난 이벤트에서 불면증 관련 게시판에 글을 하나씩 읽어 보면, 의사와 상담하고 1년 넘게 약물 치료를 이어가고 계시다는 분들의 글도 종종 보게 됩니다. 끝이 보이지 않는 기나긴 싸움 속에서 몸도 마음도 얼마나 지치고 힘드실지 그 고통을 저 역시 감히 조금이나마 짐작할 수 있습니다. 불면증이라는 자가 통제 불능의 어려운 상황 앞에서 약물 복용을 망설이시는 분들께 꼭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습니다. 일단 너무 조급하게 생각하지 마시고, 마음을 편하게 먹는 것이 치료의 첫걸음이자 가장 중요한 핵심입니다. 수면제를 한 번 먹으면 평생 족쇄처럼 달고 살아야 하는 무서운 독약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이는 사실과 다릅니다. 그냥 이걸 이성적으로 생각해보면, 내 몸이 스트레스나 외부 요인으로 인해 괴로워할때 잘 돌아가도록 도와주는 도우미 입니다. 두통이 있으면 가볍게 타이레놀을 먹듯, 수면에 들어가는게 힘든 병이니 전문의의 통제하에 처방받은 수면제를 먹는 것은 지극히 상식적이고 훌륭한 대처 방법입니다.
그리고 본인만을 탓하며 스스로를 과도하게 몰아세우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저는 요새 불안감이나 스트레스가 몰려오려고 할 때마다 마음속으로 항상 이렇게 되뇌고 있습니다.
"세상 한 번 살지 두 번 사나, 까짓것 별것 아니다!!“
어차피 내가 잠도 못 자며 혼자 끙끙 앓는다고 해서 이 세상이 무너지지도, 남들이 내 고통을 대신 짊어져 주지도 않는다는것을 확실히 알게 되었습니다. 그러니 걱정은 조금 뻔뻔하다 싶을 정도로 저멀리 던져두시고, 가장 먼저 본인의 건강을 되찾는 것에만 다소 이기적이더라도 모든 힘을 쏟아 넣으시길 바랍니다. 마음의 짐을 조금만 내려놓으시면, 분명 수면제 없이도 쉽게 잠들 수 있는 평범한 날을 다시 맞이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 불면증 환우 여러분들 모두 힘내십시오. 진심으로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