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60이 넘어가면서 몸 여기저기 쑤시고 예전 같지 않은 건 당연하다고 생각했습니다. 평생 기계처럼 일만 하다 늙었으니 어찌 보면 당연한 순리겠지요.
그런데 다른 건 다 참겠는데, 잠을 제대로 못 자는 이 끔찍한 고통은 진짜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릅니다.
요즘 제 하루는 낮에는 꾸벅꾸벅 졸고, 밤에는 뜬눈으로 지새우는 참기 힘든 고문의 연속입니다.
예전 현직에 있을 때는 참 머리만 대면 곯아떨어졌습니다. 하루 종일 밖에서 치이고 피곤한 몸을 이끌고 집에 오면, 씻고 눕기 무섭게 코를 골았습니다.
아내가 제 코 고는 소리 때문에 시끄러워서 잠을 못 자겠다고 타박을 할 정도였으니까요. 그런데 막상 은퇴를 하고 남들처럼 편안하게 쉴 수 있는 시간이 주어졌는데, 제 몸의 시계는 완전히 고장이 나버렸습니다.
저녁 먹고 텔레비전 좀 보다가 밤 11시쯤 침대에 눕습니다. 피곤하니까 금방 잠들겠지 싶어서 눈을 감는데, 이상하게 불을 끄고 누우면 그때부터 정신이 찬물을 뒤집어쓴 것처럼 맑아집니다.
이리 뒤척이고 저리 뒤척여봐도 이불은 무겁고 베개는 왜 그렇게 불편한지 모르겠습니다. 그렇게 한참을 뒤척이다 보면 거실 벽에 걸려 있는 시계 초침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리기 시작합니다.
낮에는 들리지도 않던 그 째깍거리는 소리가 캄캄한 밤이 되면 제 귓가에 징을 치는 것처럼 크게 울립니다.
째깍, 째깍. 그 소리를 듣고 있으면 '아, 지금 1분이 또 지나갔구나, 10분이 지났구나' 하면서 머릿속으로 시간을 계산하게 됩니다.
억지로 잠을 청해보려고 숫자를 세어보기도 하고, 딴생각을 해보려고 해도 오히려 머리만 더 복잡해질 뿐입니다. 슬쩍 눈을 떠서 스마트폰 시계를 보면 어느새 새벽 2시, 3시를 훌쩍 넘기고 있습니다. 남들은 다 편안하게 자고 있는데 나 혼자만 이 어둠 속에 갇혀서 벌을 받는 것 같아 참 환장할 노릇입니다.
가끔 아내가 자다 깨서 화장실이라도 갈 때면, 어둠 속에 멍하니 앉아있는 저를 보고 깜짝 놀랍니다.
왜 안 자고 청승맞게 앉아있냐고 한마디 툭 던지고 들어가는데, 그 말이 참 섭섭하면서도 내 자신이 처량하게 느껴집니다.
식구들 깰까 봐 숨도 크게 못 쉬고 도둑고양이처럼 거실로 나와 베란다 창밖만 하염없이 내다볼 때도 많습니다.
텅 빈 놀이터나 어두운 가로등 불빛만 멍하니 쳐다보고 있으면, 내 인생이 멈춰버린 것 같아 혼자 눈시울을 붉힌 적도 한두 번이 아닙니다.
그렇게 뜬눈으로 밤을 꼬박 새우고 나면 다음 날은 완전히 망가져 버립니다. 아침에 일어나도 머리는 무겁고 온몸이 물먹은 솜처럼 처집니다.
아내가 차려주는 아침밥도 모래알 씹는 것 같아서 대충 몇 숟갈 뜨다 맙니다. 무기력하게 늘어져 있으니 배가 고플 리가 없지요.
아내는 제가 깨작거리고 있으면 반찬 투정하냐며 핀잔을 줍니다. 나는 내 몸뚱어리가 천근만근이라 힘들어 죽겠는데, 겉으로는 멀쩡해 보이니 알아주는 사람 하나 없어 서럽습니다. 차라리 다리에 깁스라도 했으면 아프다고 티라도 낼 텐데 말입니다.
그렇게 오전 시간을 보내다 거실 소파에 앉아서 뉴스를 보면, 저도 모르게 꾸벅꾸벅 졸기 시작합니다. 밤에는 그렇게 자려고 발버둥을 쳐도 안 오던 잠이, 벌건 대낮에 텔레비전 앞에서는 쏟아집니다.
잠깐 눈 좀 붙일까 싶어서 소파에 누우면 한두 시간 훌쩍 지나가 버리죠. 그러다 아내가 청소기 돌리는 소리에 화들짝 깨어나면, 기분이 참 묘해집니다. '아, 오늘 낮에 잤으니까 오늘 밤에는 또 뜬눈으로 새우겠구나' 하는 불안감이 벌써부터 밀려오는 겁니다.
이 망가진 수면 리듬 때문에 제 일상은 완전히 엉망진창이 되었습니다.
밤에 잠을 못 자니 낮에는 멍하고 무기력해서 어디 나갈 엄두도 못 냅니다. 동네 친구가 등산 가자고 불러도 피곤하다는 핑계로 거절하게 되고, 하루 종일 집안에서 소파와 침대만 오가며 짐짝처럼 지내고 있습니다.
평생을 성실하게 살아왔다고 자부했는데, 늙어서 잠 하나 내 마음대로 조절하지 못하는 제 자신이 너무 한심하고 무능하게 느껴집니다.
수면제를 먹어볼까 고민도 해봤습니다. 하지만 평생 약에 의존해 본 적이 없는데 다 늙어서 수면제에 기대기 시작하면 약 없이는 아예 못 자는 바보가 될까 봐 덜컥 겁이 납니다. 술을 한잔 마시고 억지로 자볼까 해서 소주도 마셔봤지만, 새벽에 갈증만 나고 깨고 나면 머리만 더 아프더라고요.
가족들 앞에서는 내색 안 하려고 꾹 참고 있지만, 밤이 다가오는 것 자체가 이제는 두렵습니다. 해가 지면 '오늘 밤은 또 그 초침 소리를 들으며 뜬눈으로 새워야 하나' 가슴부터 답답해집니다. 저처럼 약 먹기는 겁나고, 밤낮이 바뀌어서 고생하시는 분들이 꽤 계실 거라 생각합니다.
억지로 잠을 자려고 스트레스받지 않고 이 고문 같은 불면의 늪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현실적인 방법이 있다면 제발 조언 좀 부탁드립니다. 남은 인생, 그저 머리 대면 푹 자고 개운하게 아침을 맞이하는 평범한 일상을 되찾고 싶을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