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는 부모님이 하늘이고 우주와 같아서 부모님이 하는 말이라면 대부분 맞다고 생각하면서 자랐죠.
좋은 말이든 모진 말이든 다 들어야 했어요.
부모님은 나를 걱정해서 하는 말이고, 나를 위해서 하는 말과 행동이라고 하셨기 때문이고 저 역시 그게 자연스럽다고 생각했으니까요.
선을 넘는 말을 하셔도, 내 마음을 상하게 하는 말을 하셔도 그냥 참고 넘어가는 게 익숙했어요.
어린 시절부터 부모님과 그렇게 지냈기 때문에 저는 남들도 다 그런 거라고 생각하며 살았어요.
그래서 저는 제가 속상한 일이 있거나 안 좋은 일이 있어도 부모님에게 잘 말하지 않았어요.
얘기를 하면 부모님은 제 편에 서서 말을 해준다기 보다는 제 3자처럼 말을 하셨거든요.
객관적인 조언이 아니라 그건 네가 부족해서 그래, 네가 못나니까 그렇지, 좀 더 노력을 해야지 징징대기만 하면 되겠니? 이런 말들을 정말 많이 들었어요.
특히 저희 어머니는 본인이 원하는 방향대로 제가 행동하지 않으면 불같이 화를 내시는 타입이에요. 제가 엄마의 뜻을 거스르면 세상 불효자식 취급하셨어요.
이 세상에 나같은 엄마가 어디있다고.
너 나중에 엄마 말 안들으면 벌받아.
나중에 넌 너랑 똑같은 자식 낳아봐.
전 단순히 부모의 말에 말대꾸하는게 아니었어요.
제 사생활과 결정에도 하나 하나 통제하려 했고 사소한 것 하나에도 저렇게 반응하셨으니까요.
제가 논리적으로 하나하나 반박하면 어디 부모에게 말대꾸하냐고 하셨고, 저를 천하의 불효자식으로 취급하셨기에 항상 제가 나쁜 자식으로 결론이 났어요.
그러면 결국 저는 제가 져주는 척하고 엄마가 원하는 대로 해주는 그런 일상이 반복됐어요.
저는 점점 지쳐갔고 나르시시스트 부모 밑에서 자란 저는 악영향을 받게 되었어요.
항상 부정적으로 말하는 부모님 때문에 저도 어느 순간 제 속에 부정적인 감정이 크게 자라났어요.
늘 부모님은 절 가스라이팅하며 부정적으로 얘기하시고, 자기가 원하는 대로 하지 않으면 악담 아닌 악담을 하셨기에 저도 매사에 부정적인 사람이 되버린 거예요.
어떤 일이나 이야기를 들어도 아직 일어나지도 않았는데, 미리 부정적인 결과부터 생각하게 되었어요. 누군가가 좋은 일을 얘기해도 부정적으로 말을 하기도 했고요. 친한 친구와 연인이 진지하게 이 점을 짚어주어서 이 점은 주변인들 덕분에 스스로 고칠 수 있었습니다.
또 다른 악영향은 부모님과는 깊은 대화를 하지 않게 되었어요.
부모도 사람이라는 걸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자식에게 해선 안될 말을 하거나 잘못된 행동을 하기도 합니다.
저희 부모님도 그랬고요. 한번은 참다 못한 제가 그건 잘못됐다, 어느 부모가 자식에게 그런 말을 하냐? 자식은 부모에게 좋은 말만 해야 한다면 부모는 자식에게 왜 그렇게 말하냐고 했더니
난 널 낳아줬으니까 그렇게 말해도 돼. 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러다 보니 저도 자연스레 입을 닫았죠.
혹시 요즘 힘든 일은 없는지, 고민 거리를 부모에게 털어놓아도 된다는 그런 따스한 말을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고, 오히려 저를 세상 낙척전인 사람으로 알고 계시더라고요.
너는 스트레스라는 걸 안 받지?
너는 걱정이란 걸 안해서 직장생활도 참 편하겠다.
그러면서 본인이 힘든 일이 있으면 항상 저에게 얘기하시고, 저의 위로를 바라셨죠. 일명 감정쓰레기통이라고 하죠.
사랑하기도 하지만 밉기도 한 사람. 저에게는 그 사람이 저희 엄마입니다.
가끔은 안쓰럽기도 하고 감사하기도 하지만 애증의 관계라 여러 감정이 교차했어요. 제가 커가면서 부모로서는 해서는 안되는 말과 행동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죠. 성인이 된 이후에는 그런 부분들을 부모가 아니어도 알 수 있었으니깐요.
연을 끊을 것이 아니라면 방법은 딱 하나였어요. 독립이었습니다.
그리고 독립을 하기까지도 전 우여곡절이 많았습니다.
독립을 반대하셨고 같이 사는 걸 원하셨거든요.
하지만 난 이제 성인이고, 독립하는 것까지 부모의 허락을 받을 순 없다고 강하게 말하고 집을 나왔습니다.
혼자 살게 되면 자취의 어려움이 걱정되었지만 막상 독립을 하고 보니 생각보다 아무렇지 않네요.
누가 화내지는 않을까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되고, 내가 무엇을 먹을지 (먹는 것에도 부모님의 허락이 있어야 했어요), 언제 잘지, 주말에 무엇을 할지 아무에게 설명하지 않아도 된다는 게 너무 행복했어요.
남들에게는 아무렇지 않을 일상이 저에게는 마침내 찾아왔거든요.
그리고 가장 크게 달라진 것은 내 감정은 내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예전에는 부모님이 화를 내시고 제 의견에 반대를 하면 제가 잘못했다고 생각하고 제가 틀렸다고 생각했거든요. 이제는 알아요. 그냥 나의 모든 것에 관여하고 싶어해서 그러는 것일뿐, 진짜 내가 틀린게 아니라는 걸요.
저처럼 나르시시트 부모님이 있으신 분께 꼭 말씀드리고 싶은 것도 이 부분입니다.
물론 독립했다고 해서 완전히 편해진 것은 아니지만 전보다 더 나아질 수 있는 방법이 독립이라는 것은 확실하다고 자신있게 얘기해드리고 싶습니다.
자식은 부모의 소유가 아닙니다. 부모 역시 자식의 것이 아닙니다.
내 삶의 중심은 나라는 걸 잊지 마세요.